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구광모 '뉴리더 트리오 원년', AI에 그룹의 미래 걸었다...인재·연구개발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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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정의선·구광모 '뉴리더 트리오 원년', AI에 그룹의 미래 걸었다...인재·연구개발 '총력전'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11.19 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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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2030년까지 133조원 투자 '반도체 비전 2030'...시스템 반도체 기반으로 한 AI 기술 확보
- 현대차, 미국 자율주행 전문 기업 앱티브와 조인트벤처(JV)...20억달러(2조4000억원) 투자
- LG,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시대 핵심 기술 활용해 사업 혁신하고 새 고객 가치 창출

재계 3~4세 뉴리더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대표가 'AI(인공지능)'에 각 그룹의 미래를 걸고 결전에 나섰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그룹은 AI를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고 인력 확보와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으로 대표되는 뉴리더들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시험대에 놓여 있다"며 "AI를 중심축에 두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승자'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행보에 나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네이버가 주최한 개발자 행사 '데뷰 2019'에 참석해 'IT강국을 넘어 AI강국'라는 기조연설에서 "정부는 올해 안으로 완전히 새로운 인공지능에 대한 기본구상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제시할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각 그룹의 움직임도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대표

앞서 지난 7월4일 문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접견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AI가 인류 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AI),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입니다"라고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 AI를 제시한 바 있다. 

손 회장은 이날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약 2시간30분 동안 만나 AI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더 큰 꿈을 향해 생각의 한계를 허물고 미래 선점하자”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AI 포럼’을 매년 개최하는 등 AI 석학들을 초청해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며 미래 혁신 전략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달 초 AI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세바스찬 승(한국명 승현준) 프린스턴대 교수와 만나 미래 AI 산업 발전 방향과 삼성전자의 AI 전략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생각의 한계를 허물고, (AI 기슬 개발로) 미래를 선점해 가자”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광주 교육센터를 방문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참관한 뒤 교육생들과 인증샷을 찍으며격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실리콘 밸리 AI 플랫폼 개발 기업인 ‘비브 랩스’를 인수해 강력한 AI 비서 서비스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2017년 대화형 AI 챗봇을 개발한 국내 스타트업 ‘플런티’를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AI 플랫폼 ‘빅스비’ 성능 개선에 이를 활용한다는 것. 

AI 연구개발 강화와 인재영업에도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2017년 삼성 리서치(Samsung Research)를 출범시켰으며 산하에 AI센터를 신설해 선행연구 기능을 강화했다. 

AI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세바스찬 승 교수, 펜실베니아대학교 다니엘 리 교수를 영입했다. 세바스찬 승 교수는 삼성 리서치에서 삼성전자의 AI 전략 수립과 선행 연구 자문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고, 다니엘 리 교수는 삼성 리서치에서 차세대 기계학습 알고리즘과 로보틱스 관련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AI 관련 글로벌 우수 인재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은 물론 미국 실리콘밸리,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 등에 AI 연구센터를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한국 AI 총괄센터가 전 세계 AI 연구의 허브(Hub)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AI 선행 연구개발 인력을 내년까지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5월에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밀라 연구소 건물로 ‘종합기술원 몬트리올 AI 랩’을 확장 이전했다. 밀라 연구소는 딥러닝 분야의 세계 3대 석학 중 한 명인 요슈아 벤지오 교수가 주축인 세계적 딥러닝 전문 연구기관이다. 삼성전자는 밀라 연구소 소속 사이몬 라코스테 줄리앙 몬트리올대 교수를 영입해 몬트리올 AI 랩장에 선임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얀 르쿤 뉴욕대 교수, 리차드 제멜 토론토대 교수 등 세계적 석학과도 협력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4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시스템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AI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은 올 6월에는 NPU(신경망처리장치, Neural Processing Unit) 분야 개발 인력도 2000명 규모로 지금의 10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유럽, 북미 등으로 출장 중 글로벌 석학들과 만나 최신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고 핵심인재 영입에 직접 나서는 등 AI 사업을 이끌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서비스 기업 탈바꿈할 것"

정의선 수석부회장도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기술 확보에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지난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에서  인간중심 모빌리티 철학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9월 미국 자율주행 전문 기업 앱티브와 조인트벤처(JV)를 만들기로 하고 20억달러(2조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앱티브는 인지시스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컴퓨팅 플랫폼, 데이터 및 배전 등 업계 최고의 모빌리티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현대차는 AI 기반 통합 제어기 개발을 위해 미국 인텔(Intel) 및 엔비디아(Nvidia)와도 협력하고 있다. 중국의 바이두(Baidu)가 주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참여 중 이다.

