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유통 시험대 역할
롯데가 크라우드펀딩 스타트업 ‘와디즈’에 800억원 상당의 투자를 밝히면서 업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와디즈는 내년 상장을 앞두고 롯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유통업체 롯데가 왜 펀딩 플랫폼에 투자하는 걸까? 유통업계와 크라우드펀딩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유통 ‘시험대’ 펀딩 플랫폼
크라우드펀딩은 본래 스타트업을 꿈꾸는 개인이나 중소기업의 모금활동을 말한다. 하지만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직접 살펴보면 대기업의 공모 프로젝트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대기업도 제품 생산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 것일까.
크라우드펀딩 후원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제품의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MZ세대 맞춤형 마케팅 기획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리워드형 펀딩같은 경우 '선주문' 방식을 통해 실수요를 미리 파악하고 시장반응을 점검하는 기능을 한다.
크라우드펀딩 후원자는 제품 ‘구매자’인 동시에 ‘판매자’가 된다. 프로젝트가 모금에 성공해야 후원자의 혜택이 증대하기 때문이다. 후원자는 개인 SNS, 블로그 등 제품 홍보를 자처하는 경향이 높아 바이럴 효과도 높다.
크라우드펀딩이 효과적 마케팅 수단이 되면서 대기업도 플랫폼 참여자로서 홍보창구를 확대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신제품 자체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출시하기도 한다. 홈쇼핑 수수료(20~30%)에 비해 크라우드펀딩 수수료는 10% 내외라 유통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이제 단순한 모금 플랫폼을 넘어 하나의 차별화된 유통채널로 자리잡고 있다.
롯데지주, 현대그린푸드 등 ‘크라우드펀딩’에 빠진 유통업계
롯데지주가 11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전략적 투자자로 8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롯데는 와디즈 2대주주로서 향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와디즈를 통해 검증된 상품을 롯데 유통채널에도 소개할 예정이다. 모금에 성공한 '검증'된 제품은 화제성과 상품성이 높단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롯데는 '플랫폼의 플랫폼'으로서 향후 신제품 개발을 위한 트렌드 분석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먼저 와디즈의 몸집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팝업스토어 등 오프라인 특화 매장을 통해 와디즈의 소통채널을 확장할 예정이다. 또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대홍기획 등 계열사와 함께 와디즈의 물류 및 광고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롯데는 신제품의 시장반응을 검증하기 위해 와디즈에 우선 출시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현대그린푸드도 와디즈와 손잡고 자영업자와 함께 가정간편식(HMR) 상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2일 기준 와디즈를 통해 모금 중인 곱창·대창 파스타는 목표가 600%를 초과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와디즈 플랫폼을 통해 신제품 출시를 진행할 만큼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기 좋다”며 “와디즈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지만 시장동향에 대한 데이터 생산능력이 있어 빅데이터로 만든다면 유통업계와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고 12일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