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안재현, ESG경영으로 SK건설 비전 제시...건설업 패러다임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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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안재현, ESG경영으로 SK건설 비전 제시...건설업 패러다임 바뀌나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0.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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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대 건설사 중 가장 젊은 전문경영인은 SK건설의 안재현 사장이다. 그는 3년 전인 지난 2017년 12월 SK건설의 사장으로 승진했다. 

건설업종은 가장 오래된 업종 중 하나이며, 가장 보수적인 업종의 하나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회사 출신인 안 사장은 완전히 새로운 건설업의 비전을 만들어가고 있다. 

안 사장의 경영 활동 중 주목할 부분은 바로 ESG(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 경영을 착실히 정착시켜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굳이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과 연관짓지 않더라도 세계적인 흐름이며, 최근에는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최고의 경영기법으로 간주되고 있다. 

ESG경영은 '사회책임투자'(SRI) 혹은 '지속가능투자'의 관점에서 기업의 재무적 요소들과 함께 고려해 사회적·윤리적 가치를 반영한다.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하던 전통적 방식과 달리,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ESG의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한다. 기업의 ESG 성과를 활용한 투자 방식은 투자자들의 장기적 수익을 추구와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는 경영기법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이 ESG 평가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영국(2000년)을 비롯해 스웨덴,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다. UN은 지난 2006년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 이슈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국내 건설기업 중 ESG경영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기업은 안 사장의 SK건설인 것으로 보인다. 

◆ 그날

가장 젊은 건설회사 CEO의 등장...그만큼 큰 기대와 책임감

안재현 SK건설 사장 [사진=SK건설]
안재현 SK건설 사장 [사진=SK건설]

안재현은 2017년 12월7일 SK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SK건설 글로벌비즈 대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글로벌사업 전문가로 SK건설의 해외사업 회복의 중책을 맡겨진 셈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그의 나이다. 그는 1966년생으로 만 51세에 국내 4대 그룹의 건설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건설업에서 두드러질 만큼 젊은 전문경영인이다. 김형(56년생) 대우건설 사장과는 10살 차이다. 다른 주요 건설사 사장들에 비해서도 젊다. 박동욱(62년생) 현대건설 사장, 임병용(62년생) GS건설 사장, 하석주(58년생) 롯데건설 사장, 한성희(61년생) 포스코건설 사장, 이영호(59년생)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에 비해 확실히 젊다. 굳이 비슷한 연배를 꼽자면 오너경영인인 이해욱(68년생) 대림산업회장 정도다.

SK그룹은 그에게 뭔가 다른 것을 주문했다고 보인다. 기존 건설업계의 생존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생존과 성장의 공식을 찾아내야 하는 책임을 짊어진 것이다.  

안 사장은 대우와 대우증권을 거쳐 SK그룹으로 자리를 옮겼고, SK건설에는 글로벌마케팅 부문장으로 입사했다. 즉, 그는 건설업계 출신이 아니다. 새로운 건설회사의 생존법을 찾기에 안 사장만한 적임자도 없다는 업계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부분의 기업집단이 건설회사 하나쯤은 갖고 있다. 하지만 모든 건설회사가 SK건설만큼 ESG경영을 추구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 그후 ...2018년 12월 CEO로 승진...ESG경영으로 미래 건설업 비전 제시

SK건설은 10위권 안팎의 도급순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아파트 재건축, 재개발 시장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실적이다. 

요즘같이 아파트 시세가 좋을 때는 아파트건설, 특히 재건축 시장에서 돈 벌기가 가장 쉽다. 건축비를 부풀리더라도 아파트 가격만 높여준다면 조합원들이 큰 불만을 품지 않는다. 일부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 단지에서의 수주전은 때로는 도를 넘기도 한다. 그만큼 관행적으로 막대한 이권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주요 아파트 재건축 각축전에서 SK건설의 이름을 보기는 흔치 않다. 반면에 SK건설은 철저히 ESG부문과 해외 수주 부문에 집중하면서 탁월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8년 있었던 라오스 댐 붕괴 사고로 인해 해외 수주에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친환경과 신에너지부문의 강점을 살려 차근차근 해외수주를 풀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같은 안 사장의 ESG경영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방침과도 맥이 닿아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18년 그룹 CEO세미나에서 “친환경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 등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라”고 언급했고, 지난달 열린 CEO세미나에서도 "친환경 노력은 모든 관계사가 각자의 사업에 맞게 꾸준히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지난 9월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ESG를 기업 경영의 새로운 축으로 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SK건설은 지난달 24일 아산시, 완성개발과 함께 충청남도 아산시 ‘선장 친환경 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날 단지는 산업단지 내부에서 발생되는 폐자원 등을 자체 처리하는 시설을 갖춘 친환경 단지다. 

