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
구리 가격 폭등
흔히 구리 가격을 닥터 코퍼라고 합니다. 구리 가격은 경기에 극히 민감하기 때문에 구리 가격이 상승하면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최근에는 그 상관관계에 대해 다른 주장들이 제기되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경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구리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10월 21일을 기점으로 이 가격은 현재 22%나 급등하면서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확정된 후에 10%나 단기 폭등했습니다. 즉, ‘트럼프에 의해서 구리 가격이 상승한 게’ 아니라 ‘트럼프가 상승하고 있는 구리 가격에 불을 붙였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듯 합니다.
구리 가격뿐만 아니라 다른 금속 가격도 급등하고 있습니다.
제조업 호전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그리고 트럼프 효과
구리 가격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 번 째, 현재의 원자재 가격 상승이 환율과 무관하다는 점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원자재 가격은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요, 현재 달러 인덱스는 박스권 상단인 100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두 번 째, 제조업 지표의 호전도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조업의 호전 강도는 아직 미약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합니다.
세번째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입니다. 중국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로 급등했는데요, 이 지표는 무려 4년 8개월 동안 마이너스에 머물다 지난 9월 (+)로 전환되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물가의 상승세가 뚜렷하게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효과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마자 규제 완화, 감세, 그리고 공공 인프라 투자 확대를 들고 나왔는데요, 아직 재정 지출이나 공공인프라 투자의 규모는 나오지 않았지만 기대 심리에 의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가 가장 무섭다고, 아직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점이 오히려 기대 심리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제 시장의 화두는 인플레이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시장의 화두는 이제 인플레이션으로 변할 것이고, 소재 산업재 주가 주목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철강 업종과 건설 업종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이 두 업종 모두 강점과 약점이 있습니다.
철강주의 경우는 철광석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실적 호전 기대감이 높은데요, 수급 상으로도 모든 업종 중 유일하게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가 나오고 있다는 점, 그리고 연말까지 철강 제품가격 인상을 추진한다는 점까지 모멘텀으로 가세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 대선과 관련해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피해를 볼 것으로 꼽혔던 업종 1위가 철강이었다는 점도 한 번쯤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건설업종의 경우 미국의 인프라 투자와 얼마나 연관이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트럼프월드를 지었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주가가 한 때 급등했던 대우건설이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업종 전체적으로도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오는 것은 두산 그룹주입니다. 하필이면 미 대통령 선거에 맞춰 일반청약을 받으면서 흥행에 실패했던 두산밥캣이 기사 회생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공공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 두산밥캣은 당연히 수혜주가 될 것이고, 두산 그룹주 역시 그 후광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이상준 증권 칼럼니스트 help@ohyes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