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은의 가보지 않은 길, 사상 최저 기준금리에 실효하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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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한은의 가보지 않은 길, 사상 최저 기준금리에 실효하한 논란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05.28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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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 우려 표명···전통·비전통 무관하게 수단과 방법 강구
▲ 금통위 직후 기자단 브리핑 중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한국은행 유튜브 채널 캡처)
▲ 금통위 직후 기자단 브리핑 중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한국은행 유튜브 채널 캡처)

 

한국은행이 28일 기준금리를 0.50%로 내리며 실효하한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뜨겁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미 지난 금통위 이후 기자단 브리핑에서 "기준금리 실효하한은 유동성의 함정이나 자본유출 위험 등 다양한 측면에서 특정하는 하나의 이론상 임계치"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비기축통화국이 금리를 내리면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유발할 수 있고, 결국 자본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

기준금리 실효하한에 대한 논쟁은 이미 금통위 내에서 치열하다.

공개된 이전 금통위 의사록을 참고하면 위원들은 "기준금리가 하한까지 도달했을 때 통화당국은 어떤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나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전통적 통화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인 가운데,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에 대한 근본적 논의가 치열한 것.

관건은 아직 누구도 검증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령 한국은행이 실효하한의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도 금통위원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기존 금리정책의 한계나 우려는 물론, 금리 이외의 통화정책 수단에 대한 기대가 의외로 빨리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통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

하지만 현재 미 Fed의 기준금리가 0~0.25%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사실상 실효하한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디플레이션 우려 감안한 통화정책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 하향 조정의 배경으로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인한 세계경제와 국내경제의 둔화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은은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뜻하는 디플레이션 현상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이날 기준금리 하향조정의 배경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및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 농축수산물 가격의 상승폭 축소 등으로 0%대 초반으로 크게 낮아졌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 영향, 수요측면에서의 상승압력 약화 등으로 금년중 0%대 초반을, 근원인플레이션율은 0%대 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근원물가 지표)'는 작년 같은 달보다 0.1% 오르는 데 그쳐 1999년 12월(0.1%) 이후 20여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기술혁신이나 노동생산성의 상승으로 공급가격이 하락해 나타나는 물가하락이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총체적 수요의 급격한 감소에 의해서 초래되는 디플레이션은 경제공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소비자나 기업은 소비와 투자지출을 줄이기 때문에 생산된 상품은 팔리지 않고, 재고가 급증하며, 이에 따라 가격이 낮아지고, 생산도 위축되는, 경기의 악순환 사이클이 반복되는 것.

2차 세계대전을 촉발한 1930년대의 세계대공황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학자 이르빙 피셔는 "경제 전 영역에 걸친 파산 이후에야 상황이 궁극적으로 안정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흔히 체감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 현상이 더 파괴적인 면모를 보인다는 것이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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