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회적 가치를 경영철학으로 승화시키게 된 계기가 김희영 티앤씨(T&C) 재단 이사장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희영 이사장이 처음으로 공식 행사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고 두 사람이 같은 장소에서 공개 활동에 나선 것도 처음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28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 2019(Social Value Connect 2019·SOVAC)'에서 '그룹 회장이 아닌 자연인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유는 뭔가'를 묻는 질문에 사회적 가치에 빠지게 된 계기에 대해 솔직히 털어놨다.
이날 행사에서 ‘Social Value, 미래 인재의 핵심 DNA’ 마지막 세션에 최 회장과 김 이사장이 참석했다.
"내 가슴은 텅 빈 것 같았는데, 그때 나와 아주 반대인 사람을 만났다.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다."
최 회장은 이날 "회장이 아닌 자연인으로 대답해보라 하니 고민이 된다"며 "22년 전에 선대 회장께서 갑자기 돌아가시고 제가 회장에 취임했을 때는 IMF가 있었을 때로, 상당히 어려웠던 시기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부터 저는 '전쟁을 해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그래서 살아남긴 했지만, 그 전쟁 끝에 선 저는 그렇게 착한 사람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반대로 지독한 기업인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이든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 회장은 "솔직히 저는 공감 능력이 제로였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 사람을 보지 않고 모든 것을 일로만 봤다"며 "그러다 보니 제 가슴 속은 텅 비어버렸다"고 전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을 만나 공감능력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는 것.
최 회장은 "그런데 저와 아주 반대인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돈 이런 건 전혀 관심 없고 전부 사람이었다"며 "가만히 관찰해보니 제가 잘못 살아왔었다. 저는 공감 능력은 없지만 어떻게든 배워서 이 세상에 있는 문제를 통해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무엇일까, 이것이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사회적 기업이 무엇인지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따뜻한 감성을 계속 받았다"며 "이 문제를 푸는 능력도, 사회적 기업의 문제가 무엇인가, 그리고 측정 등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장애인 고용에 대해서도 생각이 바뀌게 된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아침에 제가 장애인 고용을 덜 했다고 야단도 맞았다"며 "옛날 같으면 화를 냈겠지만 '아 저분은 우리를 이렇게 보고 계시네'하는 생각을 하며 이젠 저도 조금은 공감 능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소셜밸류커넥트 2019 행사'는 최 회장을 비롯해 사회 각계 인사는 물론 SK그룹을 포함한 80여개의 단체 등 4000여명이 일자리 문제, 환경 오염, 입양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주제로 토론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만 모여서 행사를 하는 것보다는 사회가치를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어울릴 수 있는 네트워크 장을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에 눈뜨게 된 계기가 된 '사람'이 티앤씨재단 김희영 이사장이라고 보고 있다.
티앤씨(T&C)재단은 최태원 회장과 김희영 이사장의 영어 이름 클로이(Chloe)의 이니셜을 따서 설립한 교육 공익재단이다.
김 이사장은 최 회장의 동거인이며 지난 2015년 딸을 낳았다.
최 회장은 2015년 12월,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관장과 전격적인 이혼을 발표했다. 최 회장은 당시 A4 3장 분량의 편지에서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고 한다”며 스스로 사실을 알렸다.
최 회장은 편지에서 “그분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다. 당시 제 가정상황이 어떠했건 그러한 제 꿈은 절차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옳지 않았다”며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전에 먼저 혼인관계를 분명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순서임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최 회장의 4년 전 고백이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 '소셜밸류커넥트 2019'로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 대중의 시선은 최 회장과 김희영 씨의 만남에 대해 곱지는 않다.
사회적 가치를 경영에 도입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폭넓게 확대된 것은 의미가 크다.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진심이 어떻게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확산될지 주목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