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웅 CFA 한국협회장이 우리나라 거버넌스 이슈 가운데 경영권 승계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박천웅 협회장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상장회사의 기업 거버넌스 투자자 매뉴얼’(이하 기업 거버넌스 매뉴얼) 한국어판 발간 기념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경영권 승계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며 "해결하지 않으면 거버넌스 취약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서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유난히 소유욕이 강해 자식한테 회사를 물려주고 싶어한다"며 "이러한 넘을 수 없는 간극을 해결하는 방식이 한국 거버넌스의 첫 번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 협회장을 비롯해 장항진 협회부회장,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등이 참석해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장항진 부회장은 취약한 기업 거버넌스로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에너지 기업 엔론(Enron)사의 분식회계사건과 미국 통신제국 월드컴(worldcom)의 회계 부정 사건, 2000년대 후반 금융 위기 때 도산한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 사건 등을 사례로 기업 거버넌스 관리 실패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장 부회장은 “전세계적으로 기업의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전략과 성과에 따른 투자 분석 트렌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거버넌스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대두되고 있다”며 “이번에 발간한 기업 거버넌스 매뉴얼을 통해 투자자나 주주뿐만 아니라 경영진, 이사회, 감독당국, 시민단체, 언론, 관련 법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CFA 한국협회에서 기업 거버넌스 워킹 그룹장을 맡고 있는 김봉기 대표는 워렌 버핏이 CEO로 있는 기업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Inc.)를 좋은 기업 거버넌스를 갖춘 사례로 소개하며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성과를 공유하고 있는 점 등 국내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점을 제시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지배주주가 사실상 일반주주의 부를 편취해도 불법이 아닌 상법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국내 기업의 이사회는 감시와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사회 유효성이 세계 100위 정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에 발간한 기업 거버넌스 매뉴얼에는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거버넌스 이슈와 위험성 등 투자 시 고려해야 할 요인을 비롯해 글로벌 거버넌스 모범 규준, 각국의 거버넌스 사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 매뉴얼은 CFA Institute가 2005년 첫 발간한 이래 2009년에 2판이 발간됐으며, 지난해에 발간한 3판을 처음 한글 버전으로 출간했다. CFA Institute는 투자전문가들이 모인 글로벌 비영리단체로 글로벌 거버넌스 규범을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CFA 한국협회는 2017년부터 협회내 기업 거버넌스 워킹그룹을 구성해 국내 기업의 거버넌스 연구 및 개선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한국 기업의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2017년부터 매년 ESG 심포지움을 개최하고 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