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LIG에서 온 KB손해보험, 금융지주 '비은행 강화' 인수의 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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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LIG에서 온 KB손해보험, 금융지주 '비은행 강화' 인수의 교본
  • 윤덕제 기자
  • 승인 2020.11.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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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1월 구자원, LIG건설 투자자에 대한 피해보상 마련 위해 LIG손해보험 주식 전량 매각 발표
- KB금융지주, 막판에 롯데그룹 따돌리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후 인수 완료
- 대형 손해보험사 인수로 KB의 비은행 분야 비중 확대 전략 성공, KB손해보험의 손보업계 위상 축소는 '숙제'
올해 출범 5주년을 맞이한 KB손해보험 양종희 사장. 지난해 3연임에 성공했다. [사진=KB손해보험]

7년 전, LIG그룹은 그룹 총 매출 12조원의 80%가 넘는 10조원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 LIG손해보험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LIG손해보험은 손해보험업계 시장점유율 13.8%로,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와 함께 '빅4'로 불리는 대형 손보사였다.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지주가 선정됐다. 인수제시가격은 6400억원 수준. 그리고 다시 1년 뒤 KB금융지주는 LIG손해보험의 지분 19.47%를 6450억원에 취득함으로써 지주 내 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자산이 큰 자회사를 보유하게 됐다. KB금융지주는 비은행부문 강화의 든든한 초석을 마련한 것이다. KB금융지주는 LIG손해보험을 인수한 이후 수익 상승과 직결되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등에서 위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내 시중 은행이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리딩뱅크'의 열쇠는 비은행 부문으로의 수익구조 다변화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은행 부문에서의 성과만으론 한계가 있으니 금융지주의 순위를 가르는 건 비은행 부문이라는 해석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중량감있는 매물이 나오면 4대 금융지주 모두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항상 열려있다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올해 4월 KB금융지주가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생명보험업 강화를 위해 알짜 매물로 알려진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의 일이다.

올해 3월 숙환으로 별세한 故 구자원 LIG그룹 회장[사진=LIG 제공]

 

◆ 그날

 구자원, "매각 외엔 대안이 없다"...LIG손해보험 내놓으며 그룹 해체 수순으로

2013년 11월 19일, LIG그룹 구자원 회장은 자신과 오너 일가가 보유한 LIG손해보험 주식 전량과 경영권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계열사인 LIG건설 CP(기업어음:기업체가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어음)사건의 피해 보상을 위한 재원 마련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매각을 위해 나온 LIG손해보험 지분은 구자원 회장의 장남인 구본상 LIG그룹 부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16명이 보유한 1257만 4500주, 지분율 20.96%였다. 이는 경영권을 포함한 대주주 일가의 소유 지분 전체다.

LIG그룹은 1999년 LG화재가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하면서 출발했다. 그룹을 이끌던 구자원 회장은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의 첫째 동생인 고(故) 구철회 전 LIG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사촌동생이기도 하다. 그는 LIG로 사명을 변경하고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으나 인수한 건설사가 부실의 역풍을 몰고 오면서 그룹을 요동치게 했다. 

그룹은 2006년 LIG건설을 인수했으나 이후 부동산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2011년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2000억원 규모의 사기성 CP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 이 일로 인해 구 회장과 장남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이 구속되고 차남인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도 재판에 넘겨지는 등 그룹 오너 경영진이 한꺼번에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나서지 못하는 지경에 빠졌다. 사태 해결 방안으로 핵심 계열사인 LIG손해보험 매각 카드를 꺼낸 것이다.

당시 LIG그룹의 사업부문은 크게 LIG손해보험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 부문과 LIG넥스원 등 방산·제조부문, 그리고 LIG시스템 등 IT의 3개로 구성돼 있었다. 이 중 LIG손해보험의 그룹 내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2012년 기준 LIG그룹의 전체 매출은 12조원으로, 이 중 LIG손해보험의 비중이 86%에 달하는 10조3000억원이었다. 매각이 완료된다면 그룹 사업의 가장 큰 축이었던 금융부문이 사라지는 동시에 회사의 외형도 7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판이었다.

매각이 발표된 LIG손해보험은 당시 손보업계 4위권의 대형 보험사로서 다른 손보사가 인수하면 단번에 상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는 회사였다. 또한 생명보험사를 소유한 금융지주가 인수한다면 은행에 쏠려있는 수익구조를 크게 개선하는 효과를 거두는 매물이기도 했다. 