안 사장은 이날 “이번 협약을 통해 선장 친환경 일반산단 조성을 위한 첫 걸음을 뗐다”며 “SK건설이 ESG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친환경적이고 지역 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산업단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재현 SK건설 사장(왼쪽 다섯번째), 강경성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왼쪽 여섯번째), 구자근 국회의원(왼쪽 일곱번째), 장세용 구미시장(왼쪽 여덟번째)이 블룸SK퓨얼셀 제조공장 개관을 축하하는 터치버튼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사진=SK건설]
안재현 SK건설 사장(왼쪽 다섯번째), 강경성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왼쪽 여섯번째), 구자근 국회의원(왼쪽 일곱번째), 장세용 구미시장(왼쪽 여덟번째)이 블룸SK퓨얼셀 제조공장 개관을 축하하는 터치버튼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사진=SK건설]

지난달 20일 경북 구미에서는 블룸SK퓨얼셀 제조공장의 준공 기념식이 있었다. 블룸SK퓨얼셀은 SK건설과 세계적인 연료전지 제작사인 미국 블룸에너지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SOFC)의 국산화를 위해 올해 1월 세운 합작법인으로, 지분율은 SK건설이 49%, 블룸에너지가 51%다.

SK건설은 글로벌 친환경 분산전원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장기 비전을 갖고 SOFC 국산화를 위해 오랫동안 꾸준히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블룸에너지와 SOFC 국내 독점 공급권 계약을 체결하며 연료전지 사업에 첫 발을 뗀 후 블룸에너지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해왔다. 

양사는 지난해 9월 SOFC 국산화에 뜻을 모으고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했으며, 올해 7월 구미 제조공장에 생산설비를 구축해 SOFC 시범 생산에 들어갔다. 생산규모는 내년 연산 50MW로 시작해 오는 2027년 400MW까지 점차 확대할 계획이며, 빠르면 내년 1월 착공하는 연료전지 발전소부터 공급할 전망이다. 

SK건설 관계자는 "이번 SOFC 국내 생산은 세계 최고 사양 연료전지의 국산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화성연료전지발전소 전경 [사진=SK건설]
화성연료전지발전소 전경 [사진=SK건설]

SK건설은 지난 9월 3일 현존하는 최고 효율의 아시아 최대 규모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SOFC) 발전소인 화성연료전지 발전소를 준공하고, 주민상생형 파주연료전지 발전소의 상업운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SK건설은 하루 전인 2일에는 국내 최대 환경플랫폼 기업 EMC홀딩스(이하 EMC) 지분을 전량 인수하며 친환경사업에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전날 열린 이사회 결의에 따라 사모펀드 운용사 어펄마캐피탈과 EMC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것이다.

이 계약을 통해 SK건설은 약 1조원을 들여 EMC 지분 100%를 인수했다. EMC는 하·폐수 처리부터 폐기물 소각·매립까지 전 환경산업을 아우르는 종합 환경플랫폼 기업이다. 전국 970개의 수처리시설과 폐기물 소각장 4곳, 매립장 1곳을 운영 중이며 수처리 부문 국내 1위 시장점유율 사업자다.

