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탄소 경제 이행 시 은행 대출자산 가치 하락
- “이행리스크 관리 가능하게 지배구조 개선해야”
최근 정부 차원의 탄소중립 전략 추진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도 이에 맞춰 선제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내 은행들은 탄소중립 목표와 이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이에 적합한 지배구조 개선이 요구된다고 전문가는 조언했다.
탄소중립 추진 가속화
14일 한국금융연구원 이시연 연구위원의 금융브리프 ‘국가 탄소중립 목표 추진 가속화에 따른 은행권의 대응과제’에 따르면 정부 차원의 국내 탄소중립 추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9월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됨에 따라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까지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 이상’ 감축 목표를 세웠다.
‘탄소중립기본법’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의 지원·활성화 방안을 포함하고 있으며, 금융촉진에 관한 사항을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녹색금융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충분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구조 마련 필요
이 연구원은 탄소중립 전략 가속화에 따른 은행권의 선제적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탄소중립 추진에 따라 금융권의 ‘이행리스크’가 높아질 것이라 예상했다. 아직까지 국내 은행들의 기업대출 포트폴리오는 고탄소 제조업 분야 비중이 높다. 따라서 저탄소·순환 경제 이행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은행 대출자산 가치도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은행들은 주기적으로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이행리스크 관리·통제가 가능한 리스크 지배구조를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은행들의 구체적인 탄소중립 목표 이행 전략도 요구된다. 금융기관을 통한 직·간접 탄소배출량을 포괄적으로 측정하고 기간별 감축 목표, 이행계획을 정량적으로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은행 지배구조 측면의 변화도 중요한 과제다. 이 연구원은 국내 주요 은행들이 기후·녹색금융 전담조직,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충분한 권한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에는 의문을 가졌다. 기후리스크 실현, 탄소중립·감축 목표 달성은 현 은행 경영진 임기와 상당한 시계(時界) 불일치 문제가 있어 충분한 유인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지배구조적 장치와 장기투자 주주, 기타 이해관계자들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탄소중립 목표, 이행상황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 공개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이 국제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을 통일하기 위한 국제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ISSB)를 설립했다. ISSB는 기존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에 기반한 표준안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도 이를 지지하기로 했다. 따라서 국내 은행들의 정보공개 양과 수준을 일관되게 상향 표준화하는 공시 규제 강화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이 연구원은 은행들이 자산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탄소중립 관련 이행 수준을 점검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탄소중립 선도에 나선 국내 금융권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은 지난 10일 COP26의 공식행사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최고위급 회의’에 참석했다. KB금융은 지난 6월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에서 탄소중립 추진전략인 ‘KB Net Zero S.T.A.R.’를 발표했다. 10월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SBTi(과학기반 탄소 감축 목표)’ 승인을 받고, ‘NZBA(넷제로 은행연합)’의 아시아-태평양 대표 은행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회장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 위한 NZBA와 협력과 관련해 “실물 경제의 Net Zero 전환과 관련해서 금융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NZBA는 참여 은행 및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탈탄소화 전략 구현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회장도 지난 9일 COP26 ‘한국 홍보관’에서 신한금융그룹의 ‘2050 탄소중립전략’을 발표했다. 신한금융그룹이 동아시아 금융 최초로 선언한 탄소중립 전략 ‘Zero Carbon Drive’와 현재 실행하고 있는 자산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 측정 방법 및 감축 목표 등을 발표했다. 조 회장은 이날 “탄소중립에 대한 금융의 역할은 친환경 전환의 가속화에 있다”며 “탄소중립 실행이라는 첫 바퀴를 돌릴 때에는 큰 힘이 들지만, 각 분야의 힘을 합친 다면 더 빠른 시일 내에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금융지주의 탄소중립 전략에 맞춰 지난달 25일 국내 은행업계 최초로 환경부와 ‘탄소중립 생활실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가정과 기업의 생활 영역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후 행동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환경개선과 인프라 구축, 탄소중립을 위한 대내외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노설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