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시장 성패 여부는 '차별화'에 달려
패션 부문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거대 기업들이 뷰티 부문에서 보이고 있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거대 패션 기업들은 최근 뷰티 부문 브랜드를 새로 론칭하며 신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잇따른 패션 기업들의 뷰티 시장 진출에는 기업 규모를 확대하고 종합 패션·뷰티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분석된다.
프랑스의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이하 LVMH) 그룹은 가장 선도적으로 패션과 뷰티를 결합해온 패션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LVMH는 2000년대에 이르러 메이크업 포에버, 베네피트 코스메틱 등의 화장품 업체를 인수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1위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를 보유하고 있다. 세포라는 최근 국내 1호점을 서울 삼성동에 오픈하며 한국 뷰티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비교적 후발주자인 구찌 또한 뷰티 부문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구찌는 최근 5년만에 메이크업 라인 '구찌 뷰티'를 재론칭하고 뷰티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찌 뷰티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서 '구찌 뷰티 서울'이라는 행사를 펼치며 브랜드를 홍보했다.
국내 패션 기업들도 뷰티 시장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패션기업 LF는 남성화장품 브랜드 '헤지스 맨 429'를 작년 론칭한 데 이어 올해에는 여성화장품 브랜드 '아떼'를 론칭했다. 아떼는 '프리미엄 비건 뷰티'라는 차별점을 내세워 고객들을 공략하고 있다.
LF 관계자는 아떼 론칭을 놓고 "해외시장 진출과 장기적 브랜딩을 위해서는 패션 뿐만 아니라 뷰티 부문 라인업도 갖춰야 해외 브랜드 '폴로' 처럼 패션·뷰티를 함께 갖춘 경쟁력있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또한 화장품 브랜드 확장을 통해 뷰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내년 상반기에는 자체 화장품 브랜드 '로이비'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국내외 패션기업들이 뷰티 시장 진출에 나서는 것을 놓고 업계에서는 '전반적인 패션업계 침체'를 그 요인으로 꼽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42조4300억원으로 전년(42조 4704억원)보다 감소했다.
글로벌 패션시장규모 또한 다르지 않다. 글로벌 패션시장은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5년 4%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던 글로벌 패션시장은 2016년 들어 3%대로 뚝 떨어진 성장률을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패션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뷰티업계 진출' 밖에 없다는 일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패션기업이 기존에 보유한 고객층은 새 뷰티 브랜드에도 쉽게 유입될 수 있고, 두 번째로는 패션기업이 뷰티 제품을 출시하는 데 큰 리스크가 없어 뷰티 시장은 상대적으로 진출하기 쉬운 시장으로 고려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패션기업이 기존 뷰티 기업과 경쟁을 펼쳐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뷰티 시장 또한 포화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에, 어설픈 패션 기업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된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거대 패션기업들은 이미 '뷰티 부문 강화 없이는 기업의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수많은 중소형 브랜드가 포진해 있는 뷰티 시장인 만큼 차별화를 꾀해야만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