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보호 없는 세금 웬말이냐…당국 이중잣대에 분노”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A씨(30)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 가상화폐의 시세가 크게 떨어지는 바람에 수백만원대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주 은성수 금융위원장 발언의 영향까지 겹쳐지면서 보유하고 있는 가상화폐의 시세가 크게 떨어졌다”며 “많은 투자자가 자산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투자하는데 금융당국은 가상화폐에 대해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어느 한 쪽으로 분명한 방향을 정해줘야 그것에 따라가는데, 자꾸만 규제와 제도권 진입 사이에서 오가며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8000만원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은 지난주 5000만원대까지 폭락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가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냈고, 국내에선 은 위원장의 발언까지 겹친 탓이다.
금융당국, 가상화폐 규제 vs 제도권 편입(?)…‘가이드라인’ 없이 갈지(之)자 행보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가이드라인을 잡지 못하고 헤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부터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세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투자자, 특히 2030 젊은 투자자의 분노 섞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 코인 거래소는 200여개, 2월 기준 실명 인증 계좌만 250만개에 달하며, 하루 거래량이 2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오른 3~4월 개설계좌를 더하면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는 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가상화폐가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를 얻자 당시 정부는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가상화폐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예고했다.
그러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일제히 폭락했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대규모 손실 사례가 줄을 이었다. 관련 법안은 구체적인 틀도 잡히지 않은 채 잊혀졌다.
이후 2021년 연초부터 가상화폐 시장에 다시 광풍이 불며 당국 규제론도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당국은 관련법이 없다는 이유로 시장에 유입된 자산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개정된 특별금융정보법(특금법)을 빌미로 가상화폐 거래소의 무더기 폐쇄를 예고해 투자자의 불만을 야기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은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서 “9월까지 등록이 안 되면 200여개의 가상화폐거래소가 다 폐쇄될 수 있다”며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은 위원장의 발언은 2030세대 젊은 투자자로부터 ‘꼰대의 내로남불’이라는 수위 높은 비판을 받았다.
2030세대 “보호 없는 세금 웬말이냐…당국 이중잣대에 분노”
은 위원장의 발언은 특히 20~30대 젊은 투자자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2030세대는 정부가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경기도 이천에 거주하는 B(34)씨는 “코인(가상화폐) 투자를 금지하기엔 너무 많은 자산이 시장에 유입됐다”며 “가상화폐를 인정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가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 시장 규모도 제대로 파악 못하면서 세금을 부과하는 행보는 부당하다”고 말했다.
다른 가상화폐 투자자 C(29)는 “은 위원장이 2019년 후보자 시절 가상화폐 관련 법 개정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중잣대를 들이댄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왔는데, 26일 현재 청원인원 약 12만6900명을 기록 중이다. 은 위원장은 지난 2019년 금융위원장 인사청문 하루 전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하면 가상통화 관련 규제의 국제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의 특금법 개정 논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정 특금법은 은행이 거래소 실명계좌 발행 시 심사를 철저히 하도록 해 모든 관리감독 책임을 당국이 아닌 은행에 부과하고 있다. 가상화폐 관련 문제 발생시 금융당국이 적극 나서 해결하기보다는 은행 측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호연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