충당금 적립 부담 볼 멘 소리에 금융당국 인센티브 10개 발표
자산건전성 '정상' 분류 허용...국제회계기준 어길 시 글로벌 신뢰도 하락 불가피
"괜찮은 장사하며 안전장치도 챙겨간다" 평가도
정부의 당면 과제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 해결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은행·보험사를 주요 구원투수로 투입하기 위해 내놓은 유인책이 과도해 되려 금융사의 대외 신인도 하락 등 새로운 문제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 금융사들은 우수 사업장 채권을 저렴하게 사가면서 인센티브까지 챙겨갈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총 10개의 규제완화 인센티브가 포함된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인센티브의 주요 내용은 ▲신규자금 공급시 자산건정성 '정상' 분류 허용 ▲신규자금 공급시 사업성 평가기준 완화 ▲자금 공급, 재구조화.정리 손실 발생시 임직원 면책 등이다.
이 중 금융사가 부실화된 사업장 채권 매입 시 건전성 분류를 기존 '요주의 이하'로 해야 하던 것을 '정상'까지 분류 가능하게 하는 안은 발표 전부터 금융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았던 부분이다.
이는 은행과 보험사의 참여 촉진 효과를 겨냥한 것이다. 은행·보험업계 10개사(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삼성·한화생명, 메리츠·삼성화재, DB손해보험)는 공동 출자해 1조 원 규모 공동 대출(신디케이트론)을 조성, 고정이하여신(NPL) 매입을 지원한다. 규모는 향후 최대 5조 원 까지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채권 매입 과정에서 금융사는 손실을 대비해 쌓아두는 금액인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데 '정상' 자산일 경우 대출금의 0.85%만 적립하면 되고 그보다 손실 가능성이 높은 단계로 분류되면 적립 부담이 늘어난다. 금융사들은 충당금 부담을 들어 자금 투입에 나서기를 주저하며 인센티브를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회계법인 관계자는 "금융사의 충당금 적립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따르는데 부실자산을 정상자산까지 분류하는 사례가 나온다면 국제 기준와 맞지 않다"며 "국내 금융사들의 신뢰도가 글로벌 스탠다드와 달리 간다면 신뢰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이날 금융당국은 “글로벌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6개월 또는 1년 정도"로 실시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0개의 인센티브 중 9개는 올해 말까지 한시 적용이지만 '신규자금 공급시 사업성 평가기준 완화'는 상시 적용사항으로 분류됐다.
은행·보험권에서 괜찮은 딜을 하면서 과도한 안전책을 챙겨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자금 지원에 참여하지 않는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사업성 평가를 거쳐 괜찮은 사업장을 싸게 매입하게 될텐데 못 이기는 척 참여하는 그림을 만들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건으로 인수하려고 전략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며 "부실사업장을 3조 원 규모로 추정하는데 작년 은행 예대마진이 50조 원 이상이니 규모도 부담될 수준이 아니"라고 말했다.
당국도 금융사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 후 기자들의 질문에 "내부 분석 결과 90~95%는 '정상' 사업장, 약 2~3%가 '유의'나 '부실우려' 사업장으로 분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부실 사업장은 많지 않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입장은 다르다. 시중 주요 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PF 연착륙 과정에 참여하면서 건설사 부실이 금융업 전반까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해 인센티브가 제시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