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를 맞아 국내 방위산업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국방분야 공약에서 '힘을 통한 안보'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시대 방산의 새로운 키워드는 수출, 4차산업혁명, 한미방산동맹으로 규정할 수 있다.
▲방산수출, 100억 달러 시대 연다...쓰는 방산에서 버는 방산으로
국내 방산 수출은 지난 2011년 24억 달러(약 3조원)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36억 달러(약 4.5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방산비리' 프레임에 따른 과도한 감시와 견제, 감사,수사 등으로 방산 수출은 암흑기를 맞았고, 코로나19로 지난해까지도 뚜렷한 수출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다가 오랜 노력 끝에 지난해 LIG넥스원 등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4조원이 넘는 사상최대 규모의 방공유도무기체계인 천궁Ⅱ를, 한화디펜스가 호주와 이집트에서 총 3조원대의 K-9자주포를 수주하는 등 뚜렷한 수주성과를 거두면서 K방산의 새로운 이정표를 썼다.
올해는 약 5조원 규모로 알려진 호주군 주력 장갑차 사업의 수주가 결정된다. 국내 대표 방산기업인 한화디펜스가 독일 라인메탈사와 최종 경쟁을 벌이고 있다. 후속 사업까지 포함하면 10조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이다.
또한, 호주에서 승리하면 미국의 브래들리 장갑차 교체사업에서 주도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약 4000대의 기존 브래들리 장갑차를 신형 장갑차로 교체하는 이 사업의 규모는 무려 50조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럽을 비롯한 각국의 군비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방산기업의 수출 환경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통상 국내 방위력 개선사업비는 연간 약 15조원 규모로 절반 정도는 해외무기도입에 사용되고 나머지가 국내 방산기업들에게 지출된다. 수출이 없다면 국내 방산기업의 총 매출은 이것으로 한정된다. 방산은 민간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관용 헬기나 위성사업 등 민수사업 확대를 꾀하기도 하지만, 역시 수출을 통해 성장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면 확실한 성장동력이 된다. 수출이 확대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국방예산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윤 당선인 "AI무인·로봇 도입" 공약...4차산업혁명이 미래 방산 경쟁력 좌우
윤 당선인은 '국방혁신 4.0'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4차산업혁명 기술을 국방분야에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실천방안 중 하나가 '인공지능 기반의 무인·로봇전투체계 조기 도입'이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 전문전투요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무인 드론의 활약은 탁월하다. 터키 바이칼 사가 만든 중고도 전술 무인기 바이락타르 TB2 수십대가 러시아 탱크와 장갑차를 다수 파괴하는 모습이 SNS 등을 통해 잘 알려지고 있다.
국내 방산기업들도 드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값싼 중국산 드론에 밀려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부쩍 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과 독자기술로 3.5세대 전투기 개발에 성공한 저력이 있는 만큼 무인·로봇전투체계 도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이같은 스마트 방산 제품은 국방력 강화는 물론, 방산 수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한미방산동맹, 국방력강화와 방산국제공급망 참여기회 확대도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학회장은 "한미동맹강화를 위한 한미간 방산동맹 강화가 중요하다"며 "미국은 세계 최대 방산시장이고, 가장 뛰어난 방산 원천 기술을 가졌기 때문에 파트너쉽을 통해 국내 방산기업들과의 협업이 이뤄진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우석 회장은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수년간 한미연합훈련도 북한의 눈치를 보며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한미방산동맹은 한미간 경제적 실익과 실체적 동맹관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연간 1000조원에 달하는 국방예산으로 막강한 국방기술을 연구·개발해왔고, 국내 방산기업들은 상당한 수준의 생산경쟁력을 갖췄다. 미국이 지닌 원천기술과 국내 기업들의 생산성이 결합되면 커다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견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사이버보안이 이뤄져야 한다.
윤 당선인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신흥안보위원회 설치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사이버 안보 문제를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직접 담당하는 등 사이버 보안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한미간 방산협력을 위한 기본 토대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간 방산 협력체계가 갖춰지면 한미동맹이 강화되는 효과와 함께, 국내 방산기업들이 미국기업들에 납품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될 수 있다.
또한 방산분야에서 미국은 절대 강자이기 때문에 국제 방산시장에서 다소 생소한 K방산 제품들이 쉽게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