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 경험 없고 원가 부담 높아 완성도 및 대량 생산 어려운 듯
- “플랫폼·자금력 통해 극복할 것” 전망도
- 구글 픽셀워치 이어 하드웨어 시장 진출해 빅데이터 확보하려는 계획 차질
- 삼성 등 기존 업체들과 경쟁하려면 '셀링 포인트' 필요하다는 지적
또다시 연기된 진검승부 … “제조 경험 부족해 부품 조달 등 어려운 듯”
구글이 폴더블폰 ‘픽셀 노트패드(가칭)’ 출시를 재차 연기했다는 소문이 업계에 돌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연기다. 구글은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의 새 폴더블폰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측됐으나 안드로이드 OS 동맹 간 진검승부는 다음을 기약하는 분위기다.
29일 IT 전문 매체 더스트리트(The Street)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DSCC 창업자 로스 영은 자신의 트위터에 "여러 소식통으로부터 구글의 폴더블폰 출시가 내년 봄으로 연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나인투파이브구글 등 IT 매체들은 구글이 올해 연말 폴더블폰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해왔다. 당초 구글의 폴더블폰은 지난해 출시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별다른 소식 없이 지난해 연말을 넘기면서 자연스레 올해로 연기됐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스 영의 언급으로 올해 연말 출시설도 다시 불발되는 분위기다. 그는 트위터에서 "일부 소프트웨어 혁신이나 새로운 칩셋 때문에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연기 이유를 추측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OS 등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기업의 색깔이 강한 구글이 직접 하드웨어 제조에 나서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팹리스(fabless, 공장 없이 설계만을 하는 기업)로 성공한 기업들도 많지만, 그것도 수십 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제조업 분야에서는 신생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구글도 적응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부품 조달이나 원가 절감 등에서 약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대량 생산을 통해 생산 공정을 효율화하고, 다양한 공급처를 확보하면서 지속적인 거래를 통해 원가 절감이 이뤄지는데, 구글은 직접 생산을 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이런 점에서 약점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구글이 플랫폼 기업으로서 세계 제일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만큼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기도 한다. 결국 관건은 구글이 얼마나 스마트 기기 시장에 역점을 두느냐 하는 질문이라는 것이다.
하드웨어 생산 통해 이루려는 구글의 목표는? … 삼성과의 경쟁 불가피
구글이 스마트워치인 픽셀워치에 이어 폴더블폰을 출시해 하드웨어 시장에 본격 진출하려는 목표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단순히 판매 수익만을 노린 움직임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가격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커지긴 했지만, 원가를 생각하면 수익성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다”며 “교체 주기가 계속 길어지고 있는 점도 스마트폰 시장이 ‘레드오션’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러한 점 때문에 구글이 하드웨어 판매를 통해 스마트폰-스마트워치-자동차를 잇는 데이터 체인을 만들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플랫폼·OS의 영향력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마트 기기들을 구글이 직접 생산함으로써 빅데이터를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OS를 제공하는 구글이 오랜 파트너인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진영에 불편한 시선을 감내하면서 하드웨어 생산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삼성 역시 구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최종 목표가 애플과 같은 형태의 ‘OS-하드웨어 동시 생산’이 아닌지 의구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오는 것이 달가울 리는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구글의 의도나 삼성에 대한 생각이 무엇이든 간에, 스마트워치에 이어 폴더블폰까지 본격적으로 생산할 경우 안드로이드 제조사 중 맏형 격인 삼성전자와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때문에 삼성이 폴더블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구글’이라는 이름값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이전에도 픽셀 시리즈를 출시해왔지만,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만 출시하는 등 본격적인 느낌은 아니었다”며 “생산량이나 지역이 제한적이기도 했지만, 큰 반향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언급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음을 시사했다.
그동안 스마트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해외직구 등의 방법으로 픽셀 시리즈를 구매한 이용자들이 다양한 후기를 남겨왔다. “디자인이 독특하고 개성있다”, “최적화가 잘 돼있어서 갤럭시보다 부드러운 느낌이다”, “소소한 편의 기능이 좋다”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국내 출시가 되지 않아 4G(혹은 5G) 사용이 불가능하다”거나 “AS를 생각하면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는 평도 나왔다. 국내 정식 출시가 되지 않은 점이 걸림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애플과 삼성전자로 양분된 시장에 염증을 느껴온 만큼 구글이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서면 초반부터 충분히 관심을 끌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구글의 스마트 기기 출시에 대한 높은 관심이 이를 증명한다. 다만 이러한 관심을 ‘반짝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인 구매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구글 스마트폰만의 ‘셀링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출시 연기가 구글이 더 매력적인 기기를 내놓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이준용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