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아시아 최초로 로봇을 이용한 자궁 근종 절제술 1000례를 달성했다. 2009년 4월 첫 수술을 시작으로 10년 동안에 이뤄낸 성과이다. 1000명의 환자에게서 총 4493개의 자궁근종을 절제했다. 1000명 환자 모두의 자궁을 재건해 가임력을 보존했다.
1000명의 환자 중에서 로봇수술 도중 개복수술로 전환된 경우는 단 1건도 없었다. 이는 수술 전 환자의 철저한 평가와 팀워크, 첨단 의료기술의 조화로 이뤄낸 결과라고 서울성모병원 측은 설명했다.
자궁근종은 여성에게 생기는 가장 흔한 양성종양이다. 난임의 원인이다. 2017년 김미란 교수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연구를 보면 국내 자궁근종 유병률이 약 4배 증가했고 특히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에서 많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초혼연령과 첫 출산 연령대가 올라간 것,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출산율이 자궁근종 발생률 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했다.
자궁근종을 제거할 때 수술 방법은 근종의 크기, 개수와 위치에 따라 개복수술, 복강경 수술, 로봇수술 중에서 결정한다. 미혼 여성이나 임신을 원하는 여성일 경우 근종 제거 후 가임 능력을 잘 보존하기 위해서는 자궁을 정교하게 재건하기 위한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김미란 교수는 많은 근종을 제거하면서도 수술 후 유착을 최소화함으로써 자궁과 난소의 기능을 지키는 데에 국내에서 독보적 방법을 자랑한다. 근종의 개수가 많고 크기나 위치가 복강경으로 수술하기 어려워 개복수술이 필요한 상자까지도 로봇수술을 적용해 환자들의 가임력을 보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혈관평활근종이라는 혈관 내 근육인 평활근에 생기는 희귀한 자궁근종 환자의 첫 로봇수술 치료 사례로 학술지에 보고하기도 했다. 이 환자는 근종을 제거한 뒤 자연 임신으로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
김 교수는 2010년부터 국내 대학병원 최초로 환자 맞춤형 자궁근종 센터를 열고 현재까지 센터장을 맡아왔다. 지난 2월에는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자궁근종연구회에서 ‘자궁근종’ 전문 학술도서 발간하기도 했다. 최근 산부인과로봇학회(SKRGS)에서 신임 회장으로 취임해 국내 자궁근종 치료와 연구를 최선봉에서 이끌고 있다.
김 교수는 “자궁근종의 발병은 여러 연구에서 분만력과 반비례의 관계에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저출산 시대에 가임기 여성의 자궁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은 사회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혼여성이나 출산을 원하는 기혼여성에게 발생한 중증의 자궁근종은 매우 심각한데 로봇수술의 섬세하고 정밀한 기술은 수술 중 자궁 손상을 최소화해 가임력을 보존하는데 매우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며 “퇴원 후 일상으로의 복귀를 빠르고 로봇수술 후 임신을 원하는 부부들에게서 높은 임신율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