2013년 손해보험업계는 삼성화재가 시장점유율 약 26%, 현대해상 17%, 동부화재(현,DB손보) 16%, LIG손보가 14% 수준으로, 점유율 순위 2~4위사 간 격차가 근소했다. 다른 손해보험사가 인수할 경우 시장 구도가 완전히 바뀌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예상하는 LIG손해보험의 매각 예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4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구 회장은 LIG손해보험 매각 배경에 대해 "투자자 피해 보상과 LIG손해보험 성장을 위해 지분 매각 외엔 대안이 없었다"며 "이는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으며 고용승계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LIG그룹은 사실상 그룹 해체의 길에 접어들면서 금융 중심이던 사업영역이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구 회장은 올해 3월 28일 별세했다. 

LIG손해보험 인수에 공을 들인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왼쪽)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사진=각사 제공]

◆ 그후

 치열한 인수전, "노동조합이 KB 원했다"

구 회장의 발표 이후 투자금융업계와 보험업계는 LIG손해보험 매각에 따른 업계 구도 개편 및 잠재 인수 후보군 파악에 분주했다. 당시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매각가격을 추정하면서 현대해상 등 당시 2위권 손해보험사들은 LIG손해보험의 인수 여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대신 이들은 잠재 인수 후보로 자금 여력이 있는 우리·신한·KB·하나 등 국내 금융지주사들을 지목했다.

LIG손보 매각 발표 한달 후인 2013년 12월 19일, LIG그룹은 매각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하면서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시작했다. 다음 해 2014년 3월 예비입찰에는 롯데손해보험과 동양생명, KB금융지주 등 10여곳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MBK파트너스, H&Q, 자베즈파트너스, LB인베스트먼트 등 PEF 운용사들도 인수전에 참여했으며, 중국 푸싱그룹 등 해외 대형 보험사들도 제안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롯데손해보험과 동양생명을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로 보았다. 롯데손해보험이 LIG손해보험을 인수할 경우 업계 2~3위 자리도 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에 적극적이라는 해석이었다. 또한 시장은 금융지주가 LIG손보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무척 큰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M&A업계 관계자들은 매물로 나온 LIG손보 지분이 30%가 안돼서 금융지주사가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자사주를 10% 가량 더 사야 하는 점 때문에 실제 매입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KB금융지주가 실탄은 충분하지만 ING생명 인수 때처럼 이사회의 반대로 최종 입찰에 참여할 수 있지는 의문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었다.

바야흐로 선수 입장. LIG손해보험 매각 본입찰에는 롯데그룹, KB금융지주, 동양생명과 함께 5개사가 참여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막판 눈치싸움이 치열했다. 당시 LIG손보의 몸값은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 5천억원대로 예상됐다. LIG그룹과 골드만삭스는 본입찰 결과를 바탕으로 우성협상대상자 선정에 나섰다. 다만 강성노조로 알려진 LIG손보 노조가 롯데·사모펀드·외국계 그룹에 대한 매각 반대에 강경하게 나서고 있어 매각 작업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당시 노조는 "LIG 구성원의 고용보장, 노동조건 개선, 고객가치 제고, 회사의 장기적 발전 계획, 보험사 경영 능력,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인수적격후보자"라며 "지금까지 거론된 인수후보들은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대성명서를 냈다.

결국 2014년 6월 11일 LIG그룹은 KB금융지주를 LIG손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KB금융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배경은 국내 대표 금융지주인 KB금융과 LIG손보가 합쳤을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됐다. 더불어 보험사 경영능력 부족 등으로 롯데손해보험의 인수를 강하게 반대해 온 LIG손보 노조의 입김도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더해졌다. KB금융지주는 LIG손보 경영권 지분 19.83% 인수 가격으로 6400억원을 제시했다.

