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미뤄졌던 대기업 인사가 하나둘씩 진행되면서 오너家 3~4세 등 대기업 일가에 의한 경영이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경영권 승계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 제공 혐의로 구속되며, 재계 안팎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영권 승계 방법이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처리가 무산되긴 했지만, 지난 2월 상법개정안에 재계가 한목소리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풀이된다. 인수합병으로 자사주 의결권을 되살려 경영권을 강화하는 방법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기 때문이다.
경영권 승계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현직 회장이 고령이거나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경영권 정리가 필요한 경우, 또는 이번 게이트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대기업들이 혹시 있을지 모를 오너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경영권 승계 및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줄줄이 승진하는 오너家 3~4세들
CJ의 경우 이재현 회장의 구속으로 최근 3~4년간 최소한의 인사만 단행해 왔으나, 이 회장이 사면되고 경영 복귀와 맞물려 올해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33)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팀장의 상무대우 승진이 눈에 띈다. CJ그룹 4세 중 가장 먼저 임원이 됐고, 남편인 정종환 미국지역본부 공동본부장도 상무대우로 동반 승진했다.
지난 1월에는 조원태(41)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한진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롯데 역시 신격호 총괄회장의 외손녀이자 신 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딸인 장선윤(46) 호텔롯데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장 전무는 롯데家 3세 가운데 유일하게 경영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효성그룹도 지난해 12월 조현준(48) 사장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조 회장은 창업주 조홍제 회장의 손자이자 조석래 회장의 장남이다. 효성은 조석래 회장이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회장직을 물러나고 조현준 회장과 동생인 조현상 사장이 현장경영을 지휘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등 3세 경영인들이 이미 재계에서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 재벌 3세의 경영수업과 경영권 승계
재벌 3세들은 주로 외국 컨설팅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수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맥을 쌓는 창구로도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베인&컴퍼니가 있다. 맥킨지, 보스턴 컨설팅과 함께 세계 3대 컨설팅 회사로 꼽히는 이 회사에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딸 서민정(25), 구본걸 LG패션 회장의 조카 구민정(27) 등이 근무하고 있다.
또 현대 정몽준의 장녀 정남이(33), 조현상 효성그룹 사장 등이 이 회사 출신이다.
한편, 이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재벌들의 경영 승계가 기존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며, 비슷한 방식의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는 것은 총수 일가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분 23.29%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지분 50%를 소유한 한화S&C, 이선호 CJ제일제당 과장이 지분 15.8%를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 등을 이용해 삼성과 비슷한 방식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상됐으나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앞으로는 비상장 회사의 상장이나 계열사간 인수합병시 더욱 엄정한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백성요 기자 sypaek@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