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이후 적용될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4차 회의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종료됐다.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 대사와 제임스 디하트 미 국무부 선임보좌관을 각각 수석대표로 하는 한미 협상팀은 전날 미 국무부 청사와 이날 워싱턴DC에서 이틀 동안 비공개회의를 진행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18∼19일 서울에서의 3차 회의 파행 뒤 2주 만에 열렸다.
양측은 분담금 항목과 총액 등에서 치열한 협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3차 회의 파행 후 한국에 "새로운 안을 가져오라"고 요구한 미국과 "이런저런 대안을 준비하고 왔다"는 한국 사이에 얼마나 간극이 좁혀 졌을지 주목된다.
미국은 '부자나라'가 된 한국이 방위비 분담에서도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로 대폭 증액을 압박 중이며 한국은 여전히 기존 SMA 틀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측은 올해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에 육박하는 금액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항목' 신설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이번 회의가 열리는 시점에 맞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한 자리에서 주한미군 전부를 계속 주둔시키는 게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나는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며 주한미군이 현 규모로 계속 주둔하려면 한국이 방위비를 더 공정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주한미군 규모'까지 거론하며 압박에 나섰다.
한국 외교부는 4차 회의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우리측은 SMA 틀 내에서 협의가 이뤄져야 하며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평하고 합리적이며 상호 수용가능한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이를 위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다음 회의를 이달 중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일정은 외교 경로를 통해 협의하기로 했다. 이달 중순 경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도 한국국제교류재단(KF) 워싱턴사무소 송년 행사에서 "공평하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함께 협력하고 동맹의 비용과 부담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사는 전날 협상장을 나서면서 방위비 협상과 주한미군 문제를 연계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협상장에서 거론됐느냐는 물음을 받고 "안 나왔다. 주한미군 문제도 전혀 언급된 적 없다"고 밝혔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