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절벽·외국산 부품조달 차질...국내 공장 추가 셧다운 불가피
- 자동차산업연합회, 정부에 33조 유동성 호소
이달부터 자동차업계에 '코로나 쇼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위협받으면서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9일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가 국내 완성차 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4월 자동차 수출이 12만6589대로 작년동기대비 43%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시장이 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마비됐기 때문이다.
해외 판매가 반토막 나면서 국내 공장의 추가 셧다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수출 비중이 높은 차종 그리고 대기 수요가 있는 모델 외의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가동 중단이 거론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물량조절 없이 차를 생산하면 재고만 쌓이게 돼서다.
기아차는 소하리1·2공장과 광주2공장에 대해 오는 23~29일 임시 휴업이 검토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 10일 노동조합에 수출 타격으로 휴업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현재 노사는 셧다운 여부와 일정 등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울산5공장 투싼 생산라인 가동을 멈춘 바 있다.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인도 등으로 확산되면서 르노삼성, 쌍용차 등 외국계 완성차 업체의 사정도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이다.
르노삼성은 최근 출시한 XM3가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회사 실적을 견인하고 있지만 닛산 로그 위탁생산 중단에 따른 감소분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은 지난달 수출이 50%가 넘게 빠지면서 수출절벽에 따른 매출 타격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본사인 르노그룹의 수출물량 배정에 회사의 명운이 달린 셈인데 해외 판매망이 무너진 상태라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말했다.
쌍용차도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투자 약속이 무산되며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쌍용차의 차입금은 2540억원가량이다. 회사는 우선 지난 7일 부산물류센터 매각건과 마힌드라로부터 받는 400억원 등을 활용할 방침이다.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노동조합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 요청을 통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외국산 부품조달 차질...국내 공장 '속수무책'
해외 부품 공장의 가동중단은 업계에 또 다른 불안을 낳고 있다. 외국산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완성차업체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고 해외 사정이 언제 좋아질지 가늠하기 힘들어서다.
기아차는 최근 소형 SUV 1위인 셀토스 모델 대부분의 생산을 중단한 게 뼈아팠다. 셀토스에 들어가는 클러스터를 인도 공장에서 전량 공급받는데 현지 공장이 코로나 사태로 임시 휴업에 돌입, 부품 공급이 완전히 끊겼다.
다른 조달 방법이 없는 상태로, 생산 재개는 인도 공장의 셧다운 종료에 달려있다. 셀토스는 기존에도 고객 인도에 2달가량 소요되던 모델이다. 생산 중단에 따른 추가 대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쌍용차는 지난 2일부터 유럽산 부품 부족으로 사실상 무기한 순환 휴업에 들어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 전문가들은 2분기 수출·수요절벽과 유동성 위기와 관련해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완성차업체가 임시 휴업을 늘림에 따라 부품업계의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업계에 32조8000억원의 정부 유동성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운영위원장은 지난 16일 코로나19에 따른 산업계 대책회의에서 "법인세·부가세·개별소비세 납부유예, 4대 보험과 세금 납부기한 연장 등 유동성 지원 방안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