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한국경제⑦] 코로나가 불 붙인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 시대…공장 '풀가동'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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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바꾼 한국경제⑦] 코로나가 불 붙인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 시대…공장 '풀가동'도 부족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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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초창기 회복세 접어든 메모리 반도체…시장 우려 속에도 수요 증가하며 호황 국면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슈퍼사이클 대비해 설비 및 기술 개발에 선제적 투자
- 요동치던 D램·낸드 가격, PC와 스마트폰, 서버용 D램 수요 증가 속에 올해 반등할 전망…업계 기대감 높아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경제 지형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쿠팡 100조원 기업가치 돌파가 상징하듯 집콕 트렌드로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급팽창 국면에 돌입했고 자연스럽게 프리미엄TV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뜨면서 글로벌 물류 수요가 늘었으며 이에따라 조선업도 활황입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 온라인 대장기업들은 포털, 금융,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전방위에 걸쳐 기존 산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화학적 영향을 서로 주고받으며 2차, 3차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국경제 대변혁의 시대입니다. 녹색경제신문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코로나19가 바꾼 한국경제 지형도를 시리즈로 정리합니다. [편집자 주]

D램과 낸드플래시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핵심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선두주자로 군림해왔으며, SK하이닉스 차세대 반도체 개발과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등을 통해 삼성전자의 뒤를 바짝 추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2.1%로 1위, SK하이닉스가 29.5%로 2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에서도 삼성전자는 32.9%로 1위 자리를 지켰다. SK하이닉스는 11.6%의 점유율로 4위에 머물렀으나 인수 예정인 인텔의 낸드사업부의 점유율(11.5%)까지 합산하면 키옥시아와 WDC를 제치고 단번에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현재 '슈퍼사이클(장기적인 가격 호황세)를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언택트 문화가 정착되면서 PC 및 서버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수요를 공급 업체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불을 지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공장을 연일 100% 가까이 가동하고 있음에도 메모리 반도체를 포함한 모든 제품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SK하이닉스의 176단 512Gb TCL 4D 낸드플래시.

안그래도 회복세 돌아서던 메모리 반도체, 코로나19로 '날개' 달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해 1분기, 전 세계는 전반적인 경제 활동 위축으로 모든 산업군이 중장기적으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냈다. 감염자가 쏟아지며 공장이 문을 닫게 되는 상황도 또 다른 고민거리였다.

그러나 실제 경제지표를 통해 들여다 본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견조한 방어세를 보였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하반기까지 하락세를 이어가던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1월을 기점으로 반등을 시작했다. 1월 2.84 달러에서 2월 2.88 달러로, 3월에는 2.94 달러로 상승했다.

4월에는 3.29달러로 보다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등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PC 수요가 늘어나고 서버 설비에 대한 투자가 대폭 확대된 것이 주요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향후 반도체 가격 급등을 우려한 가전 업체들이 서둘러 물량을 비축하기 위해 움직이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로 모바일 D램 시장은 위축됐다. 다만 이를 서버용 D램의 호조세가 어느 정도 완화해주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2019년 하반기부터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낸드플래시(128Gb 16Gx8 MLC 제품 기준)도 코로나19 발생 초기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1월 말 4.56 달러에서 2월 동일한 가격을 유지한 뒤 3월에는 4.68 달러로 소폭 상승했다.

생산 부문에서도 별다른 차질은 없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공정에서 완전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덕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충분한 대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M16 공장 전경.<br>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M16 공장 전경.

요동치는 시세 속에서도 설비·기술 투자에 주력…"때는 온다"

코로나19 초기 때만 해도 '선방'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던 메모리 반도체도 지난해 중순부터는 결국 고개가 꺾였다. D램 가격은 지난해 7월 3.13달러로 전월 대비 5.4% 하락하며 그간 꾸준히 이어오던 상승세를 마감했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가격은 4.39달러로 전월 대비 6.2% 하락했다.

