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사 면면 살펴보니...전기차 핵심부품 거의 모두 생산 가능
향후 봐야할 것은 오너의 의지...공격적 경영하는 구광모의 의중은
"LG카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
LG전자가 MC사업부를 축소 또는 매각하기로 결정한 뒤 재계에서는 전장사업에 힘을 쏟는 LG전자가 'LG카'를 만들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리고 그 얘기는 일정부분 현실화되가고 있다. 특히 마그나와의 합작사를 설립하는데 LG전자가 합의하면서 설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LG그룹은 전장부품 '탑티어'를 노리고 그룹 전체의 힘을 전장사업 강화에 쏟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전기차 핵심부품들을 그룹사들이 대부분 생산 가능해 행후 'LG카'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오는 7월 북미 1위 전장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Magna International)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LG전자는 내달 2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기차 파워트레인 관련 사업에 대한 분할계획서 승인절차를 진행한다. 주총에서 물적분할에 대한 승인이 이뤄지면 합작법인은 올 7월에 공식 출범하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합작법인이 지난해 대비 2배가량 성장한 약 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평균 50% 가량 성장한다면 2023년에는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작법인은 2023년까지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의 50% 수준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개발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LG마그나는 LG전자의 전기차 부품사업부문(그린사업) 중 △모터/PE(Power Electronics) △배터리 히터(battery heater) △고전력 분배 모듈(HPDM·High Power Distribution Module) △파워 릴레이 어셈블리(PRA·Power Relay Assembly) △DC충전박스(DC Charging Box) △배터리 부품 등을 생산할 수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첫해인 2018년 LG전자는 약 1조원을 투자해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제조회사 ZKW를 인수했다. 2019년 말에는 VS사업본부 내 차량용 램프 사업을 ZKW로 이관해 통합했다. ZKW는 앞으로 3년 동안의 수주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최대 수주잔고를 토대로 매년 확연한 매출 급증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와 룩소프트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합작법인 알루토(Alluto)도 출범을 앞두고 있다. 알루토는 웹 운용체계(OS) 오토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량용 통합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 합성어)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알루토는 LG전자가 가밸한 웹OS 오토 플랫폼을 기반으로 헤드유닛(Headunits)과 대시보드(자동차 계기판), 뒷자석 모니터 등을 포함한 차량용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공급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과 룩소프트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능력, 글로벌 영업채널 등 각 사의 강점이 시너지를 내면서 플랫폼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본다.
그룹사 면면 살펴보니...전기차 핵심부품 거의 모두 생산 가능
LG의 전장사업 투자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지금까지 투자를 통해 완성된 그룹사들의 면모만 봐도 전기차 생산의 핵심부품은 거의 모두 생산할 수 있다.
LG전자는 전기차의 주동력모터와 오디오, 냉난방기 등을 생산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 내부에서 각종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지시내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생산가능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전기체 배터리 부문 세계 1위 업체이고, LG이노텍은 조향장치모터 및 센서와 ABS모터, 후방카메라, 실내등, 와이파이 모듈 등을 생산할 수 있다. LG하우시스는 자동차 범퍼와 시트, 내장재 등을 생산가능하고, LG CNS는 충전시스템을 공급할 수 있다.
또 ZKW가 차량용 램프를 만들고 있고, 새로 출범할 알루토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만든다. LG마그나와의 합작법인이 배터리 히터, 고전력 분배 모듈, 배터리 부품, 파워 릴레이 어셈블리 등 나머지 전장부품을 커버할 수 있다.
결국 LG그룹은 차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기차 부품을 대부분 자체생산할 수 있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완전 자체생산도 꿈같은 얘기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향후 봐야할 것은 오너의 의지...공격적 경영하는 구광모의 의중은
LG전자는 금성에서 LG전자로 사명을 바꾼 후 지난 2000~2020년까지 20년간 미래를 읽지 못하고 뒤쳐진 분야가 세가지 있다. 대표적으로 1999년 정부의 강제적 구조조정으로 인해 현재 SK하이닉스의 모체였던 LG반도체를 현대그룹에 넘기게 돼 미래 성장동력을 잃은 것이다.
TV 부문에서는 LCD로 넘어가는 시장을 읽지 목하고 PDP에 투자해 LCD TV가 대세가 되는 시장에서 뒤쳐졌고, 휴대폰도 과거 초콜릿폰 등 피처폰의 영광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현재 MC사업부를 정리하는 수순에 이르렀다.
하지만 LG가 아무런 계획이 없었던 게 아님이 입증되고 있다. LG는 전장사업을 미래 먹꺼리로 삼고 꽤 오랜 기간 착착 그룹차원의 준비를 해왔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를 필두로 각 계열사들에게 핵심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왔으며, 지금은 이를 보완시키고 더욱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 마그나와의 합작, ZKW 인수 등의 대형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LG가 과연 전기차를 직접 생산까지 할 것이냐는 점이다. 그동안 내연기관 자동차는 수많은 기술을 요구하는 기술집약적인 산업으로 인식됐고, 전세계 소수의 국가 외에는 제대로 하기가 힘든 산업이었다.
하지만 전기차로 흐름이 넘어오면서 부품 수가 1/3로 줄어들고, 자동차가 이동가능한 하나의 거대한 스마트폰화로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전자제품화되는 측면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는 2019년부터 흑자 모델이 전개되면서 작년에만 거의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20%에 가까운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면서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 톱 5가 모두 모여도 테슬라 주가에 못 미치고 있으며,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세계 최고의 부자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테슬라는 현재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공룡기업이 됐으며, 전기차의 애플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그리고 실제 애플이 전기차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현대차를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들과의 협업구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 자동차사들 역시 전기차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LG그룹 만큼 다양한 전기차 벨류체인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더욱이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부품은 차값의 40%를 차지하는 전기차 배터리인데 LG는 전세계 1위인 LG에너지솔류션을 그룹사로 보유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까지 중요해지면서 향후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의 부분 역시 크게 강조될 것으로 보이는데 LG전자는 오랜 스마트폰 생산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LG그룹이 그룹사를 중심으로 완성시켜가고 있는 전장사업 벨류체인으로 상당히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것이 이런 이유다. LG가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업체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진다면 그룹 자체의 위상이 달라지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향후 봐야할 것은 오너의 의지가 어디까지 갈 것이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구광모 회장은 선대와 달리 공격적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을 과감히 접은 것도 그렇고, SK이노베이션과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 등 특허 관련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점, 과감한 합작과 인수를 주도하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구광모 회장이 전장사업을 미래 사업으로 점찍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전기차 부품업체로 한계를 정하지 않고, 전기차 메이커로의 구상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게 재계의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성장만 봐도 그렇고, 벨류체인을 다양하게 확보하지 않은 애플까지 전기차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구광모 회장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공격적 경영을 하고 있는 구 회장이 최종적으로 전기차 메이커로의 변신까지 염두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LG카가 나오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애플카가 오는 2024년 자율주행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했지만 여건 상 2~3년 늦어질 가능성이 있어서 그 이후에는 LG그룹이나 삼성그룹에서 충분히 전기차를 출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전기차가 오는 2030년에는 최소 2000만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정도가 되면 이미 시장의 영역은 없어지는 시기인 만큼 부품만 공급하기보다는 완성차를 보급하고 이를 활용하는 각종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