롯데그룹은 이보다 높은 6500억원을 제안했으나 LIG손보 노조의 강경한 반대에 고배를 마셨다. 당시 업계에서는 롯데가 다른 입찰자보다 더 많은 인수금액을 쓰면서까지 LIG손보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롯데의 보수적인 기업문화와 롯데손보와 겹치는 업종에 따른 고용승계의 불안감이 LIG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부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2014년 12월 24일 KB금융지주의 LIG손해보험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 그리고 다음해 2015년 6월 24일 LIG손보는 KB손해보험으로 문패를 바꾸고 공식 출범했다. 인수자 KB금융은 초대 대표이사로 김병헌 사장을 선임하며 조직안정에 힘을 쏟았다. 김 사장은 LG그룹 출신으로 LIG손보의 마지막 대표이기도 했다. 이후 2017년 7월 3일에서야 KB손해보험은 LIG그룹에서 KB금융지주로 소속을 옮기고 KB금융지주의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KB손보 주주의 보유주식 전량을 공개매수를 통해 인수 완료했다.

올해 6월 KB손해보험 출범 5주년 기념식의 양종희 사장(오른쪽)[사진=KB손해보험]

 

◆ 그리고 앞으로

뚝심의 양종희, '내재가치' 상승에 성공...실적 하향 추세 극복 숙제

2016년 3월 18일 KB손해보험은 정기주총에서 양종희 KB금융지주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본격적인 KB금융의 DNA 이식이 시작된 것이다. 양종희 사장은 KB금융지주 전략기획 담당 상무 시절에 LIG손해보험 인수 작업 총괄하며 전무를 건너뛰고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보험업에 대한 경험 부족이 약점으로 지목됐지만, 그룹 내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하고 계열사 간 신속한 업무체계를 구축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취임 이후 3연임에 성공하며 KB금융그룹 내에서 보험 계열사를 총괄할 대표적인 수장으로 손꼽히고 있다. 최근 자회사로 편입을 완료한 푸르덴셜생명의 성공적인 그룹 내 안착을 위해 오는 12월 임기만료 후 연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는 KB금융 내 보험부문장도 함께 맡고 있다.

양 사장은 취임 이후 줄곧 '고객과 가치중심 경영'을 원칙으로 한 경영철학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 출범 5주년을 맞아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된 사내 방송에서 "100년 후에도 고객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튼튼한 회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치경영의 본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저출산·저금리·저성장의 3중고에 시달리는 보험산업의 구조적인 불황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내재가치(EV, Embedded Value) 상승에 성과를 보였다는 평이다. 내재가치란 보험사가 보유한 순자산가치와 보유계약가치를 더한 값으로 보험사의 장기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M&A시 가치 측정을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올해 3분기 KB손해보험의 내재가치는 7조9370억원으로 전년동기 6조8070억원 대비 17% 가량 증가했다. 2018년 3분기에는 4조1670억원으로 최근 3년간 90% 이상 지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포화시장과 저금리 및 새로운 규제 환경에서도 보유계약의 가치를 높여야 지속 성장 가능하다는 보험업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한 뚝심의 결과다.

최근들어 시장도 양 사장의 가치중심 경영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달 22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금융사 CEO 61명의 지난해와 올 상반기 경영성적을 점수로 환산한 결과, 양종희 사장은 손해보험사 CEO 중 가장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손보사 톱 10 평균 62.97점 보다 7점 이상 높은 70.12점을 획득했다. 주요 평가 항목에는 매출성장율, 연평균성장률(CAGR) 초과수익률, 자가자본이익률(ROE), 부채비율, 고용증가율 등 5개 부문으로 지난해와 올 상반기 경영성과를 50 대 50으로 평가했다. 2016년 3월 취임 이후 뛰어난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KB손해보험의 가치를 높인 성과가 실적으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올해 양 사장은 '고객중심 경영 및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자 모든 프로세스와 조직체계를 개편하고 고객 니즈에 맞는 상품과 디지털 혁신을 통한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실적악화는 고민거리다. KB손해보험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86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0.2% 감소했다.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손해율 상승에 따른 보험손익 부진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343억원을 기록해 2018년의 2623억원 대비 10.7% 줄었다. 인수 초기인 2015년말 기준 1737억원의 당기순이익이 2016년말 3012억원, 2017년말 4302억원 기록하며 매년 1000억원 이상씩 늘었으나, 이후 계속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 사이 손해보험업계 시장점유율도 인수 당시 보다 1% 이상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원수보험 시장점유율은 12.2%를 기록하며 10% 대를 돌파한 5위사 메리츠화재와의 격차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으로는 5위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신한금융지주와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지주 입장에서는 KB손해보험의 실적 부진이 아쉽다는 평가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 사장이지만 12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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