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리스크 짊어진 거래소, 게임업계 '패착' 될 수도
게임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 강화'를 표명하며 가상화폐 거래소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블록체인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데 대해 숨은 의도가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게임빌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에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감행하고 위메이드는 빗썸 인수를 타진하는 등 게임기업들 사이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선점하기 위한 행보가 가속화하고 있다.
20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게임기업들의 가상화폐 거래소 투자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업체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하는 것은 블록체인 기반 게임 개발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단순히 수수료 수익과 거래소가 보유한 코인의 시세차익을 노린 행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배경으로는 대부분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그동안 고객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는 점이 가장 먼저 꼽힌다.
최근 업비트·빗썸 등 메이저 거래소 내에서 리플과 같은 인기 가상화폐의 시세가 급등하자 트래픽 증가로 인해 서버가 멈추는 등 고객들의 우려감을 높이는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더불어 보안 측면에서도 국내 거래소들은 자주 해킹 피해의 발원지가 된 적이 있기 때문에 게임사들이 거래소와의 협업을 통해 보안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얻어낼 수 있을 지를 놓고서도 의문부호가 붙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부 국내 게임기업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손을 뻗는 이유를 놓고 가상화폐 유행에 편승해 게임 개발 부문에서의 부진을 메꾸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국내 대표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지난해 매출 2185억원과 영업이익률은 68.28%를 기록하며 높은 수익성을 자랑했는데, 게임기업들이 이를 흡수한다면 높은 매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정부 규제로 신생 거래소가 탄생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기존 거래소들의 독점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게임기업들이 이를 인수한다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제2의 캐시카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각에는 게임기업들의 가상화폐 거래소 투자가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가상화폐들의 전반적인 시세가 미국 재무부의 '돈세탁 조사' 소문에 휩싸이면서 큰 폭락을 겪고 있고 국내에서는 바뀐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으로 인해 시중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깐깐한 심사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거래소가 문 닫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많은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게임기업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할 여력을 본업인 게임에 쏟아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과 메타버스 게임을 개발하는 등 가상화폐 거래소를 인수하지 않고도 블록체인 시장에 진출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시세가 폭등하고 있는 시점을 노려 게임기업들이 거래소에 투자하는 일은 리스크가 클 뿐만 아니라 게임개발과도 직접적 관련이 없다"면서 "'확률형 아이템' 이슈로 인해 한국 게임업계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팽배한 상황 속에서 게임기업들은 수익성에만 치중하는 행보를 보이는 대신 신작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gam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