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버스 시대의 스토리텔링 2.0 게임화 전략
한때 패션과 뷰티업계는 이커머스 도입에 가장 뒤쳐져있던 업계였다. 하지만 패션과 뷰태업계는 가장 보수적이고 테크에 적대적인 섹터라던 그같은 오명은 이젠 옛말이 되고 있다.
세상만사의 디지털화로 비즈니스 환경과 소비자 취향이 급변하는 가운데, 어느덧 패션업계는 지난 일 년 반 여간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에 따른 계류 기회와 매출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야심을 불태우며 뒤늦었던 디지털 트랜포메이션(이상, DX)을 서두르며 테크주도형 업계로 거듭나는 중이다.
특히 최근들어 특히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글로벌 명품업계가 너도나도 앞다퉈 뛰어드는 신개척지는 다름아닌 메타버스 이커머스 분야다.
본래 명품업계는 약 2019년 경부터 짝퉁 방지와 진품인증용으로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관심을 가졌다. 지금은 예술 및 오락산업 부문과의 협력을 통한 마케팅 및 매출확장을 위한 잠재적 기술로써 실험되는 가운데 수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급성장 중이다.
소비자 마음 속 상품을 향한 욕망은 현실과 가상세계의 구분이 없음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스마트폰, 컴퓨터, AR안경 등 디바이스를 매개로 한 인터넷 속에서 3D효과로 펼쳐지는 가상의 ‘저 너머(meta)’의 또다른 ‘세상(verse)’ 즉, 메타버스계(界)에서도 아바타들(=게이머들)은 명품 브랜드를 동경하고 구매하고 과시한다.
최근 명품 기업들은 게임화(gamification) 전략을 즐겨 활용한다. 미술품 시장이나 고가골동시장에서도 입증된 바 있듯 희귀한 것을 찾아 소유하고 싶어하는 인간 본능의 경쟁심을 이용한다. NFT 운동화, 새 핸드백 디자인, 화장품 등을 드롭(drop)으로 출시하고 한정수량제나 경매를 통해 가격을 높일 수 있다.
물론 NFT 형태의 이 명품 제품들은 실제로 신을 수도 멜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디지털 화일 형태로만 존재한다. NFT는 명목화폐로 환전도 불가능한 말 그대로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이다.
프랑스의 패션가 구치(GUCCI)는 전통적으로 테크와는 거리가 먼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명품업계에서 가장 앞서 NFT를 이용한 디지털 마케팅에 도전했다. 알레싼드로 미켈레 수석디자이너가 디자인해 구치 정식 온라인숍에서 런칭한 AR 운동화가 미화 11,99달러에 완판되며 디지털 명품 시장의 가능성을 처음 보여준 사례가 됐다.
그런가하면 아예 가상 운동화 만을 전문적으로 디자인하는 신진 테크업체들도 생겨났다. 올 3월 버추얼 스니커스 브랜드인 RTFKT는 암호화 예술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십대 디지털 아티스트 페워셔스(FEWOCiOUS)와 협력하고 디지털-온리 운동화를 스냅챗을 통해 드롭했다. 경매에 부쳐진 RTFKT X FEWOCiOUS 스니커는 무려 600켤레가 판매되며 미화 310만 달러(우리돈 약 370억 원)에 상당하는 매출기록을 거뒀다.
그동안 소셜미디어 마케팅에 주력해 오던 버버리도 NFT 실험에 뛰어들었다. 최근인 8월, 게임사인 미티컬 게임스(Mythical Games Inc)와 협력하고 <블랑코스 블록 파티(Blankos Block Party)> MMORPG 전용 NFT 아바타 '샤키 B(Sharky B)'를 드롭했다. 온라인 파티를 벌이는 다자 게이머들은 서로의 경제력과 사회적 신분을 자랑하기 위해 가격 미화 3백 달러 하는 이 한정판 디지털 액세서리를 구입해 뽐내며 메타버스를 누빈다.
비슷한 시기, 루이 비통은 창립 200주년을 기념하며 독자적 블록체인 기반 모험 게임 <루이 더 게임(Louis the Game)>과 그 속에 등장하는 디지털 마스콧 ‘비비엔느(Vivienne)’ NFT 토큰 30개를 제작해 발표했다. 비비엔느는 <루이 더 게임> 비디오 모바일앱 게임 속에서만 사용자들간 거래되고 사용될 수 있다.
그런가하면 NFT 전문 패션브랜드 오버프라이스드(Overpriced™)는 패션을 사이에 두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한층 더 과격하게 밀어붙인다. 자칭 세계최초의 NFT 주도 패션 브랜드라 하는 이 업체는 제품별로 고유한 스캔다능 코드를 인쇄한 실물 후드티를 출시했다. 코드를 스캔하면 메타버스 속에서도 착용할 수 있고, 분실했을 경우, 업체는 분실된 코드를 즉시 폐기하고 새 코드가 인쇄된 후드티를 우송해준다고 한다.
이미 미디어계에서 메타버스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예견가들의 복음은 요란하다. NFT를 매출에 응용하고자 하는 기업과 NFT 예술과 오락업계에 진출할 신진 크리에이터들이라면 지금부터 실험하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NFT 미술로 급부상한 비플도 지난 15년 동안 쌓아온 작품 포트폴리오가 없었더라면 그 경이로운 크리스티 경매라는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