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의 탄약고] 육군 중형트럭 사업 선정, 공정하고 정의롭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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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의 탄약고] 육군 중형트럭 사업 선정, 공정하고 정의롭나?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19.11.1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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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초 선정결과 지난달 17일로 공고하고 발표지연
- 지난 8일 공식발표 없이 기아차로 선정...선정이유, 육군만 알아

임기의 절반을 지나던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또 한번 공정과 정의를 강조했다. 임기를 시작했던 2년 반 전에도 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인상 깊은 말을 남긴 바 있다.

국민들이 그 말을 믿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말의 기대를 갖게 만드는 말들임에는 분명하다. 줄곧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임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국민들의 관심은 ‘그 말이 제대로 현장에서 실천되고 있는가’ 하는 것에 있다. 

지난 9월 26일 사업제안서를 접수한 육군의 중형트럭 교체사업이 시작부터 석연치 않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군대를 갔다온 남자라면 탱크는 안 타도 트럭은 타보기 마련이다. ‘그냥 막 때려 실으면 60명은 탄다’는 이른 바 육공트럭이 그 주인공이다. 이 트럭이 생산되기 시작한 지는 벌써 40년이 돼간다.

아세아자동차가 미군 차량을 복제해서 생산하던 것을 아세아자동차를 인수한 기아자동차가 계속 생산해 군에 납품하고 있다. 기존의 소형 지휘차량을 비롯해서 모든 군용차량은 기아자동차가 40년 가까이 독점을 해 온 셈이 됐다.

그러다 이번 사업에 방위산업의 강자 한화디펜스가 출사표를 던지고 사업제안서를 같이 접수시켰다. 장갑차와 미사일 탑재 트럭을 생산하던 노하우를 갖고 새로운 개념의 군용트럭을 만들어 보겠다는 도전으로 평가됐다.

관계자들의 많은 관심은 처음 육군이 발표했던 지난 달 17일 발표에 쏠렸다. 그런데, 육본에서는 아무런 공식발표가 없었다.

내막이 있었다. 이 사업은 블라인드 방식의 평가를 적용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런데 기아자동차는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한화디펜스는 관련기사를 통제했다. 본 기자도 그동안 취재했던 기사에 대해 보도취소 요청을 받아 한화디펜스 차량과 관련한 기사는 싣지 않았다. 그런데 이 날 기아자동차는 다수 언론에서 보도가 나갔다.

이에 대해 한화디펜스는 육군에 이의신청을 했고 이로써 11월로 발표가 연기됐던 것.

문제는 지난 주 8일 조용히 우선사업자로 기아차가 선정된 것이다. 어디를 선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육군에서 할 일이다. 문제는 ‘조용히‘에 있다. 무슨 일이든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이 공정하려면 무엇보다 투명해야 한다. 투명하려면 어떤 과정으로 선정됐는지 밝혀야 한다. 지난달 17일 하겠다고 한 결과 발표가 한 달여가 지나는 지금까지도 공식적으로는 ’꿀 먹은 벙어리’다.

육군에 궁금한 사람이 확인하면 지난 8일 아주 간발의 차로 기아차가 우선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사실은 알려준다. 이 사업의 규모가 차량 1만5000여대, 금액이 1조7000억원이다. 한번 선정하면 오랜 기간 독점적인 사업권을 확보할 수 있는 막중한 사업이다.

선정된 기아차도 탈락한 한화디펜스도 답답한 상황이 됐다. 기아차도 이런 경사스러운 일을 발표조차 못하고 있고 떨어진 한화디펜스도 도대체 뭐가 잘못됐는지 몰라 경영진에 보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여러 관계자들도 육군의 일처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깜깜이 선정도 그렇고 묵묵부답도 그렇다. 일부 언론은 취재에 나섰고 이미 보도에 나선 언론도 있다.

방위사업청은 오랜 관행들을 개혁하자면서 ‘디브리핑(사업자가 탈락 이유를 물어보면 알려줘야 한다)’제도와 ‘방위사업추진위원회’제도 등을 통해, 보다 투명하게 사업관리를 하면서 방산업체들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본격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개혁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국방부도 방위산업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수출시장에서 이전에 없던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육군의 이 같은 일처리는 최근 방위산업에 대해 힘을 보태주자는 전방위적인 분위기에 자칫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선정과정과 결과에 대해 있는대로 공개하면 그뿐이다. 만일 이의제기가 있다면 같이 머리를 맞대고 풀면 된다.

국민들은 단지 기회가 평등했는지, 과정이 공정했는지, 결과가 정의로웠는지 알고 싶을 뿐이다.

육군이 40년 동안 사용하고 있는 중형트럭 구모델[사진=연합뉴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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