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리스톨 대학에서 로봇공학교수로 재임 중인 로봇과학자 조나단 로시터 박사가 올해 3월 영국 잉글랜드 코번트리에서 테드 강연을 했다. 그는 오염물질을 먹는 로봇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많은 로봇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대부분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이다. 소니픽쳐스의 '월리 Wall E'처럼 친근한 이미지의 로봇이 있는 반면에 터미네이터처럼 공격적인 형태의 로봇이 있다. 2011년 원전사고가 난 일본 후쿠시마에서도 로봇을 투입해 원전 내부의 핵연료 멜트다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대신 해주는 로봇들이 속속히 등장하고 있다.
로시터 박사는 강연에서 본인은 사람 형태가 아닌 로봇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 로봇은 현재 인간과 로봇이 해결할 수 없는 환경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크게 두 가지 환경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첫째는 계속되는 인구증가의 압박이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많은 식량이 필요하고, 많은 식량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농약이 소요된다. 곡물에 쓰이는 농약의 절반 이상은 땅속으로 스며든 뒤에 비가 오면 화학약품들이 냇물, 강, 바다로 쓸려 내려간다.
이런 화학물질, 일명 질산염은 해조류에 영향을 주는데 이 해조류들이 과도한 재생산을 했을 때 바다 속의 산소를 많이 빼앗아서 다른 생물들이 살 수 없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블룸(Bloom)이라고 박사는 밝혔다.
두 번째 문제는 기름 오염 문제다. 보트나 선박에서 사용된 기름이 바다로 많이 흘려 내려가고 있다. 박사는 바다속 산소를 과다하게 빼앗는 해조류를 먹는 로봇과 바다에 유출되는 기름을 먹는 로봇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박사는 돌묵상어와 물벌레라는 두 가지 생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돌묵상어는 비육식성 상어로 큰 입을 벌려 플랑크톤을 먹어치우는 동물이며 물벌레는 물에 떠다니는 벌레다. 로우봇(Row-bot)은 이 두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로봇은 물위에 떠서 배를 젓는 모양을 띄고 있어 로우(Row: 젓다)봇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로우봇은 뇌, 몸통, 배를 갖고 있으며 배에서 에너지를 생산해 이동한다. 몸통 양옆에는 패달과 입이 두개 있어 오염물질을 먹게 된다. 뇌는 작동을 제어하는 장치이고 두개의 입이 있는 이유는 한쪽은 입구로, 다른 한쪽은 출구로 사용된다.
그리고 이 로봇의 배에는 가장 중요한 기능의 미생물 연료 전지가 있다. 원래의 미생물 연료 전지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이 로봇은 수소 대신 물속의 미생물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해낸다. 미생물의 종에 따라 오염물을 먹기도 하고 기름을 먹기도 한다.
박사는 강연에서 새로운 문제점을 제시했는데 바로 로봇의 유독성 배터리다. 유독성 배터리를 사용하고 바다에 버릴 수는 없기에 수거하러 바다에 다시 나가야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박사는 배터리를 다 사용한 후 스스로 소멸하는 로봇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박사는 젤리 물질로 로봇을 만든다고 밝혔다. 젤리로 인공근육을 만들듯이 젤리로 로봇을 만들어 사용 후에 되찾으러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박사는 이러한 로봇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오염물질을 먹는 로봇을 개발한 후에 식용 로봇도 만들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인간이 만들어낸 오염 물질을 로봇을 통해 스스로 수거해나가는 모습을 곧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양의정 기자 eyang@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