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전담기구 설립,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등 논의
공약 대부분 입법 필요…빠른 실현 어려울 듯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대한민국을 디지털 경제 패권 국가로 만들겠다”며 내세운 가상자산 관련 공약들이 국정과제로서 검토되기 시작해 주목된다. 특히 가상자산을 전담하는 기구가 있어야된다는 의견이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의 가상자산 주요 공약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국내 코인 발행 허용, 그리고 투자 수익 5000만원까지 비과세,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거래 활성화 등이다.
윤성한 블록체인협회 사무총장은 <녹색경제신문>에 “지난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됐지만 자금세탁 규제에만 초점이 맞춰져있어 가상 자산 분야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며 “투자자 보호와 업권 진흥을 위한 기본적인 입법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대선 전후로 제기되는 가운데 지난 12일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관련 세미나를 열고 윤 당선인의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토론을 벌였다.
이날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가 개최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중첩된 과제의 해결방안은’ 세미나에서는 차기 정부가 각 분야에 흩어져 있는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처리할 전담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여기저기 흩어진 가상자산 관련 업무…한 곳으로 모일까
현 정부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업무가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다. 기획재정부는 가상자산 과세와 외국환거래법령 위반 여부 점검 등의 업무를 하고 있고, 과학기술정통부는 블록체인 산업육성 및 가상자산사업자 해킹 방지 등을 맡고 있다. 또 금융위원회 산한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는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신고·수리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을 통제하고 있다.
세미나 발제를 맡은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상자산 관련 전담기구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 교수는 “디지털자산 산업의 확대에 따라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며 “디지털경제의 성장가능성을 고려해 개별 법률에 의한 정부부처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을 비롯해 메타버스, NFT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규제에만 치중된 정부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세미나 기조 발제를 맡은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도 의견을 보탰다. 그는 “정부가 가상자산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관련 전담기관을 구성해 사업의 행위규범 준수여부, 내부통제기준 및 정보차단벽 설치의 적절성 및 이행여부 점검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하고 이해상충 방지할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도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도 논의됐다. 윤창현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디지털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고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리자는 목표로 다양한 국책 과제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디지털자산법”이라며 “기본법이라도 있어야 기업들이 활력을 갖는데 가상자산 거래소 외에 다른 부분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욱 변호사도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통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이해상충 방지 규제와 가상자산 관련 간접투자업(집합투자 및 투자자문 등)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해상충이란 타인의 업무를 대리해서 수행하는 자가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나 또 다른 투자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 변호사는 또 “이해상충 방지 방안이 마련된다면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의 전환을 통해 당국이 가상자산 시장을 관리 감독하고, 이를 통해 투자자 보호, 불법행위 근절 등의 문제를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가상자산 전담기구 설치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공약이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안인 만큼 빠른 시일 안에 실현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 국회 정무위원회 등에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권영지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