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없는 기업이 아닌 기업시민으로 거듭나려면 투명경영 실천이 관건...폐쇄적인 조직 문화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바꿔야
재계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ESG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 ESG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ESG는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이다. ESG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ESG를 이끄는 사람들, 조직 등을 연중 기획으로 소개한다...<<편집자 주(註)>>
천성현 상무는 고려대에서 산업 및 조직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포스코 상무보(기업시민실 기업시민전략그룹장, 인재경영실 HR전략그룹장)를 거쳐 포스코의 ESG경영 핵심조직인 기업시민실을 맡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2000년 최대주주였던 한국산업은행이 지분을 팔면서 민영화됐고, 재벌이 지배하지 않는 재벌기업이 됐다. 지난해에는 물적분할을 통해 포스코홀딩스를 지주회사로 하는 체제로 변신했다.
포스코그룹은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인 독특한 지배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고, '기업시민'이라는 독특한 개념이 도입됐다. 기업이지만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런데, 최근 성폭행 사건으로 인해 포스코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의 단면이 노출되면서 기업시민실의 각별한 노력이 촉구되고 있다.
▲천성현 "포스코 기업시민, 사회와 함께 발전해 영속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
천성현 실장은 최근 울산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포스코 기업시민 경영이념과 ESG 경영’을 주제로 강연회에서 포스코의 기업시민과 관련해 언급한 바 있다.
천 실장은 “포스코 기업시민은 산업화 초기 포스코를 이끌어온 경영철학인 제철보국을 넘어, 향후 사회와 함께 더불어 발전해 영속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기업의 본연의 활동인 경제적 가치 창출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고객가치와 브랜드 가치를 지속 향상시킴으로써 ‘함께 거래하고, 성장하고, 환경을 지키면서, 미래를 만들어 지역과 함께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와 일상 속 소비자 의식도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MZ세대는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소비에 반영해 그대로 실천하면서 이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따지는 시대가 됐다”며 “과거의 기업경영이 100m 달리기라면 현대의 기업경영은 길이도 늘어나고 게다가 장애물도 나타난 110m 허들 달리기와 같다. 포스코의 새로운 경영이념도 이러한 허들을 넘기 위한 지속가능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포스코의 ESG 경영은 기업시민 경영이념 아래, 친환경 리더십을 발휘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공동체 조성에 기여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윤리적 경영을 실천함으로써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지속성장해 가는 경영”이라고 설명했다.
천 실장은 “ESG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생존을 위한 새로운 경쟁의 장이 열렸다는 신호로서, 전 세계는 지금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를 필두로 산업 사이클이 완전하게 재편되는 상황인데 이 변화 앞에서 머뭇거릴 것인가, 선도적으로 치고 나가서 프레임을 바꿔나갈 것인가, ESG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고 덧붙였다.
천 실장이 이날 설명한 내용은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같은 ESG경영이 단지 기업시민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어떻게 조직전체로 이같은 ESG경영을 확산하고 조직원 전체가 함께 공감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냐가 중요한 숙제로 남은 셈이다.
▲수소환원제철, 포스코 탄소중립과 국내 중화학공업의 지속가능성 열쇠
화석연료를 통한 전력 생산 다음으로 가장 많은 탄소를 발생시키고 있는 업종이 철강산업이다. 철광석은 산화철(FeO) 상태로 자연계에 존재하기 때문에, 산소(O)를 탄소(C)와 결합시켜 철(Fe)을 얻게 되는데, 이때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가 대량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수소환원제철은 탄소(C) 대신 수소(H)를 결합시켜 물(H2O)을 배출하고 철을 얻는 방식이다. 수소환원제철을 통한 친환경 철강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포스코는 2050년까지 수소 500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해, ‘수소 경제를 견인하는 그린수소 선도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기존의 석탄을 이용한 방식에서 벗어나 친환경적인 ‘수소환원제철POS-HyREX’이라는 새로운 생산기법 개발에 착수했다.
수소환원제철은 포스코의 독자 기술인 ‘파이넥스FINEX 공법’을 활용한 것으로, ‘고로’가 아닌 유동로에 석탄 대신 수소가스를 투입 환원해 탄소 대신 물을 배출하고, 석탄 용융로는 전기로로 대체해 공정 내 탄소배출을 없앤 공법이다.
▲제철에 소요되는 전력량은 25TWh...친환경 전력공급망 구축해야
철강생산에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포스코가 지난해 포항과 광양의 제철소에서 사용한 전력량은 약 25TWh(테라와트시)로, 이는 원자로 3기의 발전량에 해당한다. 작년 한국전력 통계집에 따른 전국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약 39.1 TWh인 것을 감안하면, 포스코 제철소가 한해에 소비하는 전력량은 우리나라 연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셈이다.
탄소중립으로 인해 철강산업은 큰 도전에 직면했다. 수소환원제철과 함께 친환경 전력원을 대량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탈원전에서 '복원전'으로 정부의 정책기조가 바뀌면서 전력 문제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철강산업은 수십년간 지속해 온 제철공법을 설비부터 기술, 원료에 이르기까지 저탄소 체제로 대전환해야 한다. 철강산업은 기계·중공업은 물론, 건설업과 거대한 장치와 설비가 필요한 화학공업을 포함한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반산업이다.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쓴 유명한 베스트셀러 '총균쇠'만 보더라도 철은 '현대문명' 그 자체일수도 있을 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다.
포스코의 '탄소중립'은 국내 제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일 수 밖에 없다.
▲포스코·현대제철, 철강제품 복화운송으로 탄소배출 줄이고 물류비도 아껴...경쟁사와 협력하는 첫 사례
포스코의 또 한가지 고민은 물류다. 포스코는 매년 수조원의 물류비를 지출한다. 철강제품은 무거운 만큼 특수장비가 필요하고 비용도 크다. 또한 그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가 배출된다. 특히 도로운송에서 탄소배출이 많아 선박이나 철도를 이용률을 높여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9월 경쟁사인 현대제철과 함께 물류개선을 통해 탄소배출을 줄이고 물류비도 절약하기 위해 제품 운송 선박과 전용 부두 등 연안해운 인프라를 공유하고, 광양과 평택‧당진항 구간에 연간 약 24만톤 물량의 복화운송을 하기로 했다.
기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광양-평택‧당진 구간에 각각 연 130만톤과 180만톤의 코일을 개별 운송해 왔으나, 복화운송을 통해 양사는 연간 각 12만톤을 상대방의 선박으로 운송함으로써 포스코 코일로로선이 월 2항차, 현대제철 전용선이 월 1~2항차 가량 운항횟수가 줄고, 소나무 54만 그루를 새로 심는 효과와 맞먹는 연간 3000톤 가량의 탄소배출을 줄이고, 최대 6%의 물류비도 절감하고 있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경쟁사와의 협업이다. 그만큼 철강업체들이 탄소배출 감축을 중요하고 시급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으로 포스코가 기업시민으로서 잘하고 있는 측면이기도 하다.
다만, 이같은 노력이 포스코의 오래된 폐쇄적인 문화로 인해 빛이 바래거나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천 상무가 언급한 대로 ESG경영은 위험과 기회의 양면성을 가졌다. 아무리 ESG경영을 내세워도 진정성과 지속성이 없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포스코 전 직원이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바꿔 나갈 수 있도록 천 상무와 기업시민실 전체가 진정성과 지속성을 잘 지켜나가야 한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