SK건설은 EMC의 사업을 기반으로 리유즈·리사이클링 등의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도입해, 기술력 중심의 친환경기업으로 성장해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18일에는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국내외 15개 해상풍력 설계∙제작∙시공사와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 추진을 위해 기술 개발 및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안재현 SK건설 사장(왼쪽)과 박인원 두산중공 Plant EPC BG장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SK건설]
안재현 SK건설 사장(왼쪽)과 박인원 두산중공 Plant EPC BG장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SK건설]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은 해저면에 기초를 세우지 않고 먼 바다에 풍력발전기를 부표처럼 띄워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입지 제약에서 자유롭고, 환경 및 자연경관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으며, 양식업 등 어업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난 13일에는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글로벌 디벨로퍼와도 손을 잡았다. SK건설은 글로벌 녹색에너지 개발∙투자 전문기업인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GIG) 및 프랑스계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토탈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K건설은 이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강원도 춘천시청에서 춘천시, 강원도시가스, 글로벌에너지인프라와 ‘춘천시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연료전지 발전사업 추진을 위한 공동사업개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연료전지발전은 연소가 아닌 화학반응을 이용한 발전방식으로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미래지향적인 발전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동시에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에 도시가스 공급 배관망을 추가로 설치하는 사업이다.

또한, SK건설은 지난 2018년 울산 동남해안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통해 발전허가를 취득하며 이 분야에 첫 발을 내딛었으며, 올해 초부터는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왔다. 현재는 울산에서 136MW, 서해안에서 800MW 규모 사업을 개발 중이다.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정유공장 전경 [사진=SK건설]<br>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정유공장 전경 [사진=SK건설]

SK건설은 해외수주에서도 한결같은 행보를 보였다. 지난 7월6일 우즈베키스탄 국영석유가스공사인 UNG와 6억 달러(약 7180억원) 규모 부하라 정유공장 현대화사업의 설계서비스 계약(Engineering Service Agreement)을 체결했다. 당시 수주금액은 720만 달러(약 86억원) 규모다. 

당시 SK건설은 "올해 친환경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친환경 사업모델 및 기술 개발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앞서 지난 2월에도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 건설회사인 위카(PT Wijaya Karya, ‘WIKA’)와 친환경 아스팔트 사업을 위한 기술서비스 협약 및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친환경 기술개발, 상업화 플랜트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 사장은 지난해 호반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에 밀려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11위를 기록해 10위 밖으로 밀려난 것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SK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평가액 4조2587억원을 기록했으며 2018년 9위에서 2계단 낮아진 11위로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순위는 5조1806억원으로 다시 10위를 기록하면서, 10위권에 안착했다. 결국, 안 사장은 ESG와 재무적 성과까지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시공능력평가는 국내 건설사의 공사실적,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를 종합 평가하는 건설 역량 순위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10위 안에 들면 10대건설사로 불리며 국내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대형건설사로 상징성을 지닌다.

그리고, 앞으로

오는 2023년까지 SK건설 이끌며 건설업의 패러다임 바꿔주길 기대 

안 사장의 친환경·스마트 경영은 눈부시다. ESG경영 성과도 탁월하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20일 SK건설은 친환경사업부문을 신설하고, 에너지기술부문을 신에너지사업부문으로 개편하는 등 기존 5사업부문 2센터 46그룹 19담당 92팀에서, 6사업부문 2센터 48그룹 18담당 88팀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파주 연료전지발전소 전경 [사진=SK건설]
파주 연료전지발전소 전경 [사진=SK건설]

친환경사업부문은 스마트그린산단사업그룹, 리사이클링사업그룹 등의 조직으로 안 사장이 직접 사업부문장을 맡아 총괄하고 있다. 

스마트그린산단사업은 산업단지를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친환경 제조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 10대 추진과제에 포함됐다. 

리사이클링사업그룹에서는 순환경제 관점에서 일상생활부터 산업현장까지 사용 후 버려지는 폐기물을 친환경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3개월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그간 보여준 것보다는 앞으로 보여줄 것이 당연히 더 많을 것이다. 

안 사장은 “고객 및 시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기술개발을 통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해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행복을 함께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이번 조직개편을 발판으로 앞으로도 사회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의 약속은 단순한 레토릭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는 이미 지난 3년 동안 수많은 일들을 실천에 옮겼기 때문이다. 그는 2018년 라오스 댐 붕괴사고와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10대 건설사에 SK건설을 안착시킨 그의 나머지 약속들은 지켜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금은 10대 건설사 중 가장 매출규모가 작지만, 10년 후 어떤 건설사가 최고의 건설사가 될 것인지에 대한 후보를 논한다면 SK건설을 빼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료정리=녹색경제]

 

 

 

김의철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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