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다. 국가채무와 가계부채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로나19 속 경제 구원투수는 ‘빚’이었다. 그러나 이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됐다. 더 이상 빚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4차례, 올해 2차례 추경을 실시했다. 그 결과 국가채무가 지난해 846조9000억원에서 올해 965조3000억원이 됐다. ‘믿을맨’ 재정으로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재정 확장을 위한 국고채 발행이 주요 원인이다. 올해 통합재정수지는 90조3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 604조4000억원 규모의 슈퍼 예산안을 편성했다. 첫 600조원 돌파다. 그렇다면 나라 살림은 어떨까.
나랏빚은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긴 1068조3000억원, GDP 대비 50%를 넘어선 50.2%가 될 전망이다. 내년 총수입 548조8000억원, 총지출 604조4000억원 가정에서다. 이럴 경우 통합재정수지는 올해보다 개선된 55조6000억원 적자가 된다. 하지만 내년에도 추경을 편성하면 적자 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금융기관에서 직접 빌린 돈과 외상으로 구입한 금액)를 보자. 부동산 가격 폭등과 소득 감소로 2분기말 잔액은 1805조9000원이다. 지난해 1분기보다 20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왜 빚이 무서운가. 빚은 미래 소득을 앞당겨 쓰는 것이다.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 특히 약자에게 냉정하다.
최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정확장과 통화팽창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졌다. 자산가격 상승을 불러왔다. 그것도 잠시. 세계 각국은 유동성 회수에 나섰다. 돈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서민만 죽을 맛이다.
금융기관은 신용창출을 통해 돈을 수십배 불려 기업이나 가계에 빌려준다. 일정 금액만 중앙은행에 예치하면 된다. 금융기관이 긴축정책을 펼치면, 소득 많고 신용등급 높은 사람은 딴 데서 빌리거나 갚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소득 적은 저신용자는 신용사회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인다. 더욱이 지금은 금리 상승기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무한정 채권을 발행할 수 없다. 증세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의 해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치권은 조세저항이 두렵다. 증세는 아울러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를 가라앉게 만드는 요인이다. 증세는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경기 회복세가 둔화한 점, 부채가 많아 이자 부담이 커진 점, 물가 상승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이런 경제 상황을 놓고 볼 때 금리 인하가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결도 통화정책방향 중 하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게 아니라, 금리인상 요인과 인하 요인이 팽팽하게 맞서자 동결을 선택한 것이다. 한국은행의 고뇌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제 유동성 팽창을 주도한 정부와 통화당국으로 공이 넘어갔다. 부채 연착륙을 위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다음 정권이 헤매지 않게 해야 한다.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유동성 회수나 증세에 따른 나랏빚 축소, 강도 높은 대출규제로 부채를 더 이상 늘리지 않는 것 등의 정책 수단은 유효하다. 하지만 고통은 오롯이 국민 특히 서민 몫이다. 문재인 정부의 혜안이 요구된다.
조동석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