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지성·김종중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
- 검찰 "기각 결정 아쉬워…수사에 만전"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9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2년 4개월 만에 다시 수감될 위기에서 벗어났다.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삼성은 구속 위기를 막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 상황에서 일단 최악은 피했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이날 오전 2시께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 측의 "장기간 수사로 검찰이 이미 증거를 대부분 수집했으며, 글로벌 기업인인 이 부회장이 도주할 우려도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원이 "재판에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혀, 이 부회장의 기소 가능성은 남은 상태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 대기하던 이 부회장은 곧바로 귀가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심사는 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9시 7분까지 10시간 37분만에 끝났다. 점심식사와 두 차례 휴정을 제외하더라도 8시간 37분 동안 영장심사가 진행됐다.
검찰은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며 "다만, 영장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이 부회장 등 3명에게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부정거래,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 등은 2015년 5월 이사회의 합병 결의 이후 호재성 정보를 집중적으로 띄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를 동시에 부양하는 등 합병 전후 두 회사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같은해 연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천억원대 회계사기 혐의 역시 모회사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진행된 합병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시세조종·분식회계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보강수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이 기소 여부 판단을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겨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 상태여서 남은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2017년 1월 영장실질심사를 처음 받았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담당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결과는 기각이었다. 그러나 한 달 뒤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가 추가돼 구속영장이 재청구됐고 결국 영어의 몸이 됐다.
이 부회장은 그 뒤 1심에서 받은 징역 5년이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되면서 2018년 2월 1년 만에 석방됐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11일 검찰시민위원회의를 열어 이 부회장 관련 사건을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위위원회에 넘길지를 결정한다. 부의가 결정되면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외부 전문가가 먼저 결정하게 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