고성능 레이더(Radar) 전문 개발 미국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이스라엘의 라이다 전문 개발 스타트업 '옵시스', 미국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등에도 전략적 투자를 했다. 

미국의 미래 모빌리티 연구기관인 ACM(American Center for Mobility)에도 창립 멤버로 참여, ACM이 추진 중인 첨단 테스트 베드 건립에 500만달러(약 56억원)를 투자했다. 

현대차가 지난해부터 올해 10월까지 글로벌 기업(연구소 등 포함)과의 전략적 협업·투자 건수는 34건에 달한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15일 '미래차 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모빌리티 기술 및 전략 투자에 오는 2025년까지 총 4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가까운 미래에 고객들은 도로 위 자동차를 넘어 UAM(Urban Air Mobility·도심 항공 모빌리티),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로봇 등 다양한 운송수단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Smart Mobility Solution Provider)'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구광모 LG 대표  “AI 등 활용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해 나가자”

구광모.대표 또한 AI에서 LG의 미래를 찾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 9월 말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사장단 회의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해 나가자”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시대 핵심 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혁신하고, 새 고객 가치를 창출해 시장을 주도하자"고 강조했다. 

구광모 LG 대표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LG 테크 콘퍼런스’에서 미주지역에서 유학 중인 석박사 과정 R&D 인재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특히 AI 역량강화를 위한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 LG사이언스파크 산하에 ‘AI 담당’을 신설한 것도 인재 양성 작업의 일환이다. 

또 지난 5월부터는 미국 카네기멜론대와 캐나다 토론토대와 협업해 AI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 및 인증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지난 10월 기술면접을 통해 12명의 석·박사급 인재를 선발했다.

LG전자는 독자 AI 서비스인 ‘싱큐 플랫폼’을 외부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경쟁력 있는 파트너 발굴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일환이다. 

LG전자는 지난 5월 다양한 제품에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AI칩‘을 직접 설계하고 개발했다. 이를 토대로 자체 AI칩이 적용된 로봇청소기,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캐나다, 러시아 등 글로벌 5개 지역에 AI 연구개발 거점을 두고 인공지능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캐나다에는 ‘토론토 인공지능연구소 (Toronto AI Lab)’를 설립했다. 

앞서 LG전자는 2017년 CTO부문 산하에 소프트웨어센터에 인공지능연구소를 신설하고 인식 기술, 딥러닝 알고리즘 등 AI 제품·서비스의 핵심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랩’ 산하 인공지능 연구조직인 ‘어드밴스드(Advanced) AI’를 신설해 딥러닝, 미래자동차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또 인도 벵갈루루에 있는 소프트웨어연구소 내 인공지능 연구 조직에서는 생체인식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LG그룹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가 총 4억2500만달러를 출자해 설립한 투자회사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AI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현재까지 13개 스타트업에 총 3300만달러를 투자했다.

구 대표는 지난 4월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찾아 운영 현황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기도 했다.

뉴리더의 '맏형' 격인 최태원 회장도 AI 기술 확보에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8일 카카오와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통신·커머스·디지털 콘텐츠·미래 ICT 등 4대 분야에서 양사 간 긴밀한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최근 5세대(5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커머스,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가 촉발되고 있는 만큼, 이번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5G 시대 ICT 생태계 선도하겠다는 의도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열린 '2019 이천포럼'에서 "AI,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혁신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우리 고객 범위를 확장해 고객 행복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이를 통해 SK가 추구해 온 '딥 체인지'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제조업이 부진의 늪에 빠지고 글로벌 불확실성이 경제 위기를 조여오는 가운데 각 그룹의 위기감도 어느 해 보다 커지고 있다. 따라서 각 그룹은 AI를 비롯 미래 먹거리에 사활을 걸고 연구개발과 사업 모델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대표는 올해 본격적인 '뉴리더 시대 원년'을 맞아 새로운 리더십 색깔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며 "AI는 이들 뉴리더의 공통된 미래 먹거리인 만큼 향후 이들이 어떤 경쟁과 협력을 통해 그룹의 성장동력을 마련해 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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