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으로 위기에 처한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이 영국 극장에서 발화하면서 관객 대피 소동이 빚어졌다.
화웨이의 중고 스마트폰 가격이 영국서 폭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28일 외신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영국 샐퍼드의 리릭 극장에서 진행된 코미디언 제이슨 맨포드의 공연이 스마트폰 발화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는 "한 관객의 스마트폰이 과열되면서 불길에 휩싸였다"며 "관객 전원이 대피했고 공연이 20분 이상 지연됐다"고 보도했다.
공연의 주인공인 맨포드 등은 각자의 트위터에 불탄 스마트폰 사진과 길거리로 나온 관객 사진을 게재했다.
발화된 스마트폰은 화웨이가 지난해 출시한 최고급 스마트폰 '메이트20 프로'로 추정된다. 후면 카메라 모듈이 정사각형이고, 플래시 한 개와 렌즈 세 개로 구성됐기 때문.
최근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수출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림으로써 구글이 향후 서비스 업데이트 등 거래 중지를 결정한 바 있다.
여기에는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의 업데이트를 비롯해 지메일, 유튜브 등도 포함됐다.
화웨이 스마트폰을 쓰던 사용자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발화 사건까지 터져 화웨이는 더욱 위기로 몰리고 있다.
유럽 시장은 화웨이가 내수시장인 중국 외 유일하게 성공한 선진시장이다. 지난 1분기 회웨이는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단 5%p로 줄이는 등 성장세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이후 유럽 시장에서 화웨이는 스마트폰의 중고 가격이 급락하는 등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출시된 P30 프로의 경우 영국에서 100~130파운드(약 15만~19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출고가가 899파운드(약 136만6000원)임을 고려하면 1년 만에 700파운드 이상 폭락한 셈이다. P20 프로는 몇달 전 280파운드(약 42만2000원)에 거래됐으나 현재 50파운드(약 7만5000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화웨이가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과연 어떻게 이를 극복해 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