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험업종 주가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52주 최저가 또는 연중 최저가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면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생보업계 1위 삼성생명은 이달 들어 주가가 8만 원대마저 무너지는 등 역사적 저점을 깨고 내려가는 중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5배 수준조차 위태로운 상황이다. 업계 2위 한화생명은 역시 지난 22일 주가가 역사적 저점을 돌파하면서 연중 고점 대비 50% 가까이 떨어져 하락 추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중소형 생보사인 동양생명 주가도 이달 들어 연중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난 상태다.
손보업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손보업계 2위인 현대해상은 주가가 지난 21일 연중 최저가를 경신하며 연중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졌다. 3위 DB손해보험 주가도 지난 21일 연중 최저가를 경신하며 올해 들어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중소형 손보사인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22일 주가가 연중 고점 대비 40% 넘게 하락해 한때 시가총액 5천억 원선이 붕괴됐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개별 기업의 문제라기 보다는 보험업종 전반에 대한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조정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생보사 1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아 양호한 결과를 보였다.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4.7% 늘어난 4473억 원을 기록했고, 보험이익과 이차익(이자율차이익)이 모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생보사들도 지난 1분기에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긴 했지만 시장 예상치보다는 감익 우려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였고, 영업 부문은 오히려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손보업계는 문재인 케어에 따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장기위험손해율이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했고, 생보업계에 비해 1분기 실적에서 수익성 악화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손보사 개별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주가가 역사적 저점을 깨면서 PBR 수준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 악화된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보험업종, 낮은 밸류에이션 지속될 듯...2분기 실적 전망도 '먹구름'
현재 보험업종 밸류에이션 악화의 이유로는 저금리 기조, 장기위험손해율 상승 사이클 진입, 사업비율 증가 우려, 비우호적인 정부 정책,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보험업계 1분기 실적에서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이유인 장기위험손해율 부진은 정부 정책발(發) 악재로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보험업종 주가에 중장기적인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에 신계약 판매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예상보다 시장이 더 과열되는 양상을 보여 사업비율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건은 2분기 실적 개선 여부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2분기 실적 역시 지난 1분기에 이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업종 주가 역시 평균적으로 PBR 0.4~0.5배 수준에 머물며 낮은 밸류에이션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2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타난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가 급락세가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험업계는 전망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손보사에 대해 "장기위험손해율과 사업비율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충분히 동의한다"며 "특히 장기위험손해율의 상승은 '풍선효과'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존재해 불확실성이 더 확대됐다"고 말했다.
반면에 "장기위험손해율이 오를 경우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보험료 증가율로 인해 우려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며 "1분기 호흡기 질환과 유행성 독감의 영향이 손해율에 반영돼 손해율 상승 모두가 '풍선효과'로 생각할 상황은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