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이 2017년 ICT(정보통신) 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해(2016년)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언급된 개념이다. 다보스포럼은 "제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혁명"으로 설명했다. 이밖에도 제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는 많은 정의들이 등장했으나 핵심은 '첨단기술의 융복합'이다. 이 기술의 융복합의 중심에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이 있고, 현재 개발됐거나 개발중인 제품군으로 IoT(사물인터넷) 기기, 자율주행차, 음성인식 허브 기기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ICT 기업들은 제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대규모 M&A를 진행하고 R&D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에 국내 대표 ICT 기업들의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2017년의 전략에 대해 분석한다. <편집자주>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전략은 국내 기업 중 글로벌 ICT 기업들과 가장 유사하다.
지난해 인수한 세계 1위 전장(차량용) 엔포테인먼트 업체 하만의 인수를 비롯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자사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애플의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비서 '시리(Siri)' 개발진이 설립한 AI 전문 스타트업 '비브(viv)'의 인수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IoT 센서 전문기업 스마트싱스, 전자결제 업체인 루프페이 등도 삼성이 인수한 스타트업이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의 유력 스타트업과 업계 1위 기업을 모두 인수한 것은 이례적으로 삼성의 향후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3월29일 미국 뉴욕에서 공개가 예정된 삼성전자의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에 탑재될 음성인식 비서 '빅스비'를 위해 3000여명의 개발진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냉장고, 세탁기 등 다양한 가전제품에 AI와 IoT 기술이 접목된 신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D램, 낸드 등의 반도체, 듀얼카메라 모듈 등도 고도화되는 컴퓨팅,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초연결 IoT 기반의 스마트홈, 자율주행차 등이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각광받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전략을 들여다 봤다.
◇ 삼성의 주력은 역시 스마트폰
2016년 4분기 삼성전자 IM(모바일)부문은 노트7 단종 사태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작 갤럭시S7과 엣지, 중저가 모델의 견조한 판매로 단종 피해를 최소화 했다는 평가다. 또 불의의 사고에도 불구하도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한 반등이기도 하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입지를 굳건히 한 삼성전자는 올해 3월 공개될 '갤럭시S8'로 혁신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갤럭시S8'에 선보일 많은 새로운 기능들이 있지만 삼성전자가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AI 음성인식 비서 '빅스비'다.
특히 음성인식 비서의 경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휴대폰 제조사를 비롯해 아마존, 구글 등이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다. 국내 이통사들도 음성인식 스마트홈 기기를 출시하며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가 강점을 가진 스마트폰을 통해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드웨어(HW)에 비해 소프트웨어(SW)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삼성전자는 음성인식 비서 '빅스비'로 SW 파워를 강화할 전망이다.
구글의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에 종속됐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타이젠 OS의 대중화가 사실상 요원한 가운데, 음성인식 분야에서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의 기업과 경쟁이 예측된다.
애플의 '시리'는 2011년 아이폰4S와 함께 출시됐다. 아마존은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를 탑재한 스피커형 기기 '에코'를 2014년 출시했고, 구글은 2016년 자사의 레퍼런스폰 '픽셀'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윈도폰에 음성인식 비서 '코타나'를 탑재했다.
이들 기업에 비해 삼성이 가진 강점이라면 삼성은 가전업체라는 점이다.
냉장고, 세탁기, 오븐, 레인지 등 자사의 스마트 가전과 스마트폰의 연동성, 인기를 바탕으로 후발주자지만 빠르게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평가다.
애플, 아마존의 경우 자사의 AI 음성인식 API를 공개해 제품을 개발중인 기업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했다. 삼성전자, LG전자도 '알렉사'가 탑재된 냉장고 등을 공개한 바 있다.
◇ 삼성의 스마트홈 전략 '스마트싱스(SmartThings)'
삼성전자가 스마트 홈을 이루는 IoT 기기들의 허브 플랫폼으로 '스마트싱스'를 제시했다.
'스마트싱스'는 삼성전자가 IoT 기술력 확보를 위해 지난 2014년 2억달러(약 2400억원)에 인수한 미국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홈 구축에 나선다.
'스마트싱스'는 기본적으로 모바일을 통해 가전제품을 통합 관리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IoT 기기들을 통합관리하는 '허브'와 문열림 감지센서, 움직임 감지센서, 전원 원격 조절, 감시카메라 등으로 구성된다.
당초 지난해 상반기 국내 출시가 예고됐지만 출시가 연기되고 있다. 작년 '스마트싱스'의 보안 문제점이 지적되며 출시가 연기됐지만 삼성전자측은 보안 문제는 현재 해결된 상태라고 밝혔다.
올해 공개되는 '빅스비'를 통해 삼성전자의 가전을 제어할 수 있을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또 삼성전자는 '패밀리 허브2.0' 냉장고를 선보였다. 스마트 냉장고인 '패밀리 허브'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레시피, 식재료 확인 등이 가능하다.
'패밀리 허브' 냉장고는 레시피를 읽어주는 등 기본적인 음성 기능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홈의 허브로 자사의 스마트폰에 탑재된 음성인식 비서를 앞세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 삼성의 효자 반도체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가장 강점을 가진 부분은 반도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시장의 호황은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9조2200억원을 달성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데 큰 몫을 했다.
올해도 반도체 시장은 낸드플래시 수요 급증, IoT 기기의 확산, 자율주행차 시장 확대, 스마트폰의 고용량화 등으로 초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37억4400만달러의 매출과 시장점유율 36.6%를 기록했다. 업계 2위인 도시바의 매출 20억2600만달러, 19.8%의 점유율을 크게 따돌렸다.
D램, AP(모바일 프로세서) 부분에서도 삼성전자는 10나노급의 제품 양산을 진행중이라고 밝히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입증했다.
최근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기치로 수십조원대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기술력 측면에서는 한국, 일본에 비해 3~4년 이상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등장하는 IoT 기기, 자율주행차, 스마트폰 등 모든 디바이스 및 모빌리티에 들어갈 반도체의 종류와 숫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공격적인 반도체 공장 투자와 R&D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경기도 화성 반도체 공장 신규 설비 증설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의 새로운 미래먹거리, 전장사업
지난해 11월 발표된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전략을 대변한다.
오디오 브랜드로 널리 알려졌지만 하만은 차량 엔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업계 1위로 평가된다. 하만을 인수하며 삼성전자는 차세대 전장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다.
삼성전자는 여러차례 전장사업이 신성장 동력임을 밝혀 왔다. 이번 하만 인수는 그 연장선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전장사업 시장은 2015년 450억달러에서 2025년 약 1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위주로 전장사업을 준비해 왔다. 하만의 인수는 삼성전자가 전장사업 분야에서 부품 공급을 넘어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하만은 인수후에도 현 경영진에 의해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발족한 전장사업팀을 중심으로 하만과 긴밀한 협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백성요 기자 sypaek@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