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운드 '무역협상'서 패자 못 가리면 2라운드 '금융전쟁'으로 확전될 것
미국과 중국이 '협상'에서 '전쟁'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무역전쟁(1라운드)서 패자를 가리지 못할 경우, 금융전쟁(2라운드)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이 중국산 물품에 추과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거래선을 끊자, 중국은 각종 ICT·전자제품의 필수 재료인 '희토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0%를 책임지는 곳으로, 희토류는 석유처럼 '자원 무기'로 활용 가능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류허 부총리는 이례적으로 지난 20일 희토류 생산 시설을 시찰하기까지 했고, 시 주석은 최근 "새로운 대장정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매체는 이 발언을 '미중 무역전쟁의 출사표'라고 보도했다.
◆ 미·중 관계 '무역 협상'서 '패권 경쟁'으로... 기술혁신 부문서 양보 없는 전쟁, 미국은 중국이 '중국제조 2025' 포기하길 원해(?)
양국 관계가 이같이 흘러가자 22일 국제무역연구원의 문병기 연구원은 "미·중 관계가 '협상 게임'에서 '패권 전쟁(경쟁)'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특히 기술혁신 부문서 주도권을 서로 가져가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국제무역연구원은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의 영향'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협상 목표가 단기적 무역 불균형 해소에 있다면 양국은 모두가 유리해지는 절충안을 선택해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또, "하지만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패권 유지를 위해 구조적 이슈까지 해소하는 데 있을 경우, 미국은 세계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강대강 대치로 무역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전자가 단순한 '무역 협상'이라면 후자는 '패권 경쟁(전쟁)'이라고 분류했다. 이 보고서를 쓰는 데 참여한 문병기 연구원은 현 상황을 후자인 '패권 경쟁'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했다.
문 연구원은 "미국이 대중 무역 적자를 해소하는 데는 중국이 협조할 생각이 있다"면서도 "문제는 미국이 무역 적자 해소를 넘어 4차 산업혁명 분야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요구와 제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이 패권 전쟁으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미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계를 장악하길 원한다"며 그 근거로 중국제조 2025를 언급했다.
중국제조 2025는 제조업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10대 핵심 산업 육성 프로젝트. 여기에는 IT, 우주항공, 바이오의약 등이 포함된다. 미래산업과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는 이 프로젝트가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가져가기 위한 전략이라고 이해한 셈이다. 하지만 중국도 이 전략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문 연구원은 "중국도 자국 경쟁력을 위해 (4차 산업혁명 기술 선점 위한 중국제조 2025를) 포기할 수 없다"며 "양국 간 갈등이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 "패자 못가리면 금융전쟁으로 확전될 것"... 한국 산업 중 반사이익은?
국제무역연구원은 위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이 지금 같은 패권경쟁에서 서로에게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을 경우, 무역전쟁은 금융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역전쟁으로 패자를 가리지 못했으니 다음은 금융전쟁으로 패자를 가리기 위한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금융전쟁으로 확전되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럼 전쟁이 무역전쟁 단계서 마무리되려면 양국이 무엇을 인정해야 할까?
국제무역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상 ▲금융시장 개방 ▲중국제조 2025 철회하고, 미국은 ▲중국의 '점진적' 시장경제화 용인 ▲중국 지위 인정" 등을 꼽았다.
이 경우 미국과 중국은 전략적 협력 관계를 지속해나갈 것이고, 중국시장이 전면 개방됨으로써 중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의 공정한 경쟁이 시작돼 중국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겠지만, 미국의 보증 속에서 중국시장은 더욱더 커질 가능성은 크다.
한편, 문병기 연구원은 지금 상황에서 국내 산업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산업 분야로 "기계, 자동차 부품, 석유 제품, 섬유, 반도체" 등을 꼽았다.
문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국 관세 품목에서 우리가 미국에 수출하는 물품 위주로 동향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해당 중국산 제품의 라이벌인 국내 제품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지만, 미국이 특정 중국 기업에 자국 기업이 원·부자재를 납품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이번 화웨이 사례가 그렇다.
미 상무부가 화웨이와 그 계열사 68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구글과 인텔, 퀄컴 등 미국의 주요 IT기업들은 화웨이에 통신장비 관련 부품 공급을 중단키로 했다.
따라서 통신장비 부문서 화웨이의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이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전자 주가도 이틀간 4.68% 상승했다.
또한, 문 연구원은 "중국에서 대부분 내수용으로 사용되는 물품에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국내 기업들은 당장은 큰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