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서 중국 업체들 압도하는 기술력 보유해야
<녹색경제신문>이 미·중 무역분쟁의 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경제에 기회는 없는지 5회에 걸쳐 [미·중 무역전쟁-기회를 찾아라] 기획 시리즈를 게재합니다.
1편 '생산기지 내수로 전환, 고관세에 한국제품 비교우위'가 20일 게재됐고, 오늘은 2편 '빅2 간 포성 소리에도 흔들림 없는 소재산업...초격차 기술력 키워라'입니다. [편집자주]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는 가운데 글로벌 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격변 속에서 기업 경쟁력은 초격차 기술력이라는 진단이다.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국내 한 전기차 배터리 소재업체의 사례를 살펴본다.
21일 일렉포일 제작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일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미·중 무역전쟁과 무관하게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올해 3000억원을 투자해 말레이시아 일렉포일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총 계약 물량만 6만톤, 약 8000억원 규모다.
일렉포일은 전기차 배터리 내부 핵심 소재로, 일진은 이를 만들어 중국 전기차 배터리 1·2위 업체인 CATL과 BYD에 납품한다. 국내 1·2위 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에도 공급한다.
올 1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상위 6개 업체 가운데 4개 업체에 일렉포일을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전 세계 완성차 업체, 전기차 업체들의 각축장이다. 중국 업체들도 수출보다는 내수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에서 만들어진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가 중국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중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의 결정에도 비켜간다.
더군다나 전기차 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 가도를 달릴 것으로 전 세계가 예측하고 있기 때문에 일진은 큰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일진 관계자는 "스마트폰 배터리 1대에 들어가는 일렉포일은 3~4g 정도지만 전기차 배터리에는 15kg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 확대가 일진머티리얼즈에게는 큰 기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결국 기술력... '초격차 기술력'으로, 중국이 세계 최대 시장인 산업 부문서 승부 봐야
일진의 매출액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영업이익도 2015년 흑자전환한 뒤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진이 미·중 무역전쟁에도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 시장이 세계 최대 시장인 분야에 있다는 것(전기차 시장), 그리고 다른 하나는 중국 시장이 세계 최대 시장임에도 현지 중국 업체들이 따라잡기 힘든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것(소재산업).
만약 중국이 미국에 대거 수출하는 상품(최종재)에 들어가는 소재(중간재)를 제작하는 업체였다면 지금과 같은 위치에 있기 어려울 것이다.
또, 중국 같은 후발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산업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소재산업은 부품산업보다 후발국가들이 쫓아가기 힘든 분야다.
가령 한국·중국 기업이 전기차나 전기차 배터리에서 보이는 기술력 차이보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에서 보이는 기술력 차이가 크다.
일진 관계자는 "2만회가 넘는 시행착오 끝에 독자 기술 개발에 성공한 뒤, 이차전지(대형 이차전지가 대개 전기차 배터리다) 발전과 함꼐 꾸준히 성장했다"며 "제조 공정이 매우 까다로워 제조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의 한병화 연구위원도 "일진머티리얼즈가 강점인 일렉포일 분야는 경쟁업체가 드문 분야"라고 말했다. 이미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인 셈이다.
◆ 미·중 무역전쟁은 '산업 구조조정' 신호탄(?)..."장기화되면 수요 줄어 경쟁 치열해질 것"
한편, 한병화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전쟁과 함께 산업 구조조정을 언급했다. 소위 강한 자만, 준비한 자만 살아남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 연구위원은 "에너지 산업은 현지에서 생산해야 보조금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지화 전략을 일찌감치 세운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에너지 분야는 현재 구조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도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수요가 줄고 물동량이 줄어들면 업체들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적은 수요에 따른 과열된 경쟁으로 경쟁에서 뒤쳐진 업체들은 시장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그러면서 "중국 선사들은 대부분 자국 조선 업체들에게 발주하고 미국 선사들의 발주량은 적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국내 조선업계는 큰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