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 간 끌어온 쿠팡과 LG생활건강의 갈등이 우선 LG생활건강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쿠팡은 공정위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며, 행정소송을 진행할 뜻을 밝혀 두 대기업의 갈등은 법정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는 쿠팡의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통지명령 포함)과 함께 과징금 총 32억97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2017년부터 2020년 9월까지 ① 납품업자에게 경쟁온라인몰의 판매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등 납품업자의 경영 활동에 부당하게 관여하고, ② 자신의 마진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납품업자에게 광고를 요구하고, ③ 판촉행사를 하면서 판촉비 전액을 납품업자에게 전가하고, ④ 연간거래 기본계약에 약정 없는 판매장려금을 수취하는 등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를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국내 소비자 약 70%가 모바일 앱으로 쇼핑할 정도로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는 가운데 거래상 우월적 힘을 갖게 된 온라인 유통업자의 판매가격 인상 요구, 광고 강매 등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거래행위를 포함한 다수의 법 위반행위를 적발하고 적극 제재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 

공정위의 이번 판결은 대기업 제조업체와 신생 온라인 유통업체 간에서도 유통업체가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향후 제조업과 유통업 간 갈등에서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홍선 공정위 유통정책관은 "쿠팡과 LG생활건강 중 어느 쪽이 우월적 지위인가에 대해서 과거에는 제조업체가 우위에 있었지만, 최근에는 유통업체로 힘이 넘어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 유통업체 중에서도 어떤 오프라인 유통업체보다는 온라인 유통업체의 힘이 더 크게 확보됐기 때문에, 당연히 온라인 유통업체가 대기업 업체인 납품업체에 대해 우월적 힘이 있다고 인정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쿠팡은 공정위 결정에 즉각 유감을 표명하고, 행정법원에 법적 판결을 받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19일 쿠팡은 "공정위가 과거 신생유통업체에 불과한 쿠팡이 업계 1위 대기업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이번 사건은 재벌 대기업 제조업체가 쿠팡과 같은 신유통 채널을 견제하기 위해 공급가격을 차별한 것이 본질"이라며, "실제 국내 1위 생활용품 기업인 LG생활건강은 독점적 공급자 지위를 이용해 주요 상품을 쿠팡에게 타유통업체 판매가격보다도 높은가격으로 오랜 기간 공급을 해왔고 이에 대해 공급가 인하를 요청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이 발단이 된 2017년~2018년 당시 쿠팡은 G마켓과 11번가에 이은 온라인 시장 3위 사업자였으며, 전체 소매시장 점유율은 약 2% 정도에 불과했던 반면, 2017년 LG생활건강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생활용품과 뷰티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으며, 2018년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한 이후 현재까지 압도적 1위를 유지해 오고 있다는 것.

또 쿠팡 측은 LG생활건강이 제기한 7개 항목 중 공정위가 인정한 위반 행위는 두 가지에 그쳤다면서, "일부 재벌 대기업 제조업체의 가격 차별 행위가 사건의 본질이었음에도 쿠팡이 오히려 대기업 제조업체에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판단된 점은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쿠팡 측 관계자는 19일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실제로 직매입과 직접 배송을 책임지는 유통사에 대한 납품가격이 타 유통사보다 낮아야 하지만, 쿠팡에 더 높은 가격의 납품이 이뤄지고 있었다“며 “이는 소비자에게 더욱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새로운 유통채널의 성장을 막기 위한 기존 유통사와 제조사의 유착 및 공생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식 의결서를 받아본 후 행정소송 진행을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