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내부 문제'로 사측 증산 요청 거부하다 이제서야 합의 결정
최대 7~8개월에서 4~5개월로 줄었지만, 여전히 오래 기다려야
현대차 노조가 대형SUV 팰리세이드 증산에 합의했다.
팰리세이드는 작년 12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3만5000여대가 팔렸을 뿐 아니라, 대기 기간만 6개월 이상일 만큼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국내 시장에 숨어 있던 대형SUV라는 영역을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일 오전 현대차 노사는 고용안정위원회 본회의에서 현재 울산 4고장에서 생산되는 팰리세이드를 2공장에서 공동생산하기로 합의했다.
2공장의 설비 공사는 8월 초 여름휴가 기간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증산 물량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연간 약 5만대를 더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1차 증산에 합의한 뒤 매달 8600여대를 생산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매달 1만3000여대 이상을 생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부터 미국 시장서 팰리세이드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1만3000여대 이상 물량 가운데 반 이상은 미국으로 수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생산량 중 60% 이상이 미국 수출 물량이다.
최근 팰리세이드 구매를 기다리다 포기한 고객이 2만명이 넘어, 현재 국내 팰리세이드 예약 고객수는 3만여명 정도로 파악된다.
8월 중순부터 증산이 본격 시작되면, 최대 7~8개월(매월 국내 출고 분량 4000대 기준) 기다려야 했던 출고기간이 최대 4~5개월(매월 국내 출고 분량 6000대 기준)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합의는 그간 지지부진했던 노조 내부의 의견 대립이 해소되면서 이뤄졌다.
사측은 지난 4월 1차 증산 합의 이후에도 계속해서 팰리세이드 출고 기간이 문제가 되자 노조에 수차례 증산을 요청해 왔다.
하지만 팰리세이드를 생산하는 울산 4공종 노조 대의원들이 증산 물량을 2공장으로 넘기면 4공장 조합원들의 특근 수당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집행부에 사측 요청을 거부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노조 이기주의'라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노조 집행부는 울산 5개 공장의 물량을 평준화하겠다는 논리로 4공장 대의원들을 설득했고, 최근 대기 고객 가운데 2만여명이 팰리세이드 구매를 취소했다는 소식이 잇따르자 4공장 대의원들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지금처럼 노사 동수로 구성된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생산 물량 배정을 지속하면, 시장 변화에 맞는 유연한 대처가 어려워 계속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 교수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논란은 공장별 경쟁 시스템을 도입한 다른 완성차 업체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며 "노조가 반대하면 생산 물량조차 늘릴 수 없는 현재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