업계는 이와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공급과잉'을 꼽았다. 반도체 기업들이 침체에 빠진 모바일 D램 공급을 줄이고 PC·서버용 D램 공급을 늘리면서 시장의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것. 여기에 그간 꾸준히 재고를 쌓아온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클라우드 업체들이 구매를 줄인 것 또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난 미국의 화웨이 제재 효과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침체를 이끌었다. 지난해 10월말 기준 D램 고정거래가격은 2.85달러로 전월 대비 8.95% 폭락했으며, 낸드플래시 또한 4.20 달러로 전월 대비 3.45% 하락했다.

이처럼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거듭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향후 슈퍼사이클이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두 업체는 설비 증설과 차세대 기술 개발에 아낌없는 투자를 선제적으로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말부터 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 증대를 위해 평택 공장과 중국 시안 공장의 설비 증설에 착수했다. 목표 추가 생산능력은 D램이 월 5만장, 낸드플래시가 6만5000장으로, 삼성전자는 코로나19의 확산 속에서도 투자 계획을 수정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열린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고사양 및 고성능 메모리 수요는 지속 성장할 전망"이라며 "초미세 반도체 공정을 위한 EUV(극자외선) 설비를 확대하고 1z(3세대) 나노 D램, 6세대 V낸드 등 미세 공정 전환 가속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8월 평택 공장에서 세 번째 반도체 생산 라인인 'P3'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해당 공사에만 총 3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월 자사의 주요 D램 생산 거점인 중국 우시 C2F 공장에 3조2000억원을 투입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C2F 공장 유휴공간에 생산 장비를 추가로 들여놓는 방식으로 D램의 생산능력을 월 3만장 가량 증대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한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진행한 경기도 이천 소재의 메모리 반도체 공장 'M16' 건설에도 만전을 기했다. M16은 면적만 5만7000㎡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공장으로, SK하이닉스는 이곳에서 4세대 1a D램을 생산하기 위해 자사 최초로 EUV 장비를 도입했다.

지난해 말에는 이전 세대보다 웨이퍼 당 생산 칩 수를 35% 늘려 원가를 절감하고 읽기 속도를 20% 향상시킨 176단 512Gb TCL 4D 낸드플래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의 512GB DDR5.<br>
삼성전자의 512GB DDR5.

올해 본격적인 슈퍼사이클 효과 기대…D램·낸드 동반 성장 전망

두 업체가 개발에 매진하는 사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다시 호황 국면으로 돌아섰다. 올해 1월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3달러로 전월 대비 5.26% 상승하며 약 8개월 만에 첫 반등에 성공했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2.9달러 수준을 유지하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노트북·PC·스마트폰 등 IT 기기가 올해 초부터 활황을 띠면서 향후 가격이 상승하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가장 크게 성장하는 반도체는 D램이 18%의 매출 성장률로 1위, 낸드플래시가 17%으로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D램익스체인지도 글로벌 기업들의 서버 확충으로 올해 D램 가격이 35~4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꾸준히 진행해 온 투자도 차츰 결실을 맺는 중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만 기존 DDR4 대비 2배 이상의 성능을 자랑하는 차세대 DDR5 D램과 역대 최고 속도와 최대 용량을 구현한 16GB 모바일 D램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M16을 준공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4세대 10나노급 D램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개발을 완료한 176단 512Gb TCL 4D 낸드플래시 역시 올해 양산을 앞두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PC가 올 1분기 D램 가격을 주도했다면 2분기에는 서버 수요가 가세해 D램 가격이 정점에 이를 것"이라며 “낸드업황과 관련해서는 변수가 많지만 2분기에 가격 반등을 이뤄낼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 역시 "PC와 서버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모멘텀이 극대화되고 낸드 플래시 가격도 10% 이상 상승할 전망이다"며 "메모리 업체들의 재고 소진과 주요 IT 기기 수요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려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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