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 오는 6월 '이랜드머니' 도입 예정
GS리테일, 오는 7월 'GS머니' 선보일 계획...GS홈쇼핑에도 합병시 도입
자사 간편결제로 소비패턴 빅데이터 분석해 맞춤형 상품 정보 제공 등
지갑과 카드를 챙길 필요 없이 모바일로 간편하게 결제하며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유통업계는 각 사의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빅데이터를 축적해 맞춤형 상품 추천을 제공하고, 락인효과(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 소비를 꾸준히 유지하는 현상)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해 구매하면 포인트가 쌓이고 고객은 이를 사용하기 위해 재방문하게 되면서 기업은 '락인' 효과(고객을 해당 플랫폼에 머물게 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계열사 제휴를 맺는 추세다. 빅데이터를 구축해 상품·서비스를 마련하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오는 6월 '이랜드페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랜드페이는 이랜드의 패션,유통,외식 등 전사적인 온오프라인 브랜드에서 간편하게 결제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멤버십 서비스다. 이랜드페이에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서비스를 장착해 차별점을 뒀다는 게 이랜드그룹의 설명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랜드페이에 탑재될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서비스’는 내 바이오 정보를 분석해 나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 상품들을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라며 "예를 들어 운동 시간을 늘려야 하는 고객으로 분석되면 러닝화, 영양제, 식단 조절을 위한 샐러드 등이 큐레이션돼 배송된다"고 설명했다.
GS리테일도 GS홈쇼핑과 합병을 앞두고 GS그룹 계열사 전용 간편 결제 서비스인 'GS페이'를 준비 중이다. 오는 7월부터 GS25, GS수퍼마켓, 랄라블라 등 GS리테일의 온오프라인에서 사용 가능할 예정이다. GS홈쇼핑에는 다음달 28일 주주총회를 열어 양사 합병 안건을 논의한 후 통과 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S리테일에 GS페이를 도입할 예정이고 GS홈쇼핑의 경우 합병된다는 전제 하에 추진 중이지만 단정지어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GS칼텍스 등의 GS그룹사에도 적용할 지는 구상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자수 증가...포인트제도와 결합
유통업계의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의 본격적인 경쟁은 2015년부터 시작됐다. 앞서 2014년 5월 온라인쇼핑 플랫폼인 이베이코리아가 '스마일페이'를 도입했다. 카카오의 카카오페이(2014년 9월)와 네이버의 네이버페이(2015년 6월), 삼성전자의 삼성페이(2015년 8월) 등이 등장했다.
이어 대형 유통공룡인 신세계와 롯데에서 자체 페이를 선보였다. 신세계는 2015년 6월 'SSG페이'를 내놨고, 같은 해 9월 롯데도 '엘페이'를 선보였다. 양사는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간편결제를 제공 중이다. 쿠팡은 2015년 로켓페이로 시작해 지난해 4월 ‘쿠페이’를 별도 회사로 분사해 핀테크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 도입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포인트 제도와 결합해 회원수를 늘려 고객 빅데이터를 확대하는 모양새다.
SSG페이를 운영했던 신세계 I&C는 지난해 6월 SSG페이 사업을 SSG닷컴에 양도했다. SSG페이로 결제하면 포인트가 자동적립된다. SSG페이는 앱에서 음식배달 주문 및 결제할 수 있는 배달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SSG페이 관계자는 "SSG페이의 이용자수는 전년 대비 190% 늘었다"며 "SSG닷컴의 기존 포인트 제도인 S머니와 S포켓이 지난해 6월 SSG머니로 통합되면서 이용자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SSG페이는 지난 2월 다날의 페이코인과도 제휴를 맺었다. 페이코인을 SSG머니로 전환해 이마트, 백화점, 스타필드, 스타벅스, 아울렛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SSG페이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롯데그룹의 포인트를 운영하는 롯데멤버스는 엘페이와 엘포인트를 통합해 백화점, 홈쇼핑, 롯데몰 등에 이어 계열사가 아닌 에쓰오일, 아디다스, 전자랜드, 영풍문고 등으로 넓힌 상황이다.
지난 11일 엘페이와 엘포인트를 한번에 이용 가능한 통합앱으로 리뉴얼했다. 엘포인트와 엘페이 회원제도 합쳐졌다. 기존의 엘포인트 앱에서 엘페이 이용이 가능해 별도 가입 없이 이용 가능하게 된 것.
엘페이 결제 시마다 자동 생성되는 ‘엘포켓’, 충전 결제 시 추가 포인트를 받거나 특정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댓글로 달면 포인트가 적립되는 등의 서비스도 새로 만들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롯데멤버스 관계자는 "엘페이는 젊은 소비층이 늘어나면서 카드결제나 무통장입금보다는 간편결제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결제 방식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락인효과 뿐만 아니라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건수 증가
유통기업들이 이처럼 간편결제를 늘리는 이유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2020년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건수는 하루 평균 1455만건으로 전년보다 44.4% 증가했다. 이용금액은 4492억원으로 전년보다 41.6% 늘었다.
간편결제 시스템은 소비자 입장에서 결제할 때마다 카드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강점이다. 또 할인이 자동 적용되거나 페이백, 적립금 등을 추가 제공받을 수 있다. 반대로 기업은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해 브랜드 잠금(록인)효과를 노리면서, 구매 데이터를 확보해 개인 맞춤형 상품을 추천할 수 있어 서비스가 확대될 전망이다.
김지우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