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 건설사 대비 기본설계(FEED) 강점...수주 경쟁력 높아 시장 호전 시 수혜 예상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세계 경제가 공황 수준의 충격에 빠진 데 이어 국제 유가마저 연일 기록적인 폭락세를 이어가면서 주요 산유국을 중심으로 해외수주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저유가 등 영업 환경 악화로 올해 수주목표 달성 미지수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20달러 선이 무너진 19.87달러로 장을 마쳐 지난 2002년 2월 이후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장기화로 원유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합의가 불발되자 국제 원유시장에서는 유가 하락이 급격하게 진행됐다.
지난 12일 우여곡절 끝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주요 산유국 10곳의 모임인 OPEC플러스(+)에서 이뤄진 원유 감산 합의에도 유가 하락의 추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산유국들을 중심으로 올해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 공격적인 수주목표를 세우며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했던 국내 건설사들은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영업 환경 악화로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은 유가에 민감한 화공플랜트 사업 부문의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산유국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올해 수주 목표액으로 10조 5000억 원을 제시했지만 코로나19와 저유가 기조로 온전히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6조 3680억 원으로 이 중 45.2%인 2조 8782억 원이 정유, 석유화학, 가스 등 화공플랜트 사업 부문에서 나왔다. 나머지는 비화공 사업 부문으로 주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그룹 내 산업플랜트 및 인프라 공사가 차지하고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면서 “비화공 부문은 계열사 물량으로 평년 수준인 연간 3조 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화공 부문은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영업활동이 제한돼 달성률이 50% 미만에 머무를 것으로 가정한다”고 말했다.
▲타 건설사 대비 기본설계(FEED) 강점...수주 경쟁력 높아 시장 호전 시 수혜 예상
한편, 삼성엔지니어링이 설계·조달·시공(EPC)뿐만 아니라 기본설계(FEED)에도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다른 건설사들보다 우수한 수주 경쟁력을 갖춰 시장 상황이 호전되면 가장 먼저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성정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저유가의 장기화 여부가 향후 중장기적 해외수주 전망의 핵심 변수”라면서도 “유가의 단기 변동성은 지속되고 있으나 동사가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FEED를 바탕으로 EPC 추진 프로젝트가 많아 유가 안정 시 빠른 속도로 발주가 재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16일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Shell)의 자회사 ‘사라왁(Sarawak) 쉘’로부터 ‘말레이시아 Shell OGP(Onshore Gas Plant for Rosmari Marjoram) 프로젝트’ 기본설계에 대한 낙찰통지서(Letter Of Award, LOA)를 14일 접수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가스 플랜트 프로젝트의 개략적인 설계와 함께 EPC 예산 산출업무를 수행하게 되며, 수행 기간은 11개월이다. 수주금액은 500만 달러 규모(한화 약 60억 원)다.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이번 수주로 글로벌 오일메이저로 불리는 쉘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유럽과 일본 등 글로벌 선진사들이 주로 점유하던 IOC(International Oil Company)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에 수주한 FEED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로 프로젝트 초기 FEED를 수행한 업체는 EPC 수행 연계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말레이시아 사라왁, 멕시코 도스보카스, 미국 PTTDLM 프로젝트에서 FEED를 수행해 올해 EPC 전환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풍부한 프로젝트 경험 그리고 우수한 설계기술력으로 고부가가치 FEED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수행해 발주처 신뢰를 얻고 EPC 연계수주까지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석호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