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부족 아쉬워...인디게임 성과는 호평
게임팬의 마음으로 지스타 2021을 찾았다. 오전 10시 정각이 입장시간이었지만 한 시간 전부터 대기줄이 늘어서 장사진을 이뤘다. 사실 우려감도 마음 한 켠에 있었다. 우리나라 대표 게임기업인 3N이 불참을 선언한 데다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된 탓에 흥행이 어려울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딛고 다시 열린 지스타에 많은 관람객들이 호응했다.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표정이 한껏 신나보였다.
"이거 큰일인데..."
입장이 시작되고 지스타 전시장의 반 정도를 돌아본 뒤 든 생각이었다.
이번 지스타를 대표하는 두 게임기업인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의 부스가 크게 마련돼 있었지만, 이미 출시된 게임인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와 '오딘'의 시연을 위한 모바일 기기들이 줄줄이 놓여있었을 뿐, 관람객들이 크게 흥미를 느낄만한 콘텐츠는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체험형 즐길거리는 구색을 갖추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사실 시연된 게임들의 경우 대부분 이미 출시됐기 때문에 지스타에 참석하지 않고도 집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지스타만의 한 방이 부족했다.
다만 시프트업의 신작 '니케: 승리의 여신'은 아직 공개된 작품이 아니었던 탓에 구름같은 인파를 모았다. 해당 게임은 개성적인 TPS 게임 방식과 미소녀 캐릭터를 앞세워 많은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출시 전 게임을 미리 플레이해보고 싶어하는 관람객들이 긴 대기열을 이뤘다. 게임 플레이를 마치고 만족스러워하는 관람객들이 많은 것을 보고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의 흥을 한껏 돋운 것은 카카오게임즈였다. 인기 유튜버 도티와 아이돌 그룹 여자친구의 예린이 무대에 등장해 카카오게임즈 '프렌즈샷'의 현장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으며 해당 게임의 홍보에 힘을 보탰다. 코로나 여파로 골프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가 높아진 것 때문에 특별히 룰을 배우지 않고도 골프 게임을 즐기는 MZ세대 관람객들을 다수 볼 수 있었다.
사실 기자의 눈길을 가장 잡아 끈 것은 인디게임 부스들이 모여있는 공간이었다. 각종 미공개 신작들과 이미 출시가 완료된 게임들이 시연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국내 게임사들이 개발을 꺼리는 콘솔 게임도 존재하는 한편 대기업의 게임에 비견할 만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도 있어 우리나라 게임업계의 잠재성을 엿볼 수 있었다.
더불어 초등학생과 중학생 크리에이터들이 제작한 게임이 시연되고 있는 공간도 있었다. 게임 개발 플랫폼이 거듭 진화를 이뤄내며 학생들이 사용하기에도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게임 개발에 뛰어드는 연령 역시 젊어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벡스코 컨벤션홀에서는 주요 부대행사인 지스타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다수의 게임기업들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다양한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는데, 역시 최근 게임업계의 화두인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관람객 중심의 행사라기엔 즐길거리가 다소 부족했고, 최근 게임 트렌드와 앞으로 우리나라 게임업계가 나아갈 길에 대한 담론이 이뤄지는 장에 가까운 행사라고 평할 만 했다.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행사였지만, 코로나로 인해 입장객 수를 제한해야 했던 점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이 주최 측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스타 2021는 이번 주말의 마지막까지 이뤄지는 행사다. 때문에 관람객은 일정표를 참고해 자신이 선호하는 게임 이벤트나 인플루언서를 볼 계획을 세운다면 충분히 재밌는 행사로 느낄 수 있다. 오늘 2022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는 점을 고려하면 내일인 금요일부터 본격적으로 관객들이 몰려들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혁신이 부족한 게임행사라는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낼 만한 신작 게임이 공개되지 않았고, 게임 플랫폼 역시 모바일에 치우쳐 있어 몰입도를 높이기 어려웠다.
내년 지스타는 또 다른 모습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다수의 우리나라 대표 게임기업들이 AAA급 신작 및 메타버스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내년 행사에서는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게임 패러다임 속에서 우리나라 게임기업들이 좋은 성과를 거둬 내년에는 자축할 만한 행사를 열 수 있기를.
박금재 기자 gam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