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향후 자동차 생산·운행·폐기 전 단계에 걸쳐 탄소중립을 추진...온실가스 제로에 기여"
기업의 DNA는 성장이다. 생존과 증식, 성장을 향한 기업 DNA의 투쟁은 오늘의 문명과 과학, 기술, 높은 삶의 질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기업 DNA가 지나치게 치열해 더러는 반사회적, 반인류적이어서 성장에 걸림돌이 되거나 인류를 위기에 빠트리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기업들은 무한성장 DNA에 신뢰와 책임의 강화를 모색한다. 그것은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과 기업이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 어떻게 ‘ESG’를 준비하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시리즈로 심층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미래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ESG 개선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것"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ESG 경영을 통한 기업 가치 창출에 나섰다.
정 회장은 ESG 경영을 직접 챙기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주력 3사는 ESG 경영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를 갖추고 있다. 이들 3사는 각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고 주주권익 보호와 내부거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환경과 사회적 책임, 투명경영과 관련된 논의를 회사 내 최고의사결정기구에 맡겨 ESG 경영의 실행력과 관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기존 투명경영위원회 역할에 더해 회사의 EGS 정책 및 계획, 주요 활동 등을 심의, 의결하는 권한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 등 3사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동행’이라는 그룹의 비전 아래 지속가능한 미래 가치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공정거래법이 규정하는 대규모 내부거래와 윤리경영과 관련된 주요 정책을 의결하고, 일정 규모 이상 투자와 주주권익 보호와 관련된 주요 사항도 심의한다.
정 회장은 지난 5월 30일부터 31일까지 한국에서 처음 열린 기후환경 분야 다자 정상회의인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P4G 정상회의)'에서 는 현대차그룹의 ‘ESG 경영’을 확실히 했다.
정 회장은 “향후 자동차 생산·운행·폐기 전 단계에 걸쳐 탄소중립을 추진해 전세계적인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 사회 구현하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온실가스 제로에 기여하겠다”며 “지금 전 세계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ESG 가치 실현을 위해 그룹 지배구조 부문에서도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차 등은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사외이사만으로 꾸려진 투명경영위원회를 발족했다. 국내외 일반주주들은 2019년부터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하고 있다.
또한 보수위원회를 설립해 등기이사 보수 결정 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는 주주 의결권 행사를 높이고 참여의 번거로움을 줄이고자 그룹의 전 상장 계열사를 대상으로 전자투표제를 실행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는 ESG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이사회의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잇따라 선임했다. 사상 첫 여성사외이사로 선임된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부교수는 국내 최고 수준의 항공우주공학 분야 전문가다.
현대차는 지난 2월, 녹색채권(ESG 채권)을 발행했다. 4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은 발행하자마자 2조1000억원이 몰렸다. 현대차는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모두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연구·개발에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시장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주주,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중장기 경영 전략을 설명하는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있다.
‘2025 ESG 전략’으로 지속가능경영 5대 영역 선정...스마트 모빌리티 기반 고객 경험 혁신 등
현대차는 최근 ‘2021 지속가능 보고서’를 발간하고 ‘2025 ESG 전략’으로 지속가능경영 5대 영역의 주요 성과와 중장기 계획을 담았다. 지속가능경영 5대 영역은 ▲스마트 모빌리티 기반 고객 경험 혁신 ▲전 과정 친환경 가치 추구 ▲지속가능한 공급망 조성 ▲건강한 조직문화 구축 ▲지역사회 기여 및 개발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온실가스를 다수 배출하는 내연기관차 생산을 줄이고 전기·수소연료전지 등 친환경차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ESG 경영으로 도달하려는 지점은 사용자 편의를 향상시키기 위해 스마트모빌리티 환경을 조성하고,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친환경 가치를 도입해 지속가능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달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고 약속하는 ‘고고 챌린지’에서 “현대차그룹은 지속가능한 사회와 환경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와 수소캠페인도 그 연장선”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라인업을 현재 8개 차종에서 2025년 23개 차종으로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100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친환경 선두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목표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기존과는 다른 사회적 가치와 라이프 스타일이 확산됨에 따라 변화를 미리 준비한 기업만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공급망 전반의 ESG 리스크를 관리해 지속가능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부품 협력사의 성장을 지원한다.
특히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한편 더 많은 사회 구성원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교통 약자의 안전한 이동을 돕기 위해 ‘이동약자 모빌리티 공헌사업’을 추진하고, 코로나19와 가축전염병 예방 및 대응을 위해 특별 제작한 방역구호차량도 공급하고 있다. 50~60대의 재취업을 돕는 일자리 사업 ‘굿잡 5060’ 프로젝트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ESG 활동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10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주요 기업별 ESG 등급 평가에서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는 모두 A등급을 획득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한국형 뉴딜' 대국민 발표 당시 '그린 뉴딜' 대표기업으로 나선 만큼 ESG 경영에서 선두주자로 나설 것"이라며 "정몽구 명예회장 시대와 차별화된 수평적 소통에 기반한 리더십이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향후 ESG 경영에서도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