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희생과 지원으로 방산기업들에게 자신감과 실력 갖추도록 해야
- 특정 범주 정해서 소요군이 R&D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국방위산업학회(회장 채우석)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또한 방산학회가 발간하는 '한국방위산업학회지'가 지난달 등재학술(후보)지가 된 지 12년만에 한국연구재단(NRF)로부터 등재학술지로 선정됐다.
이를 기념해 방산학회소속 12명의 주요인사가 한국방산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해 발전방향을 제시한다...<<편집자 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신기술의 무기체계 적용 또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어 국방R&D 혁신을 통해 무기체계 개발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이는 것이 절실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드론과 로봇, 사물인터넷(IoT), 무인자율화, 양자암호 및 통신 등 새로운 기술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국방과학기술로 신속하게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미래 전장의 모습과 세상에 없는 새로운 무기체계의 등장이 예견된다.
반면, 국내 방위력개선사업은 여전히 40년 전 도입한 국방기획관리제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특히 국내 연구개발(R&D)의 경우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과학기술의 발전과, 북 한 핵미사일 위협, 미・중간 갈등 고조 등 안보환경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북한의 수소폭탄 시험과 ICBM 발사가 성공함에 따라, 이에 대한 한국형 3축 체계(핵 WMD 대응체계) 구축에 있어서도 더 체계적이고 정교한 방위력개선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지난 2019년에만 총 12회에 걸쳐 신무기 4종 세트 24발을 발사했다. 신무기 4종 세트 모두가 우리나라를 사정거리에 둔 전술무기로 우리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으며, 미래지향적인 국방R&D 추진에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기에 방산비리 프레임과 이로인한 방산수출의 정체는 방산을 더욱 풀기 어려운 난제로 만들고 있다.
특히 국방 R&D를 통해 무기를 획득하려면 소요제기로부터 전력화까지 무려 140여개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수입무기의 경우에도 최소한 60여개의 절차를 거친다. 전쟁에 대비하는 소요군(軍)은 특정 무기체계가 필요하다고 제기하고 보통 10년~20년이 지나야 실전배치가 가능하다.
게다가 국방R&D는 다른 과학기술 분야에 비해 국방부, 합참, 육·해·공군,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ADD), 방위산업체, 국방기술품질원 등 이해관계자들이 많다. 또한 이들 간의 복잡한 입장과 가치가 지속적으로 충돌함에 따라 풀어야 할 문제들이 오히려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이나 개인의 득실보다는 국가의 미래와 안보를 우선시하는 큰 그림의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국방R&D 추진을 위해서는 민간주도의 무기개발 정책,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소요군이 연구개발에 직접 투자하는 정책들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민간주도 무기개발 정책
우리나라 국방R&D는 1970년 ADD설립과 함께 시작됐다. 50년간 294종의 무기체계를 정부 주도로 개발했다. 초기에는 이같은 정부주도 개발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결과를 가져왔으나, 방산이 궤도에 올라 민간기업이 자율적으로 시장개척에 나서는 것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향후 민간주도 개발로 전환해야 할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고 정부는 그 시점에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민간이 주도하는 뉴디펜스를 추진해야 한다.
▲정부·민간 공동R&D...ADD희생·지원 중요
뉴디펜스가 성공하려면 주도권이 민간으로 전환되는 과도기를 잘 넘겨야 한다. 특히 정부주도 무기개발의 중심에 있는 ADD의 희생과 노력이 필요하다. 민간기업에 ADD의 노하우와 자료를 전수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방산기업들이 자신감과 실력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개념설계, 성능해석, 시험평가 등은 ADD가 적극 협력할 수 있는 제도와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미군처럼 소요군이 R&D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4차 산업혁명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러나, 무기체계 획득관리 절차상 소요제기는 소요군, 소요 결정은 합참, 중기계획은 국방부, 예산편성과 획득(연구개발 또는 구매)은 방사청, 시험평가는 합참, 양산은 다시 방사청이 주관하도록 직렬로 나열되어 있다. 획득 속도에서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이같은 이유로 방사청은 지난해 신속시범획득제도를 신설했고, 올해는 R&D까지 확장해 신속연구개발사업 절차도 도입했다. 이로써 각 군이 민간제품이나 신기술을 찾아 방사청에 신속R&D를 신청할 수 있지만, 미국처럼 특정 획득범주를 정해 소요군이 직접 R&D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과학기술 기반 소요기획, 소요 전문인력 양성 및 활용, 유연한 작전운용성능(ROC) 설정, 수출통제 및 방산기술 보호, 획득절차의 다양화, 강력한 국방 R&D 거버넌스, 정부R&D와 국방R&D 연계 방안 등에 대한 정책대안 제시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김인호 한국방위산업학회 자문 겸 KAIST 초빙교수는 지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을 역임했다.
국방로봇학회 회장 ∙ 대덕클럽 회장 ∙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 한남대학교 총장자문회의 자문위원 ∙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자문위원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서울대에서 원자핵공학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