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한진가 경영권 분쟁이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원태 회장 체제를 공개 지지하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원태 VS 반 조원태(3자 연대) 구도로 좁혀지는 가운데, 조 회장에게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가 최근 조원태 회장 지지를 발표하면서 지분 경쟁 구도가 두 진영으로 나뉨과 동시에 조 회장 측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앞서 '성탄절 소동'으로 인한 모자 갈등과 인하대 학위 취소 위기에 이어 지난달 31일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KCGI·반도건설과 '3자 연대'를 발표하면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은 악화일로를 걷는 형국이었다. 

현재 조원태 회장 측과 3자 연대 간의 지분 차이는 조 회장 측이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으로 분석된다. 

조 회장 지분 6.52%에 조 전무(6.47%)와 이 고문(5.31%), 특수관계인(4.15%)의 지분을 합치면 22.45%가 된다. 여기에 조 회장의 백기사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0%)과 우호지분 카카오(1%)까지 더하면 총 33.45%가 된다. 

'반 조원태' 측은 조 전 부사장(6.49%)과 KCGI(17.29%), 반도건설(8.20%) 지분을 모으면 31.98%가 된다.

여기에 조 회장 측에 희소식이 더해졌다.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3.8%)도 조 회장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이들의 지분까지 합치면 조 회장 측은 3자 연대보다 5%대 차이로 앞서게 된다.

앞서 지난 5일 대한항공 사우회는 "직원들은 조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을 끌고 들어와 경영권을 흔들 경우 고용 안정성이 나빠지고 그룹의 미래도 불투명해진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회사 내부에서 조 회장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조 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직원 친화적인 정책이 피부로 와닿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는 평가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조 전 부사장이 이미 신망을 잃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땅콩항공'을 만든 장본인이 경영 혁신을 주장하는 것은 KCGI가 조 회장 측에 줄곧 이야기하는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KCGI는 6일 "현 경영진이 내는 (경영쇄신) 방안에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며 공격을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KCGI가 진정성을 논할 수 있는가'에 관한 비판어린 시선을 보낸다.

KCGI는 한진 오너일가의 갑질 등 부도덕성을 거론하며 경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해왔다. 오너가의 일원이자 물의를 일으켰던 조 전 부사장과 손잡으면서 명분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KCGI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위해 조 전 부사장과 연대했다며 기존 명분을 이어가고자 하나, 향후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꼴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면서 "사모펀드의 특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KCGI는 오는 10일까지 한진칼 이사후보 주주추천 공모를 받는다. 또 소액주주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 지난 5일 한진칼에 전자투표 도입을 요구한 상태다.

조원태 회장, 소액주주 표심잡기 '속도'... 이사회서 주주친화 전략 '만지작'

조 회장 측은 소액주주들의 표심잡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주친화 카드로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에 나서는 한편 새로운 투자가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휴자산인 송현동 부지와 비주력 사업인 왕산마리나 매각을 포함한 주주총회 안건을 의결했다. 7일 열리는 한진칼 이사회에서도 투명경영 강화 등 주주친화 전략이 나올 전망이다.

3자 연대는 오는 14일 전까지 주주제안을 내놓으며 이에 맞선다.

지난해 한진칼 주총 참석률은 77%였는데 올해 '남매의 난'으로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80%의 참석률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조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려면 출석 주주의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해 40% 이상의 우호지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관건은 기타 주주들을 설득할 명분 싸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KCGI 측은 조원태 회장의 연임 저지가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사외이사 선임 등 다양한 제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