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채널 간의 치열한 가격경쟁이 그동안 넘지 않았던 온-오프라인의 경계마저 허물며 극한을 치닫고 있다.
최근 주요 유통채널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대형마트는 그야말로 사활을 걸고 최저가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그중에서도 업계 3위인 롯데마트는 극한가격을 테마로 해 이마트와 쿠팡의 가격과 매일 비교해 최저가로 판매하는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다.
그 덕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1분기 주요 대형마트 실적이 뒷걸음치는 와중에도 롯데쇼핑의 할인점 부문은 2019년 1분기 매출 1조5924억원, 영업이익 19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3.4%, 영업이익은 62.5% 개선됐다. 롯데마트로서는 최저가 가격 경쟁이 통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과거부터 경쟁사와 비교해 최저가임을 내세운 마케팅은 있어왔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경우 그 비교대상은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에 한정됐다. 이번 롯데마트의 가격 비교대상으로 이마트와 함께 쿠팡이 거론된 것이 놀라운 것도 그 때문이다.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경쟁상대가 더 이상 같은 오프라인만이 아니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그리고 유통대기업이 두려워할 만큼 쿠팡이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쿠팡을 가격비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롯데마트 뿐이 아니다. 위메프도 최근 쿠팡보다 비싸면 차액의 200%를 보상하는 공격적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위메프는 지난 8일, 자사 식품 카테고리 매출 1위~50위 상품 가운데 74%인 37개가 쿠팡 상품보다 저렴하다고 밝히며, 쿠팡을 저격했다.
이커머스 기업 중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적자를 면하지 못한 상황에서 위메프가 가격비교 대상을 G마켓, 옥션이나 11번가 등이 아닌 쿠팡을 지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 등과 같이 독점에 가까운 선도 기업이 부재한 한국 상황을 그 이유로 들기도 한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시장 환경에서 최근 쿠팡이 무서운 상승세로 외연을 키우자, 이 상황을 인정하기 싫으면서도 견제해야 하는 경쟁사들의 위기감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쿠팡의 성장 배경으로는 물류와 배송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가격경쟁력에 비해 높이 평가받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사들의 가격비교 전략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원래 최저가로 유명한 곳이 아니다. 이는 대부분의 소비자들도 인지하고 있는데, 쿠팡을 가격비교 대상으로 해 오히려 쿠팡의 위상만 높여주는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특히 모바일 쇼핑이 소비자들의 주요 쇼핑 채널이 된 현실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형 마트 중 온라인 채널을 보유하지 않은 곳이 없는 현실에서 양 진영의 치열한 가격경쟁의 끝은 어디인지, 또 그 끝에서 우뚝 서있을 기업은 무엇일지,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기다려 보겠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