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봉쇄’ ‘생활 방역’ ‘집단 면역’…어느 게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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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봉쇄’ ‘생활 방역’ ‘집단 면역’…어느 게 답일까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4.22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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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와 백신 없는 상황에서 각국 전략 천차만별
코로나19(SARS-CoV-2) 바이러스.[사진=네이처]
코로나19(SARS-CoV-2) 바이러스.[사진=네이처]

코로나19(COVID-19) 이후 시대는 어떻게 될까. ‘포스트 코로나’를 두고 전 세계가 천차만별 대책을 내놓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각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 각국의 대책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국경 폐쇄, 학교와 상점 휴교 등 강력한 ‘봉쇄전략’으로 나서는 국가가 있다. 이 경우 코로나19 확산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하더라도 경제적, 사회적 비용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강력한 봉쇄가 아닌 우리나라처럼 일상생활은 유지하면서 일부 제한 등을 두는 ‘생활 방역’ 전략을 택하는 나라도 있다. 생활 방역은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집단 발병 등 위험성은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언제든 대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은 안고 있다.

마지막으로 스웨덴처럼 그 어떤 봉쇄나 규제 없이 코로나19 이전처럼 생활하는 ‘집단 면역’ 전략을 구사하는 나라가 있다. 영국과 네덜란드, 인도 등도 집단 면역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 면역은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면역력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백신이 없어 집단 면역이 생기기 위해서는 코로나19에 감염돼 회복해야 하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코로나19에 감염돼 회복되면 좋은데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희생이 뒤따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집단 면역 전략을 두고 전 세계 전문가들이 비판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너무 위험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항체 생성률이 낮다는 것도 집단 면역 전략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네덜란드 연구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코로나19 항체 생성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의 혈청 역학 연구결과 코로나19 유행 지역 완치자 중 항체가 생긴 비율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이번 연구는 하나의 연구결과여서 이를 보편적 잣대로 들이댈 수는 없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항체 생성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지금까지는 보고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집단 발병이 일어났던 대구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항체 생성률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항체 생성률이 높으면 ‘집단 면역’ 전략은 성공할 가능성은 크다.

이런 가운데 과학 전문매체 네이처는 최근 ‘집단 면역’ 전략을 내놓은 스웨덴의 앤더스 테그넬(Anders Tegnell) 전염병 학자와 인터뷰를 게재했다. 앤더스 테그넬 박사는 “(집단 면역 전략에 대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집단 면역은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신뢰에 기반’을 둔 코로나19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연합 전 국가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황에서 국경 봉쇄 등의 강경 전략은 무의미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최근 스웨덴 과학자들은 언론에 집단 면역을 추구했던 보건당국의 전략은 실패했다며 강력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 근거로 노인 요양원의 높은 치명률을 꼽았다. 실제 스웨덴의 노인 요양원 치명률(100만 명당 131명)로 같은 유럽권인 덴마크(55명), 핀란드(14명)보다 높았다는 점을 꼽았다.

◆다음은 앤더스 테그넬 박사의 네이처 인터뷰 내용

-코로나19와 관련해 스웨덴의 접근법을 설명해 달라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로 스웨덴도 코로나19 감염자가 확산되지 않는 곳에 집중한다. 가능한 대유행을 막는 게 최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건강관리시스템과 사회가 붕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19의 경우 백신이 나올 때까지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병을 적정한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는 장기적 대책이 필요했다. 다른 국가들이 국경 봉쇄, 상점과 학교 휴업 등을 결정했는데 우리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감염병에 대한 스웨덴 법률은 대부분 개인의 책임에 대한 자발적 조치를 중심으로 한다. 시민이 질병을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지 않을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현재 관련 법률을 적용해 도시를 폐쇄할 법적 가능성은 크지 않다.”

18일(현지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공원에 나온 사람들. [사진=EPA/연합뉴스]<br>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공원에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이른바 ‘집단 면역’ 전략을 쓰고 있는데 이 접근법은 어떤 확신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에 대해 과학적 전략의 근거를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코로나19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는 매일매일 코로나19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다만 다른 유럽 국가의 상점과 학교 폐쇄, 국경 봉쇄 등은 역사적, 과학적 근거에 따른 것이 아니다. 유럽 연합 국가들이 국경 봉쇄 등의 조처를 하기 전에 해당 전략에 대한 효과 분석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 국경을 폐쇄하는 것은 내 판단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코로나19는 지금 유럽 전역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더 큰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상정과 학교를 폐쇄하는 등의 조처는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

-스웨덴 보건당국은 어떻게 이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

“15명 전문가가 매일 아침에 만나 업데이트된 결정과 권고 사항을 이야기한다. 또한, 매주 두 번 정도 지역 당국자들과 회의를 한다. 지금 스웨덴에서 가장 큰 논쟁은 고연령자들의 요양원에 대한 부분이다. 요양원에서 코로나19 치명률이 높다. 다른 이웃 나라와 비교했을 대도 이들에 대한 치명률이 높다. 어떤 권고 사항을 따르지 않았는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지금 조사하고 있다.”

-집단 면역 전략은 전 세계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겠는지. 너무 위험한 전략은 아닌지.

“나는 이 전략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건당국은 지역별 세부 모델링을 발표하면서 입원과 천 명 감염자 당 사망자 측면에서 다른 연구자들보다 훨씬 덜 비관적 결론을 내렸다.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맞다. 앞으로 집중 치료실에 더 많은 사람이 입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는 유럽의 다른 나라도 다르지 않다. 유럽의 그 어떤 나라도 지금의 코로나19 확산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다. 학교에 대해서도 국가 차원에서 계속 개방될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는 지금 감염병의 한가운데에 있으며 과학은 이 단계에서 학교를 폐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효과를 얻으려면 전염병 초기에 학교를 일찍 폐쇄해야 했었다. 젊은 세대가 활동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정신과 신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집단 면역 전략이 성공할 것으로 보는가.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숙제이다. 성공 여부를 알기에는 너무 이르다. 많은 국가가 집단 면역에 도달해야만 한다. 다만 한가지 눈여겨볼 점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 중 재감염된 사례는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집단 면역이 또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아직 모른다.”

-이번 전략에 만족하는지.

“물론이다. 우리는 코로나19가 특히 고연령자에게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실제 우리는 올해 스웨덴에서 독감과 겨울 노로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 씻기가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의 자발적 전략은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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