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다수 항공사들은 기존 업황 악화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항공권 환불이 급증함에 따라 자금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항공업계는 '희망휴직'을 잇따라 단행하면서 고정 비용을 최소화하고, 재무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부 지원을 앞다퉈 요구하는 등 비용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이날 국토교통부가 한국공항공사 대회의실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 등 10개 항공사와 인천·한국공항공사 CEO 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재정 부담 감소에 초점을 맞춘 정부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들이 지난해 '보이콧 재팬'과 올해 신종 코로나 여파로 일본과 중국 하늘길이 막히면서 돌파구 찾기에 나선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항공사들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항공업계 피해현황을 공유하고 대응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1월 초 국적 항공사 8곳의 한중 노선은 59개로 주 546회 운항했으나 지난달 23일 중국 우한 지역 봉쇄 이후 운항 편수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2월 첫째 주에 주 380회로 운항 편수가 30% 감소한 데 이어 2월 둘째 주에는 주 162회로 70% 급감한 것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사들 공통적으로 항공기 취득세·재산세 감면, 항공기 부품 관세 인하 등 세재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또 중국 노선을 대체할 신규취항 및 부정기편 운항에 대한 신속한 행정 지원에 한목소리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사태와 같은 대형 이슈로 인한 타격은 항공사 자체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극히 제한적이다. 비용 절감에 온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주기료·착륙료 감면 등을 포함해 국가 차원에서 해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항공업계 파급영향 등 피해 정도에 따라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유예·감면 등 단계별 지원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간담회에서 나온 업계 애로사항과 건의안 등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항공사들, 고정 비용 절감 위해 잇단 희망휴직 조치... 추가 방안 모색 

항공사들은 자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고정비 절감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하나가 희망휴직 조치다. 고정비 중 인건비가 유류비 다음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해서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19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휴직을 받는다. 신청자는 3월 한 달 동안 임의로 휴직 기간을 정해 쉴 수 있다. 

앞서 정홍근 티웨이항공 사장은 지난 4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연속된 악재가 겹쳐 퇴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렵다"며 "기재운영의 최적화, 효율적인 인력운영, 투자계획 재조정 등을 통해 매출감소를 방어하고 비용절감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에어서울도 오는 5월까지 희망자에 한해 2주~3개월간 단기 휴직 신청을 받는다. 

제주항공은 이미 지난달 운항·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5~10일짜리 연차에 무급 휴가를 합해 최대 1개월까지 쉴 수 있도록 했고 이스타항공 최소 15일에서 최대 3개월까지 무급휴직 제도를 상시 진행 중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3~6개월 단기 희망휴직을 받았고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4월부터 무급휴직을 신청하도록 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 기세가 누그러진다 해도 곧바로 여객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전망이라, 항공사들은 희망휴직 외에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확산 속도가 2003년 사스 때보다 훨씬 가파른 탓에 1분기 항공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며 “2월 중순을 기점으로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둔화된다 하더라도 여객 및 화물수요가 즉시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노선 수요는 2분기가 바닥일 가능성이 높고 하반기에 일본노선과 화물수요의 회복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신종 코로나 관련 업종별 지원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는데 직접적 피해를 입고 있는 항공업계에 대한 정책 지원이 포함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