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미 국무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촉구하면서 LG유플러스의 결정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 거래 중단과 관련해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23일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미국 국무부 관리가 화웨이 장비 배제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데 대해 "전달할 만한 공식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21일(현지시간) 뉴욕포린프레스센터가 주관한 화상 브리핑에서 "LG유플러스 같은 기업들에 믿을 수 없는 공급업체에서 믿을 수 있는 업체로 옮기라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인센티브가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스트레이어 부차관보는 "미국이 인센티브를 제공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를 심각한 안보 사안으로 여긴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떤 업체든 화웨이 기술을 사용한다면 중국 공산당에게 해당 통신기술에 지장을 일으키거나 감시 도구로 사용할 능력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한 빨리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로 옮기는 것이 기업에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 14일 공식석상에서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는 통신사를 '깨끗한 통신사'라고 하면서 SK와 KT를 거론한 바 있다. 같은 날 영국은 2021년부터 화웨이 5G 장비 구매를 중단하고 2027년까지 모든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LG유플러스는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요구로 인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회사는 효율성을 고려해 이미 장비를 도입해 사용 중이고, 공식적으로 화웨이 장비의 보안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웨이 기지국 장비는 국제 CC(Common Criteria·공통평가기준) 인증을 획득했다.
특히 미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5G뿐만 아니라 LTE에 적용된 모든 화웨이 장비를 걷어내야 하는데 수조원대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3년부터 4G LTE 전국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교체 규모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LTE까지 포함해서 (전체 장비의) 3분의 1"이라며 "사실상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 속에서 LG유플러스가 선택을 강요받는 모양새가 되면서 회사의 결정에 따라 중국의 보복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지정학적인 위치를 고려할 때 중국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외교부는 미 국무부가 LG유플러스에 화웨이 거래 중단을 촉구한 것에 대해 "민간부문에서 장비 도입은 정책적으로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