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량 증대 필요성, 음성군 산업단지 확대 계획 등 근거로 설비 투자에 대한 가능성 꾸준히 제기돼
- DB하이텍, "산업단지 확대는 이전부터 계획한 일"…조 단위 투자규모에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
파운드리 업계 호황으로 연일 공장을 '풀가동' 하고 있는 DB하이텍을 두고 설비 증설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DB하이텍이 음성군 공장 주변 용지 확대에 나섰다는 소식에 업계의 기대감은 더 커지고 있으나, DB하이텍 측은 여전히 투자에 신중한 입장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DB하이텍의 경기도 부천시와 충청북도 음성군 공장 두 곳은 모두 100%에 근접한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DB하이텍 주력으로 생산하는 PMIC(전력관리반도체), 이미지센서, DDI(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사용되는 8인치(200mm) 웨이퍼 수요가 지난해부터 급증했기 때문이다.
DB하이텍은 연간 생산량을 2018년 11만7000장에서 지난해 기준 13만장까지 늘렸으나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올 상반기는 고객사들의 수주로 스케쥴이 이미 꽉 찬 상태이며 하반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DB하이텍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설비 증설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특히 DB하이텍이 최근 충북 음성군 상우공장이 위치한 음성상우산업단지 주변 산업시설용지를 확대에 나서 이러한 주장에 더욱 힘이 실렸다.
지난 2019년 5월 본격 착공에 들어간 음성상우산업단지의 현재 규모는 58만1884㎡에 달한다. DB하이텍은 이 중 13만7220㎡를 상우공장 부지로 활용하고 있으며, 약 5만㎡의 용지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상우공장은 경기도 부천 공장에 비해 설비 증설이 더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상우공장은 건설 당시 총 2동의 건물로 지어졌는데, 현재 DB하이텍은 이 중 1동 만을 사용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빈 건물과 추가 용지를 활용하면 설비 증설이 수월하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DB하이텍은 용지 확대와 설비 증설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음성상우산업단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계획된 사업으로 용지 확대 역시 이전부터 논의되어 온 것"이라며 "추가 용지는 분양 사업으로 활용할 예정이며 설비 증설 가능성과는 관계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DB하이텍은 아날로그반도체 전반을 제조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반드시 매출과 수익성 증대로 직결된다고 볼 수 없다. 최근에는 버틀넥 공정에 대한 보완투자로 생산규모를 늘리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높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설비 증설 계획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정해진 사항이 없다"는 기존의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DB하이텍은 조 단위의 투자 규모가 필요한 설비 투자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9359억원, 영업이익 239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각각 15.92%, 31.99% 증가한 수치지만 예상 투자 규모를 밑도는 수준이다.
8인치 웨이퍼 장비 추가 도입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TSMC 등 대부분의 반도체 관련 업체들이 12인치 웨이퍼 장비를 채택하면서 신규 8인치 웨이퍼 장비에 대한 투자나 생산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한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최근 DB하이텍을 둘러싸고 생산단가 상향 가능성, 설비 증설 가능성이 계속 나오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 추측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라며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겠다"고 전했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