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테슬라에게 호재
미국의 렌터카 업체인 헤르츠(Hertz, HTZ)와 에이비스(AVIS)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위기의 시간을 마감하고 곧 재개될 자동차 대여업의 르네상스 시대를 대비해 경영전환에 한창이다.
지난 10월 25일(월요일), 헤르츠 측은 “테슬라와 주문 계약을 맺고 오는 2022년 말까지 전기차 10만 대를 선주문 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헤르츠의 일방적 발표 직후, 일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테슬라(TSLA.O)는 헤르츠와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의 기대심리가 반영돼 헤르츠와 테슬라 양사의 주가는 급등했다. 이 날 특히 테슬라의 주가는 주당 1천 달러, 시가총액은 1조 달러로 치솟았다.
두 사는 현재 계약 내용의 상세한 조율 중에 있으며 테슬라 측이 헤르츠에 ‘모델 3’ 세단 10만 대를 향후 14개월 내로 납품하기로 한 것은 사실이라고 美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 가 11월 4일 자 기사에서 이 분야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헤르츠-테슬란 간 계약이 최종 성사될 경우 이는 자동차 역사상 전기차(EV) 부문에서 자동차 임대업체와 차 제조업업체 사이 체결된 최대 규모의 협력 사례가 된다. 헤르츠가 제공하는 임대차량중 5분의 1을 테슬라 전기차가 차지하게 되며, 테슬라는 4억 달러 대의 수익을 내다보게 됐다.
업계는 이번 헤르츠와 테슬라의 협력 체결이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년 여 동안 고전해오던 렌터카 업계를 재활시켜줄 신의 한 수일 수 있다고 본다.
작년 코로나-19에 따른 여행 금지조치 및 대여차 수요의 급감으로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에이비스, 헤르츠 등 글로벌 자동차 대여 업체들은 큰 파동을 겪었다. 헤르츠는 부도 위험에 처했다가 올 6월 경영진 교체와 파산 보호 신청 승인을 거쳐 재기에 한창이다.
우선 전기차는 차대여 업체들이 정부와 소비자들로 받아온 친환경 경영과 탄소배출 감축 압력에 대한 해법이다.
헤르츠와 테슬라의 협력에 숨은 진짜 매력은 따로 있다. 헤르츠가 테슬라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선망심리를 포착했다는 점이다. 테슬라 전기차는 럭셔리 자동차라는 고급 이미지로 각인돼있는 만큼 대여 가격을 비전기차종 보다 높게 책정(일일 대여비 40달러 가량 비싸게) 하더라도 ‘차별화된 프리미엄 레트카 구매 경험’을 갈구하는 고객층에게 어필할 것이라게 헤르츠 측의 계산이다.
우버-헤르츠-테슬라 협력
차량공유 플랫폼인 우버(Uber, UBER.N)는 지난 10월 27일, 헤르츠와 테슬라와 연계한 3자 전기차 공유 사업 모델에 뛰어들었다. 우버는 헤르츠와 협력 관계를 체결하고 오는 2023년까지 헤르츠 보유 플리트(fleet)중 테슬라 5만 대를 임대해 우버 기사들이 운행하게 할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테슬라가 헤르츠에 납품할 '모델 3' 플리트의 절반을 우버가 독점 사용하게 됨을 뜻한다. 우버는 테슬라 운행 기사들을 위한 유료회원제를 출시하고 주당 회원비(미화 334 달러)를 부가하고 소액의 사업지원금 및 전기충전 할인 특혜를 제공한다. 당장 우버 기사들에게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이 우려되나 폭넓은 미래 전기차 보급에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장기적 의도가 담겨있다.
전기차 대여 경쟁 본격화 할 듯
11월 2일(화요일), 업계 경쟁사인 에이비스버짓(Avis Budget Group)도 3분기 실적보고서에서 기대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에이비스는 보다 공격적 미래 투자에 대비해 10억 달러 규모 자사 주식환매를 통해 차세대 플리트 차량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주식 시장 마감장에서 에이비스의 주가는 2배로 뛰었다.
헤르츠는 테슬라를 앞세워 혁신적인 렌터카 브랜드로 이미지 쇄신하는데 일단 성공했다. 그 사이 허를 찔린 에이비스버짓과 엔터프라이스 홀딩스(Enterprise Holding) 두 경쟁사들도 전기차 도입에 박차를 가할 기세다. 두 업체들은 기존 관행대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Ford) 등 미국 자동차 공급업체들이 올 연말부터 대거 출시할 전기차를 우선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고 美 경제채널 CNBC는 전했다.
최근 북미 시장의 경우, 백신 접종율 증가와 사회제재 완화로 소비자들의 이동・여행 욕구가 분출하면서 렌터카 시장은 다시 꿈틀대고 있다.
렌터카 사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수요 급감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차량의 20~25%를 매각한 것도 최근 수요 급증과 맞물려 대여가격 인상 추세에 기여하고 있다. 전기차가 렌터카 사업에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마케츠(Research & Markets)의 “2021~2028년 카 렌트 시장 분석” 보고서(2021년 11월)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전세계 관광 및 여행 섹터가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오는 2028년까지 약 141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보고서는 렌터카 사업의 성패는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앱을 경유한 인터넷 예약 및 결제 방식 및 소비자 직접 검색과 예약 서비스가 가능한 투명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편, 해외항공여행 재활성화, 연료가격 유동성, 저가공공교통편의 증가 추세는 렌터카 사업의 성장을 늦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음도 경고한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