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매장량 인수 당시 추산한 220만톤보다 6배 늘어난 1350만톤 추정
포스코케미칼 매출 23조는 "아직 꿈 같은 소리"...연임 앞둔 최정우 띄우기?
아르헨티나 리튬 호수 재평가 소식이 전해지면서 포스코가 배터리 소재에서 2030년 매출목표 2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허언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리튬 시세가 들쭉날쭉해 워낙 변동성이 크고, 아르헨티나 염호가 염수형 이어서 매장량이 늘어나더라도 회수율이 낮아 포스코가 과대포장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해당 호수의 리튬 매장량이 현제 시세로 35조원이라는 것이 '누적' 기준인 점도 오해를 부르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안전사고로 위기에 빠지고, 연임을 앞둔 최정우 회장 띄우기가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3일 최근 중국 탄산 리튬 현물 가격이 지난해 7월 톤당 5000 달러에서 올 2월 톤당 1만 1000달러를 넘어서며 2배 이상으로 급등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18년 인수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리튬 염호의 가치를 현 시세를 적용하면 3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염호의 리튬 매장량이 인수 당시 추산한 220만톤 보다 6배 늘어난 1350만톤임을 확인했다. 리튬 매장량 검증은 업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염수리튬 전문 컨설팅 업체인 미국의 몽고메리社(Montgomery & Associates)가 국제 공인 규정에 따라 수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전기차 3억70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포스코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인 2차전지 소재사업을 신성장사업으로 삼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를 위해 이차전지소재사업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2030년 시장 점유율 20%, 연매출 2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포스코는 양극재, 음극재는 물론 이들의 핵심 원료인 리튬과 니켈, 흑연을 공급할 수 있는 소재 밸류체인을 완성하고 2030년까지 리튬 22만톤, 니켈 10만톤을 자체 공급해 2030년까지 양극재 40만톤, 음극재 26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포스코케미칼을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 매출액 연 23조원의 회사로 키우겠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11월 그룹사 증자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포스코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5662억원, 영업이익은 602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5.6%, 영업이익은 32.9% 감소했다. 10년 뒤 매출을 1조5000억원 수준에서 23조원으로 키우겠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허무맹랑한 목표'라는 평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아르헨티나 염호의 리튬 매장량 평가 증대와 가치 상승으로 이같은 목표가 단순한 허언이 아님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제기되기도 한다.
현재 아르헨티나 리늄 매장량이 인수 당시 추산한 220만톤보다 6배나 늘어난 1350만톤에 달해 이를 현재 시세로 계산하면 35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나온 리튬을 원재료로 2차전지를 만든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나온 리튬을 외부에 팔아도 되고, 포스코케미칼 2차전지 소재로 사용해도 된다.
이같은 포스코의 발표에 포스코와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엠텍, 포스코ICT 등 그룹 상장사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아르헨티나 염호 보도자료가 나간 이후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혜안' 등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포스코케미칼 매출 23조는 "아직 꿈 같은 소리"...연임 앞둔 최정우 띄우기?
하지만 이러한 포스코의 발표에도 여전히 포스코케미칼의 2030년 매출 23조는 꿈같은 소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선 35조라는 가치는 '누적'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사실상 총 매장량이 1350만톤인데 이것이 매년 채굴되는 것이 아닌 총계라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염호를 3000억원에 사서 현재 시세로 35조원의 가치를 가지게 된 것은 분명한 대박이지만 매년 35조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포스코는 2023년부터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2만5000톤, 염호와 광석을 포함한 전체로는 6만8000톤의 리튬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최대 생산능력인 연간 6만8000톤에 현재 시세인 톤당 1만1000달러를 곱하면 연간 약 83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2030년 연 매출 23조원에는 턱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 들쭉날쭉한 리튬의 시세에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중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리튬 가격은 계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향후 어떠한 변수가 생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018년 3월 리튬 가격은 ㎏당 144.5위안화(RMB)를 기록하다 2020년 7월 33.5RMB까지 폭락했으며, 이달 2일에는 77.5RMB를 기록했다. 리튬 기술이나 각종 대체재까지 개발된다면 리튬 가격변동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시세에서 35조원이지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염호는 염수형과 경암형이 있는데 포스코 아르헨티나 염호는 염수형이다. 탄산리튬 회수율이 10~20% 정도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1350만톤이 매장돼 있더라도 리튬 회수율은 최악의 경우 135만톤에 그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케미칼이 10년 뒤 매출 23조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는 것에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르헨타나 염호의 가치 상승과 매장량 평가 증대는 포스코 입장에서 분명한 호재"라며 "하지만 매년 23조원을 달성하는 것에는 아르헨티나 염호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추가 투자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오는 12일 연임을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적을 홍보하기 위해 '과대포장'을 한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한다.
최 회장은 노조 자료 기준 임기 3년간 19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며 정계와 노동계의 집중공격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23일 열린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최 회장은 ‘허리 지병’을 이유로 진단서와 함께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가 철회한 것에 대해 여야의 비판세례를 받았다.
최 회장이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고 사과했지만,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그게 회장님의 인성”이라고 비판했고 같은 당 김웅 의원은 “주로 보험사기꾼들이 내는 진단서”라고 공격했다.
3월 3일 노웅래·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국회 본관에서 '최정우 회장 3년, 포스코가 위험하다' 토론회를 열고, 사실상 최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포스코의 아르헨티나 염호 자료 역시 같은 날 나왔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르헨티나 염호의 가치가 구매당시와 비교할 때 대박인 것은 맞다"며 과대포장론을 일축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