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5년 간 세계 3대 항공엔진 제조사 수주 금액만 23조원...항공·방산 집중 투자 성과
최근 한달여 사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항공엔진 부품 전문업체인 '이닥'(EDAC)을 인수한 데 이어 세계 3대 항공엔진 업체 중 하나인 영국 롤스로이스(R-R)사와 10억 달러(1조2000억원) 규모 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5년 한화그룹이 삼성테크윈을 인수한 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사명을 바꾸고 나서 수년 사이 국제 항공엔진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1977년 삼성정밀로 설립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87년 삼성항공, 2000년 삼성테크윈으로 사명을 바꿨고, 2015년 삼성그룹에서 한화그룹으로 넘어갔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하자마자 항공·방산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5년에 곧바로 세계 3대 항공엔진 업체 중 한곳인 프랫 앤 휘트니(P&W)와 GTF 엔진 국제 공동개발사업(RSP·Risk&Revenue Sharing Program) 계약을 체결했다. 단순히 엔진 부품을 공급하는 납품업체에 그치지 않고 국제공동개발 사업을 함께하는 파트너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RSP사업은 수십년 이상 장기적인 수익성을 확보해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는 데 필요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P&W와 RSP 계약을 기점으로 급속히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2016년에는 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사와 최신 제트엔진인 LEAP 엔진 부품 공급 계약을 맺었고, 경남 창원에 1000억원을 들여 엔진부품 신공장을 완공했다. 창원공장은 글로벌 제조사들의 최첨단 부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 팩토리'를 지향하며 지어졌다.
2017년엔 베트남 법인을 만들고 지난해 항공 엔진부품 신공장을 준공했다. 하노이 인근 화락 하이테크 단지에 있는 10만㎡ 규모의 베트남 공장은 지난해 말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또한 올해 초 P&W로부터 17억 달러(1조9000억원) 규모의 엔진 부품 공급권을 수주했고 이어 5일(현지시간) 롤스로이스(R-R)와도 10억 달러(1조2000억원) 규모의 부품 공급 계약을 따냈다.
회사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GE, P&W, R-R 등 세계 3대 항공엔진 제조사 수주 금액만 198억달러(약 23조원)가 넘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영국 R-R과의 계약이 '삼성정밀' 시절부터 이어온 30여년 간의 협력 중에서도 최대 규모의 계약으로, 엔진 핵심 부품인 터빈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신현우 사장은 계약 체결 후 한 기자간담회에서 "회사가 한화그룹에 편입되고 현재까지 5년은 항공산업을 중장기적으로 핵심산업으로 키우는 토대를 마련한 기간으로, 그 사이 R-R과는 유의미한 협력관계를 도출하진 못했다"며 "그러나 R-R의 까다로운 요구에 부응하는 기술력과 진정성을 입증한 결과 이번 특별한 계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회사는 베트남 공장에 R-R 전용 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지난 10월 사업장 내에 제2공장을 착공했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해 8월 2022년까지 항공 부품과 방위산업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4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항공 엔진 부품 시장이 연간 6%대로 성장, 2025년 542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전망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 주자로 나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신 사장은 "R-R사를 비롯해 3대 항공엔진 제조업체들에 믿을만한 최상위(Top) 공급 업체로 인정받고 있다"고 자평한 뒤 "과거부터의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지만, 한화그룹 편입 후 최근 5년 사이 그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지원을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장기 부품 계약(LTA·Long Term Agreement) 사업은 최근 미국 이닥(EDAC)을 인수한 만큼 전 세계 1위라고 밝혔다. 앞으로 2025년까지 RSP 사업도 글로벌 5위 안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신 사장은 "향후에는 RSP 업체로의 성장이 투자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RSP 투자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LTA 사업에서도 지속적인 수주를 이어가 LTE 수주-RSP 투자 선순환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