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계열사 100여개 확장, 언택트 시대 타고 수익성 개선
- 네이버, 공정위 재계 서열 41위...이해진, 소프트뱅크 합작사 'A홀딩스' 초대 회장 올라
- 이해진 VS 김범수, 공통점 많지만 NHN서 결별 후 라이벌 구도 형성
- 넥슨, 넷마블 등 게임주 '각광'...셀트리온, 씨젠 등 바이오 시총 급등
- “전통 제조업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 경제가 회복하려면 이들 기업의 주가가 회복돼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IT, 바이오 등 언택트 산업이 급부상하면서 재계 서열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GIO는 언택트 시대를 맞아 사업 확장의 전면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26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현대차 35조7894억 원, 카카오 34조5015억 원으로 대등한 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시총 순위는 재계 서열 톱10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촉발된 언택트 시대는 카카오를 비롯 네이버, 넥슨, 넷마블 등 IT-게임 '4인방'의 서열을 지속적으로 높여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카카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2020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기준으로 5년 전 재계 서열 65위였으나 올해 5월 발표된 순위는 23위로 급상승했다.
공정위 기준이 코로나19 사태를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카카오는 또 급등해 재계 서열 '톱10'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가 발표한 ‘2020년 1월 2일 대비 5월 22일 시가총액 100대 기업 순위 변동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계 서열 변동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카카오는 시총 22위에서 9위로 뛰어올랐다. 또한 삼성SDI(18위→7위), LG생활건강(12위→8위) 등도 시총 '톱10 클럽' 멤버로 새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현대모비스(6위→12위), 포스코(9위→16위), 삼성물산(10위→11위)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바이오 열풍을 타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톱10을 굳건히 지켰다.
특히 연초 대비 시가총액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곳은 순위가 가장 크게 오른 ‘씨젠’이다. 씨젠은 연초 8119억 원으로 1조 원에도 못 미치던 시가총액이 최근에는 2조 8778억 원으로 254% 넘게 증가했다.
공정위가 지난 5월 발표한 '2020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에서도 언택트 시대의 큰 흐름은 관측된다.
카카오는 지난 2016년 자산 5조원을 넘겨 인터넷기업 중 처음 준대기업집단에 선정된 후 매년 성장을 거듭해 재계 서열 23위에 올랐다.
카카오는 지난해 자산 총액 10조원을 넘기며 제조업이 아닌 인터넷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에 포함됐다.
카카오의 자회사는 무려 100여개에 달한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게임·택시·쇼핑·금융·연예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해왔다.
과거 발못을 잡았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카카오는 올해 2분기에 매출 9529억원, 영업이익 97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142% 급증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카카오를 창업할 때 ‘대한민국에 없는 회사’를 만들어보겠다는 도전의식이 있었다"며 "그때 사람이나 시스템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일을 한다는 믿음을 갖고 영어 호칭, 모든 정보 공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수 있도록 많은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 2009년 12월 이름도 생소한 ‘카카오톡’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카카오톡은 '대세'가 됐다.
카카오게임즈가 다음달 11일 카카오 계열사 가운데 첫 번째로 상장한다. 이는 게임 사업에 조예가 깊은 김범수 의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 재계 서열 52위에서 올해 41위로 상승했다. 매출이 카카오 보다 큰데도 순위가 낮은 것은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때문이다.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는 창업 후 네이버를 포털 1위로 안착시킨 뒤 해외 진출에 집중해왔다.
이해진 GIO는 최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법인 'A홀딩스'의 초대 회장을 맡기로 했다. 앞서 이해진 GIO는 1999년 네이버를 설립한 이듬해인 2000년 11월 네이버재팬을 설립하고 일본 진출에 나섰다. 네이버의 100% 자회사인 '라인'은 일본의 메신저로 성공했다.
특히 네이버는 1997년 3월 삼성SDS의 사내벤처로 탄생됐다는 점에서 삼성을 모태로 한 성장 신화가 주목받기도 한다.
김범수 의장과 이해진 GIO는 특별한 사이다. 둘 다 서울대 86학번 공학도 출신에다가 입사 동기, 벤처창업자 등 공통분모가 많다. 삼성SDS에 입사 후 이해진GIO는 네이버컴, 김범수 의장은 한게임을 창업했고 NHN으로 한 솥밥을 먹게 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성격 등 차이로 결별하고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로 라이벌 구도를 벌이고 있다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넥슨, 넷마블 등 게임기업도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넥슨은 재계 서열 42위, 넷마블은 47위다.
김정주 NXC 대표는 카이스트 박사 과정 시절이던 1994년 아버지에게 6000만원을 빌려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넥슨을 창업한 이래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잇단 성공으로 신화를 썼다.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PC 게임 강자라면 넷마블은 단연 모바일 게임 최강자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지난 2000년 겨우 자본금 1억원, 직원 8명과 함께 창업한 후 온라인 게임 퍼블리싱 등으로 시장 변화를 이끌었다.
바이오산업도 서열 상승이 크다.
셀트리오은 지난 2016년 재계 순위 59위로 대기업집단에 처음 이름을 올린 후 올해 자산 규모 8조8380억원으로 4년 만에 14계단 껑충 뛰어오르며 재계 45위를 차지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2000년 대우그룹이 파산하자 당시 대우자동차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함께 맨몸으로 창업에 나섰던 성공 스토리도 회자된다.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등을 비롯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석권했다.
씨젠은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로 올해 가장 급등했다. 씨젠은 올해 초 시총 순위 220위에서 최근에는 60위권대를 오르내릴 정도다.
천종윤 씨젠 대표는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이 퍼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직후 곧장 진단시약 개발에 착수했다. 씨젠은 2주 만에 코로나19 진단키트 ‘올플렉스(Allplex 2019-nCoV Assay)’를 개발해냈다.
LG화학, 삼성SDI 등 2차 전지 관련 기업의 상승도 주목받았다. '한국판 뉴딜' 등에 따른 미래 자동차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
LG화학의 26일 종가 기준 시총은 53조4384억 원, 삼성SDI 시총은 31조3910억원에 달한다. 시총 상위권에 해당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계 서열 변화는 내년 5월 공정위 발표를 통해 공식화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바이오, 언택트 산업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향후 재계 서열 변화가 주목받는 이유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는 바이오, 2차 전지 종목을 비롯해 게임 및 비대면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한 반면 상당수의 전통 산업군에 있는 업체들의 시가총액은 감소한 특징을 보였다”며 “전통 제조업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 경제가 회복하려면 이들 기업의 주가가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